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길 멈추지 않는 일에 대하여
노래 : 알레프(ALEPH), Mingginyu(밍기뉴)
2023.04.11.
그 노래를 처음 만난 건 제주의 어느 한적한 카페였다. 건물조차 듬성듬성 떨어져 있는 조용한 동네, 손님이라고는 나와 일행 둘 뿐이었던 그 작은 공간은 인적보다 정적이 더 익숙해 보였다. 굳이 말을 보태지 않아도 충분한 자리였고, 우리는 그저 시간을 채우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흘려보내기 위해 그곳에 앉아 있었다. 카페에서 음악이 흐르는 건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이다. 처음엔 그저 배경처럼 지나가는 소리에 불과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무심결에 던져진 가삿말이 귓속으로 툭 하고 걸렸다.
"사랑하길 멈추지 마요."
과하게 애쓰지 않는 담백한 목소리였고, 무언가를 강요하거나 설득하려 들지도 않았는데 그 한마디가 이상하리만치 마음속에 오래 머물렀다. 나는 홀린 듯 그 자리에서 노래 제목을 검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였다. 이상한 날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러 떠난 그 길 위에서 그날은 유독 들려오는 곡마다 마음을 흔들었다.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제목을 확인하고 저장하기를 반복했다. 비우러 간 여행이었는데, 역설적이게도 나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마음속에 꾹꾹 담고 있었다. 고요한 공간에 가만히 앉아 있었지만, 내 안에서는 오히려 잊고 있던 무언가가 조금씩 생동하며 살아나는 기분이 들었다.
그 여름 내내 나는 그 노래를 들었다. 특별한 기념일이 아니라 아주 평범한 날들에. 이를테면 출근길이나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오는 퇴근길 같은 아무렇지 않은 순간마다 그 선율을 찾았다. 그럴 때마다 제주의 그 카페가 환상처럼 따라왔다. 사람이 없던 빈자리, 말이 없던 침묵의 시간, 그리고 그 사이를 가득 채우던 음악의 질감이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그리고 오늘, 무심코 넘기던 SNS 피드에서 다시 그 노래가 흘러나왔다. 분명 같은 곡인데 오늘따라 소리가 다르게 들렸다. 그사이 나의 시간이 혹은 마음의 모양이 조금은 변했을까. 문득 얼마 전 누군가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소설을 배우고 싶다는 내 말에 상대는 가볍게 물었다.
"어떤 소설을 쓰고 싶으세요?
연애소설도 쓰실 건가요?"
단순한 질문이었지만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대신 질문의 화살이 내부로 향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뜨겁게 사랑한 날이 언제였지?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날이 내게 다시 올까? 막막한 질문을 품은 채 다시 듣는 그 노래는 이전과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가시덤불 위 힘들어도"라는 가사는 이제 더 이상 단순한 위로가 아니었다. 그것은 차분하지만 단호한 제안이었다. 그래도 멈추지는 말자고, 끝내 마음을 닫지는 말자고 건네는 손길 같았다.
그 노래가 말하는 사랑은 어쩌면 타인을 향한 뜨거운 감정만을 뜻하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그것은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서도 여전히 삶을 긍정하고, 무언가를 기꺼이 좋아하고, 다시 마음이 움직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태도에 가깝다. 사랑이란 상태가 아니라 방향이고, 도착이 아니라 계속 걷는 걸음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 섞인 질문 대신 나는 조금 다른 질문을 오래 붙들기로 했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 다시 사랑하게 될까?" 그것은 가능성을 닫는 질문이 아니라 천천히 문을 열어두는 질문이었다.
제주의 그 카페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흐르는 음악에 몸을 맡겼던 그날처럼, 사랑 또한 요란하게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고요한 틈 사이에서 다시 깨어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비록 삶이 가시덤불 같을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멈추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나비의 끄적임에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