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정민, 나만 알고 싶은 보석 같은 이야기

by 꿈꾸는 나비

박정민 배우를 알게 된 정확한 계기는 떠오르지 않는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을 본 순간은 선명하다. '아, 이 사람은 진짜구나.' 그렇게 내 마음속에서 '괜찮은 배우'라는 자리를 차지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로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으며 다시 한번 인정했다. 일부러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그의 소식이 들릴 때마다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언젠가부터 은근히 챙겨보는 이름이 됐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사람,

단순히 연기만 하는 배우가 아니었다.


책도 쓰고, 1인 출판사 '무제(MUZE)'도 운영한다. 『쓸 만한 인간』, 『자매 일기』 같은 책을 내면서 덜 알려진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상업적 성공보다 의미 있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연기 외에도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었다. '이 배우 생각보다 더 멋있네' 싶어서 더욱 관심이 갔다.


그런데 진짜 소름 돋는 순간이 찾아왔다.


어느 날 유튜브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박정민 배우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KBS <더 시즌즈 – 이영지의 레인보우>에서 구름의 노래를 부른 것이다.


지금껏 그랬듯 앞으로도 계속 (곡:구름, 노래:박정민)

잠이 스르르 오던 때였는데

첫 소절을 듣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박정민 배우가 이 노래를?'


몇 년째 내 플레이리스트에 있던 곡이었다. 누구나 아는 히트곡도 아니고, 친구들과 굳이 나누지 않았던 노래. 내 카톡 메인 플리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지만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는 곡. 내가 오래도록 혼자 아껴온 그런 곡을, 그가 부르다니!


그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화려한 연예인이 아니라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만난 것 같았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너무 유명해지는 건 싫다. 그 특별함이 사라질까 봐. 나만 아는 노래, 나만 좋아하는 배우로 두고 싶은 마음이 있다. 박정민 배우도 그런 존재가 됐는데, 이런 욕심 뒤에는 좋은 사람이 계속 좋은 길을 걸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그의 세계가 더 궁금해지던 차에

뉴스룸에서 그의 인터뷰를 볼 수 있었다.


"저는 재능보다 노력입니다. 못했던 순간들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제게 하나의 재능이 있다면 시키는 걸 잘한다는 거예요. 영화 찍을 때는 제 생각보다 감독의 생각을 더 믿습니다."

15년 차 배우가 된 지금도 여전히 욕심이 치밀어 오른다고 했다. "사람이 어떻게 욕심이 없겠습니까?"라며 웃으면서도, 그 욕심을 다독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때로는 '항상 올바른 사람이어야 한다'는 강박이 무섭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는 천천히, 공들여서, 오래 기억될 작품을 관객에게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 지점에서 나는 완전히 빠져들었다. 내가 글을 쓸 때의 마음과 정확히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쓰면 쓸수록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 글은 착하게 쓰면서 나쁜 사람이면 안 된다는 강박 같은 것. 옆에 있으면 하이파이브라도 하고 싶을 만큼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그의 책 『쓸 만한 인간』 마지막 장에 썼던 "거기에서 뭐 하세요? 뭘 하시든 고맙습니다."라는 문장을 앵커가 그대로 돌려주며 인터뷰를 끝내던 장면이 참 좋았다.


그리고 엊그제,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 <얼굴>을 보았다. 며칠째 홍보 영상이 자꾸 피드에 떠서, 마치 "이건 봐줘야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뉴스룸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은 뒤라 더욱 궁금해졌다. 마침 스케줄이 맞는 친구와 즉흥적으로 극장을 찾았다.


영화는 상황은 무겁지만 곳곳에 웃음이 스며있는 묘한 톤이었다. 약자를 조롱하던 인물들의 결말은 서늘했고, 마지막에 갑작스레 '얼굴'이 드러나며 끝나는 결말은 허무하면서도 감독의 의도를 선명히 전했다. 허를 찔린 듯하다가, 그 허무가 의도였음을 깨닫는 순간이 묘했다.


영화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내내 올해 상반기 도서전에서 분주히 일하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배우가 아니라 출판사 대표로서 책을 세상에 내놓던 그는, 또 다른 무대에서 진심을 다하고 있었다. 그 장면조차 연기처럼 보일 만큼 자연스러웠지만, 거기엔 역할을 넘어선 한 사람의 삶이 있었다.


박정민 배우는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다. 연기자이면서 작가, 출판사 대표이자, 스스로의 삶을 성실하게 탐구하는 사람. 마이너 한 음악과 덜 알려진 예술을 사랑하고, 세상의 작은 목소리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 그런 태도가 나와 닮아 있어서인지, 더욱 아끼게 된다.


이런 배우를 알게 된 게 참 좋다. 너무 유명해져서 내가 좋아하는 이유들이 묻히기 전에 지금처럼 조용히 좋은 작품을 하며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오래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주변에 있을 것 같으면서도 크리에이티브한 사람.

궁리가 많은 사람.

내가 원하는 모습에 가까운 사람이다.

마치 오래 아끼고 싶은 보석을 발견한 기분이다.

고민중독 (곡: QWER, 노래: 박정민) - 좋아해 >.<

"거기에서 뭐 하세요? 뭘 하시든, 고맙습니다."

뉴스룸 앵커가 마지막으로 배우에게 돌려주고 싶다던 그 말을 나 역시 그에게 전하고 싶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든

그저 그런 사람으로 존재해 줘서 고맙다고.

나만 알고 싶은 보석 같은 사람이어서 고맙다고.




나비의 끄적임에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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