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마치 그림자 같다
비유를 배우는 수업 시간이었다. 화면 속 채팅창에는 ‘사랑은 마치 ○○○ 같다’라는 문장을 완성하려는 사람들의 단어들이 쉴 새 없이 찍히고 있었다. 뜨거운 커피, 달콤한 솜사탕 등 속도감 있게 지나가는 단어들 사이에서 이상하게도 나는 아무 말도 적지 못한 채 멈춰 있었다. 커서만 깜빡이는 빈칸이 마치 대답을 재촉하는 눈동자 같았다.
처음 머릿속을 스친 건 ‘구름’이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속성이 사랑과 닮았다고 생각했지만, 손가락은 움직이지 않았다. 어딘지 모르게 매끈하게 잘 가공된, 내 것이 아닌 옷을 입은 듯한 이질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때 불현듯 ‘그림자’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논리적인 설명보다 감각이 먼저 마음의 문을 두드렸다. 예쁘지도, 선명하지도, 심지어 밝지도 않은 비유였지만 마치 오래전부터 내 몸에 붙어 있던 단어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사랑은 마치 그림자 같다.
이유는 문장을 적고 난 뒤에야 천천히 뒤따라왔다. 그림자는 있다가도 없고, 사라졌나 싶으면 어느새 발치에 와 있다. 결코 붙잡을 수 없지만 내 몸에서 떼어낼 수도 없다. 빛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으면서도, 늘 빛의 반대편에서 나를 따라다닌다.
생각해 보면 나의 사랑도 늘 그러했다. 확인하려 손을 뻗으면 멀어지고, 끝났다고 믿는 순간에도 삶의 모퉁이에서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없다고 단정할 수 없으나, 있다고 해서 소유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그날 나는 비유를 지어낸 것이 아니라, 내 안에 고여 있던 진실을 발견했을 뿐이다. 감각이 앞장을 서고, 이유는 뒤에서 묵묵히 따라오는 방식이다. 사랑도, 글쓰기도 늘 그런 식으로 내게 찾아왔다.
나는 늘 잠시 멈춘 뒤에야 입을 뗀다. 생각이 정갈하게 정리되기 전까지는 말을 밖으로 내보내는 일이 조심스럽다. 그래서 나와 대화하는 이들은 종종 그 침묵을 답답해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멈춤의 시간 속에서 나는 비로소 가장 나다운 말을 고른다. 확신보다는 망설임을, 정답보다는 여백을 남기는 쪽을 기꺼이 선택하는 것이다. 사랑을 그림자에 비유했던 그 찰나는 내가 사랑을 대하는 태도이자, 글을 쓰는 방식이기도 했다.
그림자는 사랑이 그러하듯 여전히 내 곁에 있다. 빛의 각도에 따라 길게 늘어지기도 하고 짧게 웅크리기도 하며, 조용히 내 발걸음을 따른다.
나비의 끄적임에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