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7일 첫 세미나를
시작으로 11월 14일 네 번째 세미나를
끝으로 종료된 배대웅 작가님의
글쓰기 세미나 2기 참석 후기입니다.
4주간의 글쓰기 세미나를 마치면서 그동안 글을 어떻게 써왔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매주 두 시간을 발제문을 읽고 토론하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보냈는데, 처음엔 ‘글쓰기를 배운다’는 말이 조금 막연하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세미나가 시작되자 이 자리는 기술을 익히는 공간이 아니라는 걸 곧 알게 되었어요. 내 글쓰기의 습관과 성향 그리고 내가 어디에서 멈추고 주저하는지를 또렷하게 마주하는 자리였어요.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
(지속적으로 글 쓰는 내게 물을 것)
저는 솔직히 첫 세미나 시간만 해도 ‘좋은 글’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말할 수 없었어요. 지금까지의 독서는 그냥 읽다가 마음에 남으면 좋은 글이고, 아무 느낌 없으면 흘려보내는 식이었거든요. 그러니 자연스레 기준이 없었고, 어떤 글을 좋아하는지, 어떤 작가를 좋아하는지 말할 근거도 없었어요.
그런데 세미나에서 다른 참여자들이
“이 문장의 표현법이 좋았다”,
“이 작가는 여기서 시선을 확 전환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같은 말을 구체적으로 짚어낼 때마다 깨달았어요. 아, 나는 글을 온전히 ‘느낌’으로만 읽어왔구나.
좋은 사람을 알아보려면 보는 눈이 필요하듯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글을 고르고 읽어낼 수 있는 안목이 먼저 필요하다는 말이 그제야 실감 났어요.
내 글의 문제점 들여다보기
(끊임없이 피드백을 받을 것 그리고 두려워 말 것)
저는 글을 쓸 때 정말 아무 계산없이 더 정확히 말하면 ‘그 순간의 감정’에만 꽂혀 마구 쏟아내듯 써왔다는 걸 이번에야 깨달았어요. 필사를 하다 떠오른 단상, 일기처럼 툭툭 던진 문장들. 그때는 감정이 뜨거워서 꼭 써야만 할 것 같았는데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보면 ‘내가 왜 이렇게 썼지?’ 싶은 글들이 적지 않았어요.
큰 주제를 잡아 흐름을 만들어가는 글이 아니라 순간의 기분에 흔들려 쓰는 글. 그게 지금까지의 나였어요. 그래서인지 비문학 글쓰기의 기본기와 구조가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고, 공저 쓰기로 짧은 분량이나마 초고부터 퇴고, 출간까지 한 사이클을 겪어본 경험이 이번 세미나와 함께 떠올랐어요.
되짚어보는 이 시간이 그 어느 때보다 피가 되고 살이 되듯 스며들었고, 정말 스펀지처럼 흡수되는 배움의 시간이었어요.
문장 근육을 키우는 법
(많이 읽고 많이 쓰기- 왕도가 없다)
발제자가 가져온 여러 예시 문장들을 함께 읽고 나누는 시간이 유난히 의미 있었어요. 왜 이 문장이 좋은지, 왜 이렇게 쓰였는지를 몇 번이고 곱씹다 보니 결국 좋은 글은 잘 짜인 ‘문장 구조’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걸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었어요.
그동안 표현의 폭이 좁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어떻게 넓혀야 할지 막막했거든요. 그런데 이번 시간을 통해 조금은 길이 보였어요. 많이 읽고, 따라 쓰고, 그 문장들을 내 안에서 천천히 체화해 나가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 왕도는 없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인정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왕도 없는 그 길을 기꺼이 그리고 즐겁게 걸어갈 수 있더라고요.
나만의 글쓰기 방식 찾기
(기본기를 다지되, 나만의 색깔 찾기)
솔직히 말하면 여전히 글이 어렵고 두렵기도 해요. 언젠가 나도 누군가의 마음에 오래 남는 문장을 쓸 수 있을까, 이렇게 써서 뭐가 될까 싶은 순간들이 자주 찾아와요. 쌓아온 역량이 아직은 부족해 보이고 그래서 제 글의 한계도 분명한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요.
그런데 이번 세미나를 마치며 알게 된 건 이 불안함이야말로 내가 글에 더 마음을 기울이게 만드는 힘이라는 사실이었어요. 구석구석 고민하고 더 나은 표현을 찾기 위해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면 결과가 뻔한 것도 사실이니까요.
알고는 있지만 쉽게 실천되지 않던 것들을 다시 상기하게 되었고,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는 점만으로도 이번 세미나는 충분히 의미 있었어요. 글은 결국 혼자 쓰지만 이렇게 꾸준히 글쓰기를 이어가는 데는 함께 걷는 글쓰기 크루가 큰 힘이 된다는 걸 다시 느끼는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전반적으로 다뤘던 비문학적, 논리적 글쓰기를 한 번에 완전히 섭렵할 수는 없겠지만 저처럼 순간의 감정을 붙잡아내는 사람만이 줄 수 있는 무언가는 분명히 있다고 믿어요. 독자들이 “아, 이 감정 나도 알아”라며 공감해 주는 순간, 오히려 그 피드백이 작은 힐링이 되기도 하니까요.
순간을 붙잡아 쓴 글도 하나의 책으로 엮으려면 부단한 노력과 꾸준한 공부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큰 주제를 다루든 세밀한 감정을 담든 글은 구조화되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누구에게나 읽히는 글에는 기본적인 체계가 필요하니까요. 자기만의 스타일을 살리되, 그 바탕이 되는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져가는 연습이 그만큼 많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미나를 마치며
(소중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4주는 짧았지만 충분히 알찼어요. 글을 쓸 때 어디에서 막히고 있었는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조금은 분명해졌습니다. 좋은 글을 읽는 안목을 기르는 일, 문장 근육을 천천히 단련하는 일 그리고 나만의 리듬을 존중하며 글을 써 내려가는 일. 이 세 가지가 이번 세미나에서 제가 얻은 가장 큰 선물이었어요.
이번에 발제문으로 주신 글이 너무 좋아서 두고두고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제문에 소개된 책과 작가들의 글을 더 많이 읽고, 또 많이 써보면서 그때그때 떠오르는 감정의 스파크를 놓치지 않고 붙잡아두는 연습을 계속할 생각이에요. 결국 천천히 돌아가는 길밖에 없다는 걸 알지만 이번 세미나를 통해 그 길이 조금은 덜 막막한 길임을 알게 되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많은 도움을 아낌없이 나눠주신 배대웅 작가님, 그리고 글쓰기 세미나 2기에 참석해 소중한 인사이트를 나눠주신 모든 작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아호파파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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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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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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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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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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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랑
붕어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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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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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광부
이른아침
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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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개인일정으로
이번 주 연재북 글은 쉬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