종이에 쓰인 생각은
가장 주의를 기울인 상태의
마음을 기록한 것이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2025년 8월 18일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생각이 마음을 스쳐 간다. 길을 걷다가 문득 떠오른 한 문장, 누군가와 대화하는 중에 번개처럼 스친 깨달음, 잠들기 직전 가슴에 잠깐 머무르는 감정까지. 하지만 그 대부분은 금세 사라져 버린다. 마치 기억의 물결에 휩쓸려 흩어지는 작은 파도처럼 잡으려 할 때면 이미 손끝을 빠져나가고 만다.
그래서 어떤 생각을 종이에 붙잡아 두는 일은 조금 특별하다. 그 순간만큼은 흘러가는 시간을 멈추고, 단어 하나하나를 골라 문장을 세운다. 그렇게 적힌 글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서 그때의 내가 가장 온전히 주의를 기울인 마음의 흔적이 된다.
돌아보면 글 한 줄 한 줄이 내 마음의 좌표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제의 나는 그곳에 서 있었고, 오늘의 나는 또 다른 좌표 위에 있다. 때로는 그 좌표들이 모여 내가 한참을 걸어온 길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떤 길목에서 멈춰 서서 무엇을 바라보았는지 어떤 마음으로 다음 발걸음을 내디뎠는지.
그래서 글을 쓰는 일은 내 안을 들여다보는 가장 따뜻한 방법인 것 같다. 글은 내 삶을 증명하는 소중한 지도이자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들의 기록이 되어 준다. 종이 위에 남겨진 이 작은 흔적들이 언젠가 길을 잃었을 때 다시 나를 찾아주는 등불이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