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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May 09. 2023

영어 울렁증 1

내향인의 해외생활


결혼한 지 벌써 10년째.

캐나다에 온 지 벌써 10년째.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해외생활 10년이면 당연히 영어를 아주 유창하게 잘하게 되겠지'하고 막연히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다른 이들 역시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 긴 시간이면 살면서 주워들은 영어가 얼마일 것이며,  공부를 해도 충분한 시간이 아니던가.

나도 먼 옛날에 그랬었다. 고작 1년 어학연수를 다녀왔는데도 뛰어난 영어실력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해외 생활을 하면 당연히! 자연스럽게!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영어실력이 는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그 모든 기대를 저버리는 실망스러운 상태이다.  아직도 영어울렁증이 심해 현지인과 대화를 하려면 식은땀이 나고, 긴장하여 심장이 쿵쾅 거린다.


캐나다에 올 때만 해도 내향적인 모습에서 탈피하여 만나는 사람마다 활기차게 말도 걸어보고, 친구도 많이 만들겠다는 힘찬 다짐을 했었더랬다.

하지만 현실은 그냥 캐나다로 장소만 옮긴 집순이였다. 낯가림이 심하고 소심한 성격이 해외에 나왔다고 한 순간에 파워 외향인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신랑이 출근한 텅 빈 집에서 열심히 영어강좌와 미드며 하루를 보냈다.

작은 시골 마을이라 어학원 같은 것도 없고, 딱히 돌아다닐 만한 곳도 없어서 마트에 장 보러 가끔 가는 게 외출의 전부였다.

신혼 초에는 내 차가 없어 마트까지 20분 정도를 걸어가야 했는데 길에서 마주치는 한두 명의 사람과 "헬로" 인사하고, 마트에서 계산 후 "땡큐"했다.


신랑과 외출할 때는 신랑이 모든 것을 다 해주었다. 다정다감한 성격이라 앞장서서 챙겨주었고, 본인이 캐나다로 이민 왔을 때 도움받지 못해 느꼈던 막막함을 내게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더랬다.

영어를 못해도, 하지 않아도 불편함이 없었다.


그렇게 일 년, 일 ...

 

혼자 오롯이 아이 셋을 키우느라 전쟁 같았던 8년을 포함하여 10년째가 된 지금.

영어를 못한다는 것은 큰 부끄러움 이자 불편함이 됐다. 아이가 학교를 가면서 친구들의 엄마와 이야기를 주고받아야 하고, 선생님과 상담을 해야 하고, 병원이나 방과 후 활동 등의 각종 예약들도 해야 하는데 나는 아직도 10년 전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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