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과 문장』 북토크 후기
지난 토요일, 2025년 10월 25일.
두 번째 공저 작업을 한
『산책과 문장』 북토크가 열렸다.
장소는 강남 언주역 근처의
작은 독립서점, 무수책방.
그날은 공저 작가들과
에세이가주 식구 몇 명이 단란하게 모여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시간을
함께 축하하고 나누는 자리였다.
"출간 축하드려요."
이 평범한 한마디가
이토록 따뜻한 위로로 들릴 줄은
쓰고 난 뒤에야 알았다.
아마 책을 써본 사람,
혹은 그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 사람만이
그 말의 온도를 온전히 느낄 수 있으리라.
한 권을 온전히 써낸 작가든,
공저로 참여한 작가든
그 길에는 모두 같은 수고로움과
창작의 고통이 있었다.
비중이 작다고 해서
결코 덜 힘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한정된 분량 안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응축해 내야 했기에
한 문장 한 문장이 더 간절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온라인에서만 만나던 작가님들을 실제로 마주한 순간이었다. 기획을 도맡아준 가주 작가님을 비롯해, 정규 수업과 공저 작업으로 이어졌던 작가님들과 나눈 인사와 웃음이 참 따뜻했다. 매주 화요일마다 온라인 화면 속에서만 보던 얼굴들이 눈앞에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난 듯 반가웠다. 멀리 서라도 그 자리에 가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북토크는 독자와 작가의 만남일 뿐만 아니라 함께 글을 써온 동료 작가들과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대화의 장이었다. 서로의 쓰기 과정, 출간까지의 여정, 마음의 변화들을 나누다 보니 그 자리가 어느새 하나의 '작은 축제'처럼 느껴졌다. 서로의 문장을 응원하고, 다음 걸음을 기대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위로의 시간이었다.
혼자였다면, '출간 작가'라는 이름을 쉽게 얻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함께였기에 가능했고 그래서 더 뜻깊었다. 이번 공저는 정해진 주제와 테마 안에서 내 안의 기억과 감정을 꺼내어 정리할 수 있는 작은 자기 탐색의 시간이었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쓸 수 있을까?'
처음엔 막연한 두려움이 앞섰지만 코칭을 통해 조금씩 길이 열렸다. 마감이라는 마법 같은 시간이 다가오면 결국은 어떻게든 쓰게 된다는 것도 배웠다. 일기가 아닌, 타인에게 건네는 글로 써 내려가며 글의 구조와 단어 선택, 문장의 호흡을 다시 배웠다. '글쓰기 공부'라는 말이 이렇게 실감 나게 다가온 적이 또 있었을까.
처음엔 분량을 채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나중엔 오히려 덜어내야 하는 고통 아닌 고통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마치 시간여행을 하듯 그때의 나를 다시 불러내어 바라보게 되었다. 그 시절의 나를 이해하고, 그 상황을 이해하고, 결국은 타인과 그럴 수밖에 없었던 세상까지 이해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쓰기란 결국 나를 돌보는 일임을 이번 공저 작업을 통해 온몸으로 느꼈다. 올봄과 여름을 통째로 바쳐 썼던 그 시간들이 이제는 내게 너무도 값진 선물로 남았다.
다음 북토크가 열린다면
나는 아마 또 기꺼이 그 자리에 갈 것이다.
따뜻한 문장과 마음이 오가는 그곳엔,
언제나 다시 돌아가고 싶다.
나비의 공간을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