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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May 06. 2023

김밥과 국물 떡볶이

사 먹고 싶어요.


감기에 걸린 막내가 컨디션이 아직도 좋지 않다.

계속 안아달라고 하는 통에 하루종일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감기에 걸렸지만 컨디션이 많이 좋아진 큰 아이와 둘째가 많이 심심해하길래 좋아하는 김밥 만들기를 같이 해보기로 했다.



우리의 저녁과 늦게 퇴근하는 신랑의 저녁, 근처 사시는 시부모님, 형님댁 김밥까지 넉넉히 만들려니 재료 준비만 해도 꽤 시간이 걸렸다.

막내가 늦은 낮잠을 자고 있는 그 사이에 끝내려고 얼마나 종종걸음을 했나 모른다.



곧 8살이 되는 큰 아이는 서툴지만 다부진 손놀림으로 원하는 재료만 넣은 자신만의 김밥을 완성했다. 얼마 전 5살이 된 둘째도 먹고 싶은 재료 듬뿍 넣은 김밥을 만들었다. 중간중간 엄마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완성된 김밥을 보며 뿌듯해하는 아이들이 대견했다. 



바로 잘라 접시에 담아주니 앉은자리에서 김밥 한 줄씩 뚝딱. 순식간이다.

늦은 저녁으로 배도 많이 고팠겠지만, 직접 만드니 그 재미와 맛이 더 좋았을 것이다.

이제 내가 나머지 재료들로 김밥을 만들 차례.

적어도 10줄은 말아야 하니 마음이 급했다.

 한 장을 꺼내려는 찰나, 나의 이 급한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막내가 깼다.

후훗..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지.

'급했던 마음을 좀 진정시키라는 계시인가'하고 좋게 생각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마음이 더 급해져 버렸어!!!!



다행히 찡찡대던 막내가 김밥 재료를 보고 기분이 좋아졌다. 돌 지나면서부터 무엇이든 스스로 하려는 3살 막내. 김밥 만들기도 여러 번 해본 터라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앉아 김 위에 밥을 펼치고, 재료를 올린다.

내가 조금씩 도와주며 함께 만들다가 한 3줄쯤 말았을 때 이러다가 밤새서도 못 만들겠다 싶어서


"너~무 잘 만들었다. 이제 잘라서 먹어보자~"

"저쪽 거실에서 TV 보면서 먹을까?"

"주스랑 같이 먹을까?"


김밥 만들기에 푹  빠진 아이를 멈추게 하기 위해 TV와 주스까지 제안했건만 아이는 멈출 생각이 없다.

하는 수 없이 끝까지 같이 만들었다.

저녁 7시에 시작한 김밥 만들기는 밤 11시가 다되어 마무리 됐다.

마침 집에 도착한 신랑과 마주 앉아 국물 떡볶이에 김밥을 먹으니 한국이 새삼 그리워졌다.



한국이었으면, 손쉽게 사 먹을 수 있는 음식들 인데....

폰으로 배달시켜 집에서 편히 먹을 수 있는 음식들 인데...

한국에서는 언제든 먹을 수 있는 흔한 음식들도 여기서는 참 귀하고, 소중하다.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이 (매우)많이 걸렸지만 이렇게라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맙다.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며 힘이 났고, 아이들에게 야채를 많이 먹일 수 있어 뿌듯했고, 만드느라 고생 많았다고 너무 맛있다고 칭찬해 주는 신랑의 말에 행복이 가득 피어났다.

나는 머지않아 또 김밥을 만들겠지만, 저 깊은 마음 한 구석에서 진실의 소리가 들려온다.


"사 먹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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