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름과 비행 사이

나를 정의하는 법

by 꿈꾸는 나비

나는 나를 하나의 말로 고정하는 일에 오래 망설여 왔다. 정의(定義)는 명쾌하고 편리하지만 내가 살아온 삶은 언제나 그 경계선보다 조금 더 넓고 아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나를 가두는 이름 대신, 내가 머물렀던 자리와 새롭게 날아올랐던 궤적으로 오늘의 나를 설명해 보려 한다.


돌아보면 나는 닥쳐온 감정을 해결해야 할 숙제로 여기기보다 그 마음이 충분히 머물다 갈 수 있도록 곁을 내어주는 쪽을 선택해 왔다. 불안이나 슬픔이 찾아올 때 서둘러 도려내려 애쓰지 않았고, 대신 묵묵히 걸으며 필사와 에세이로 그 결을 기록했다. 나를 정직하게 들여다보는 이 성찰의 시간은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


나의 글쓰기는 혼자만의 고립된 섬이 아니다. 나의 사색이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위로가 되고, 그 온기가 다시 각자의 깊은 사색으로 번져나가는 연결의 다리가 되길 바랐다. 그래서 홀로 쓰는 시간에 머물지 않고 공저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보폭을 넓혀왔다. 같은 주제를 바라보는 여러 작가의 시선을 탐구하는 과정은 나의 세계를 확장하는 동시에 우리 모두가 각자의 속도로 정성껏 살아가고 있음을 배우는 소중한 공부였다.


이곳에 남기는 문장들은 매끈하게 완성된 결론이 아니다. 오히려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치열하게 흔들렸던 과정에 가깝다. 나는 타인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겠지만 길을 함께 걷는 이들이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조금 다른 각도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도록 작은 좌표 하나쯤은 건네고 싶다.


요즘 나는 나를 이렇게 부른다.

'감정과 삶 사이를 걷는 사람, 꿈꾸는 나비'라고.


어느 쪽에도 성급히 기대지 않고 그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아직 말이 되지 않는 것들을 문장으로 옮겨 심는 사람. 누군가의 문장을 간절히 따라 쓰던 그 긴 시간들은 결국 나에게 도착하기 위한 필연적인 우회로였다. 나는 정답을 툭 내어주는 사람보다 읽는 이의 마음에 질문 하나가 남는 글을 쓰는 사람에 더 가깝다는 것을 공저 책을 쓰고 여러 문장을 마주하며 처음으로 확신했다.


그래서 이 글은 나의 완결된 정의가 아니다. 그저 한해 성실하게 걸어온 나의 성장 기록이자 앞으로도 계속될 날갯짓의 예고일 뿐이다. 답이 보이지 않아도 길은 이어진다는 믿음으로 오늘도 나는 이 문장들 사이를 걷는다.



나비의 끄적임에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5년, 올 한 해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사진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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