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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을 건너온 날갯짓

by 꿈꾸는 나비
신승훈 작곡, 원태연 작사 : 나비효과


2008년 신승훈의 '나비효과'. 17년이라는 시간을 건너 나는 이제야 이 곡을 만났다. 어쩌면 이 노래는 줄곧 그 자리에 있었고 이제야 들을 준비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싱어게인 4, 61호 가수가 부르는 무대가 시작이었다. 평범한 아침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목소리가 고요한 아침을 채우는 순간, 나는 손에 들었던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곧바로 가사를 찾아봤다. 음색도 좋았지만 자꾸만 가사가 귓가에 맴돌았다. 단순히 듣는 것을 넘어 마음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울렸다.


'나비효과'라는 제목. 작은 날갯짓 하나가 태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흔히 아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노래에 집중했다. 이 노래가 내게 온 것도 어쩌면 누군가의 작은 날갯짓이 17년의 시간을 건너 지금의 내 마음을 움직인 것이 아닐까.


지금의 나는 사랑의 감정이 메마른 시기를 지나고 있다. '나에게도 그런 마음이 있었던가?' 누군가를 그토록 애틋하게 그리워하고, 보내고 난 뒤에야 뒤늦게 후회하던 그런 순간들이 정말 있었던가. 그러다 문득 꼭 남녀의 사랑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꽉 채웠다. 문장과 감정은 결국 여러 길을 거쳐 나에게로 돌아오는 듯하다. 노래 속 '너'가 과거의 나 자신이라면? 내가 잃어버린 모습의 일부였다면? 그렇게 들어도 충분히 아름다운 노래였다.


모두 알았더라면
미리 알았더라면
우린 지금 혹시
차 한 잔을 같이 했을까.


우리는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조금만 더 알았더라면, 조금만 덜 두려웠다면, 조금만 더 다정했더라면 지금의 풍경이 달라졌을까. 보내고 난 뒤에야 알게 되는 마음들이 있다. 지나온 후에야 보이는 표정들이 있다. 쉬 새어 나오는 아쉬움이 오늘의 나를 붙잡곤 한다.


이 가사는 나를 과거로 데려갔다. 그때의 나는 지금처럼 알지 못했다. 사람을 보내는 일이 이렇게 오래 아플 줄도, 작은 선택 하나가 얼마나 큰 후회로 남을 수 있는지도 몰랐다. 그저 두려웠고, 서툴렀고, 최선이라고 믿었던 선택들이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를 탓하지 않는다. 아니, 탓할 수 없다. 그때의 나도 그 순간만큼은 온 힘을 다해 살고 있었으니까.


어쩌면 중요한 건 '미리 아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다. 지금 알게 된 이 마음을, 이 깨달음을 잃지 않는 일이다. 과거의 나는 그때의 최선을 다했고, 지금의 나는 그것을 이해한다. 그리고 미래의 나는 오늘의 선택을 돌아보며 또 다른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언젠가 그 시절의 나와 조용히 마주 앉아 따뜻한 차 한 잔을 나눌 수 있을까.
"괜찮아. 그때의 너도 최선을 다했으니까. 그때의 너도 충분히 아름다웠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미래의 어느 날, 지금의 나로부터 그런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


노래 제목처럼 작은 날갯짓 하나가 시간을 건너 나를 움직였다. 과거의 나를 떠올리게 했고,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 했고, 미래의 나를 그리게 했다. 나비효과는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이렇게 작은 울림이 시간을 타고 흐르며 한 사람의 마음속에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이어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마음이 이 글을 쓰게 했다. 이것 역시 작은 날갯짓일 것이다. 어쩌면 나 아닌 누군가도 이 노래를 듣고, 이 노래를 들으며 끄적이는 내 글을 읽고서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고, 지금의 자신을 이해하고, 미래의 자신에게 다정해질지도 모른다.


오래전 누군가의 작은 날갯짓이 노래가 되어 내게 왔다면 언젠가 내 작은 움직임도 누군가의 시간 속으로 조용히 스며들겠지.



나비효과 - 백예린
나비효과- 오존
나비효과 - 정승환
나비효과 - 신승훈

나비의 끄적임에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료출처]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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