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삶이 되고, 삶이 글이 되는 순간
글쓰기는 나'와 오롯이 대면하는 시간이다. 글을 쓰려고 하는 동안은 세상의 소란을 등질 수 있다. (중략) 글쓰기라는 장치를 통해서 나를 세속화시키고 호기심을 무디게 하는 것들과 잠시나마 결별할 수 있으니, 관성적 생활 패턴에서 한발 물러서는 기회만으로도 글 쓰는 시간은 소중하다.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
나는 종종 다툼의 순간, 길고 긴 카카오톡 메시지로 내 마음을 토해냈다. 철저히 혼자가 되고 나면 수없는 말들이 머릿속을 휘젓고 다닌다. 꺼내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듯, 그 말들을 쏟아내면 속이 후련해진다. 받는사람은 끝없는 스크롤에 당혹스러웠을 테지만, 그때의나는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을 글로라도 전하고 싶었다. 그게 글쓰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졌을지 모르겠다.
이제는 답이 없는 상대에게 보다는 내게 묻고 답하는 시간으로 심신을 달랜다. 공개된 장소나 사람들 사이에서는 침묵을 지키던 내가 발견한 안전한 피난처, 그것이 바로 글이었다. 혼잣말이 되어버린 글일지라도 이내 찾아오는 그 평화로움이 좋았다.
처음에 글쓰기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두려움반 망설임 반으로 한 문장조차 만들어내기 힘들었다. 다시 글로 마음을 치유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천천히 써 보기로 했다. 글쓰기는 나를 들여다보는 작은 창이 되어 준다. 처음에는 타인과의 소통 도구였던 글쓰기가, 점차 나 자신과의 대화가 되어갔다. 점점 알 것 같았다.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세상의 소음을 잠시 내려놓고 온전히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을.
복잡하게 얽혀있던 생각들이 글을 쓰는 동안 하나둘 정리되고, 마음도 차분해진다. 혼란스럽고 불안했던 시기에 글은 나의 가장 따뜻한 친구가 되어주었다. 두서없이 감정들을 쏟아내는 게 좋았고, 쓰다가 표현의 한계에 부딪히면 내 이야기 같은 가사들을 적어보며 내 마음을 달래 보기도 했다. 그 시간들이 쌓이며 스스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들이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글을 쓰다 보니 일상의 작은 순간들도 특별해진다. 모든 것이 글감이 되어 준다는 말이 서서히 와닿기 시작했다. "이런 순간도 글이 될 수 있겠다"는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면서, 스쳐 지나갔을 순간들이 의미 있게 다가왔다. 삶이 글이 되고, 글이 다시 삶이 되는 순환. 그러다 보면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어지고, 자연스레 더 많은 책을 찾게 되며, 새로운 생각의 씨앗들이 싹틀 것만 같다.
책 한 권 제대로 읽지 못했던 내가, 이제는 문장 하나에감동하고 그 문장들과 대화를 나눈다. 마른땅에 내린 단비처럼, 글은 내 마음을 촉촉하게 적신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맑아진다. 글이 이어지지 않을 때는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옮겨 적어보곤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각이 이어지고, 어느새 글을 쓰게 된다.
글쓰기 연습으로 일기만 한 게 없다. 처음에는 육하원칙을 따라 딱딱하게 사실을 나열했었다. 쓸 말이 없을 땐 감사한 세 가지를 적고, 그다음엔 하루의 평범한 일상을 나열했다. 그러다 어느새 감정을 중심으로 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일기가 어느 날의 글이 되기도 했다.
어떤 날은 한 줄의 글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또 어떤 날은 끝나지 않을 속마음들을 쓰며 미처 몰랐던 내면의 목소리를 만나게 된다. 세상의 모든 소음이 잦아드는 그 순간, 나는 오롯이 나 자신과 마주한다. 글쓰기는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나 진정 소중한 것들을 발견하게 해주는 내면의 쉼터다.
글쓰기를 망설이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완벽할 필요는 없다. 당신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가치 있고, 누군가에겐 위로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위로의 시간이니 지금 이 순간, 당신의 마음에 떠오르는 그대로를 써 내려가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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