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3일이라는 날짜가 묘하게 낯익었다. 왜 이 숫자가 자꾸 마음에 걸릴까 싶었는데, SNS를 보던 중 자연히 알게 되었다. 한때 깊이 빠져있던 배우 정준원의 생일이었다. 하지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모래알처럼 그를 향했던 뜨거운 마음은 어느새 희미해져 있었다.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생각보다 덤덤한 나를 발견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올해 초, 내 모든 에너지는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나의 '첫 북토크 진행'이다. 우선순위가 바뀌자 좋아하던 마음도 자연스레 뒤로 물러났다. "내가 북토크를 진행하는 날도 오려나" 하며 웃으며 던졌던 농담에, 날짜가 먼저 답을 준 셈이다.
‘최초’라는 말을 쓰려다 오래된 장면 하나가 겹쳐 떠올랐다. 초등학교 6학년, 학예회 날 사회를 보던 기억이다. 청남방에 빨간 넥타이를 맸는데, 언니 것인 줄은 알면서도 허락 없이 가져다 썼다가 알밤 한 대를 맞았던 날이다. 그날 나는 그 옷차림이 그 자리에 어울린다고 믿었고 그 믿음 하나로 단상에 섰다. 그날 사회는 재밌게 보았는데 이후로 오랫동안 나는 다시 마이크를 잡을 상상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북토크는 내게 단순한 행사가 아닌 '새로운 시도'였다. 낯선 도전 앞에서 나는 늘 팽팽하게 긴장한다. 작년 연말부터 시작된 기획 단계부터 행사 당일까지, 한 겹의 벽을 넘기 위해 써야 하는 에너지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실제 무대 위에서 마주한 나의 습관들.
진행을 해보니 나의 습관들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야기를 듣다 잠시 멍해지는 찰나에 놓쳐버린 말들, 빠른 리액션 대신 한 박자 늦게 도착하는 반응들. 유머와 재치는 늘 행사가 끝난 뒤에야 도착해 나를 민망하게 만들었다.
내 목소리는 차분하다.
이 차분함은 강점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정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가벼운 농담이 어색해질 수 있다는 점도 이번에 확실히 느꼈다. 다행히 "밤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다"는 격려를 얻었지만, 처음치고 괜찮았다는 그 평가의 무게를 온전히 가늠하기엔 스스로 아쉬움이 남았다.
행사가 끝나면 시원할 줄 알았는데,
마음은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완료했다는 해방감보다는 이제 막 시작했다는 감각이 선명했다. 그러던 중 며칠 전 읽은 롱블랙의 문장이 떠올랐다.
"감정과 행동을 가르는 기준은 생각이다. 어떤 생각이 내 안에서 우위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
복기할수록 아쉬운 장면들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글은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부정적인 생각이 떠올랐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부터 이미 '선택'은 시작된다고. 후회를 누르고 긍정으로 시선을 옮기는 반복이 결국 생각의 주도권을 되찾는 과정이라는 것이라고.
그래서 마음의 시선을 조금 옮겨보기로 했다. '너무 걱정된다'는 감정에 잠식되는 대신, 이만큼 걱정한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진심으로 임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속도를 높이기보다는 건방지지 않게, 천천히 나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이번 북토크는 새로운 글쓰기 공간인 '오마이뉴스'를 알게 해주었고, '시민기자'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선물해 주었다. 어떤 무대에 서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한 시간이었다.
결국 가장 크게 남은 것은 진행의 완성도가 아니었다. 한 사람의 삶이 이야기로 엮이는 순간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경험, 그리고 그 자리에 내가 서 있었다는 사실이다. 부정적인 생각은 앞으로도 반복되겠지만, 이제 그것이 나의 방향을 결정하게 두지는 않을 것이다. 생각을 인식하고 내려놓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첫 북토크를 마친 지금,
나는 결과보다
그 이후의 마음을 더 찬찬히 바라보고 있다.
-> 예고
문장사이 세 번째 무료 북토크
배대웅 작가와 함께 합니다!
-> 지금 신청가능합니다!
아래 신청링크를 눌러주세요!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