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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길

흘려보낼 것과 채워야 할 것들

by 꿈꾸는 나비

삶의 의미에 도달하는 데는 세 가지 길이 있다.


첫째, 일을 하거나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을 통해서.

둘째, 어떤 것을 경험하거나 어떤 사람을 만나는 것을 통해서.

셋째, 자기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운명에 처했을 때, 그 고난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초월하는 것을 통해서.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브런치 스토리에서 이 글귀를 만나면서 반나절 동안 이 세 가지를 머릿속에서 계속 뒤집어 보고 휘저어 보았다. 생각이 쉽게 정리되지 않을 때는 펜을 잡는다. 몇 번 읽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일을 하고, 경험을 쌓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공이 쌓여간다는 것은 나 역시 체감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지막 세 번째 길, 고난이 삶의 의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이 부분이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고난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힘은 무엇일까? 그 힘은 결국 내가 살아오면서 쌓아온 태도와 내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고난을 겪을 때, 당장은 그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알기 어렵다. 지금까지는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라는 말에 기대어 살았다. 당장의 해결책은 아니지만 회피하지도 맞서지도 않는 자세였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상황에서 내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이다. 시간이 지나야 만 보이는 것들,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다.


내 삶을 돌아보면, 이제야 흐르는 물살에 몸을 맡긴 것이 아니라 직접 노를 젓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예전에는 주어진 흐름을 따라갔다면, 이제는 이 방향으로 갈 수도 있고, 저 방향으로 갈 수도 있으며, 필요하다면 새로운 물길을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글을 쓰면서, 결국 내 삶의 중심이 '나 자신'에게로 모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과거를 돌아보며 내가 어떤 태도를 가졌고,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 그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버려야 할 것, 취해야 할 것, 더 채워야 할 것들을 하나씩 정리해 나가는 것이 지금 내 삶의 의미가 되어 준다.


앞으로는 내가 해왔던 일과 행동들을 의미 있게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겠다. 지속적으로 해 나갈 수 있는 방향에 대해 집중적으로 생각하며 살아야겠다. 지금 하는 은행 일은 점점 자리가 없어지는 추세라 항상 직업의 위기에서 떨고 있다. 글을 쓰기 이전의 나였다면, 내 자리가 유지되는 날까지만 일하겠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동안 다른 직업이 내게 있을 것이라 상상조차 하지 않았지만, 평생직장이라 여겼던 이 일도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다는 마음이 열렸다. 단,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일인지 두 번째 직업은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빅터 프랭클이 제시한 두 번째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나의 경험과 내 주변의 사람들은 내가 환경을 어떻게 세팅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며 억지로 맞춰온 관계들,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경험들, 무의미하게 나를 소모했던 순간들은 이제 기억에서라도 조금씩 흘려보내려 한다. 더 좋은 경험을 채울 공간을 만들어두기 위해.


평생 볼 사이라 단정 지었던 불편하지만 견뎌야 했던 직장 동료, 쓸데없는 오기와 호기심으로 주량 테스트를 해보거나, 끌리는 사람을 계산 없이 만나봤던 경험들, 하루 종일 하릴없이 TV를 틀어두고 공허하게 보낸 나날들. 이제는 삭제하고 싶은 순간들이다.


마지막으로 새결볼 삶의 의미, 고난을 통해 나 자신을 뛰어넘고 초월하라는 빅터 프랭클의 메시지는 내 머릿속을 오랫동안 맴돈다. 고난을 내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연습은 얼마나 해야 할까. 내 인생에서 가장 큰 고난은 '이혼'이라는 선택이었다. 지금 당장 이 단어를 쓰는 것마저 '결혼의 종결', '새로운 시작', '큰 결심' 등으로 돌려 말하려는 내 모습을 보며 아직도 그 고난을 온전히 극복하지 못한 나 자신을 마주한다.


그 결정의 시간이 지금 꼬물이의 나이와 같아서,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흘렀구나 싶지만 여전히 그 차가운 고통은 좀처럼 온기가 돌지 않는다. 당시 가장 힘들었던 것은 평범함을 깨는 일이었다. 순응적이고 말을 잘 듣던 아이였던 내가 반기를 드는 일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두려움 그 자체였다. 하지만 결국 그 선택을 해냈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그것은 단순한 헤어짐이 아니라 더 큰 삶의 의미를 찾고자 했던 과정이었으리라.



겁먹고 결정을 미뤘던 날들보다, 결국 더 큰 산을 넘으며 나는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야 세 번째 삶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아차릴 수 있을 것 같다. 여전히 꼭 '고난'이 내 삶에 필요한 것인지 순순히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제는 내 삶의 방향을 스스로 선택하고, 의미 있는 길을 만들어 가고 싶기에, 고난도 인정할 수 있는 성숙한 나의 모습을 기대한다. 나는 계속해서 묻고, 정리하고, 나아갈 것이다. 언젠가, 지금의 이 질문들과 고민들이 모여 또 다른 나를 만들어 줄 것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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