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울렁증 2

내향인의 해외생활

by 은은한



아이들이 방과 후에 하는 활동이 몇 가지가 있다. 보호자가 시간에 맞춰 데려다주고, 데려와야 하는지라 항상 함께 간다. 그곳에서 다른 엄마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과 웃으며 인사하는 첫 만남은 언제나 좋다.


이곳의 사람들은 대부분 친절하고 상냥하다. 하지만 몇 마디 나누다 보면 영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금방 들통나 버리니 더 이상 말을 걸지 않는다. 스몰토크가 일상인 사람들인데 굳이 말도 안 통하는 이방인을 챙겨줄 이유가 없을 것이다. 백번 이해하지만 씁쓸함은 떨칠 수 없다.



내 탓이다.



10년을 살며 기본적인 말도 안 되는데 얼마나 한심해 보일까.

자책하고 반성해 보지만, 임신-출산-육아의 반복.

어린아이들 셋을 키우면서 24시간 독박육아였던 현실에서는 하루하루 살아내기도 버거웠었다.

그 시절로 돌아간다고 해도 영어공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걸 알고 있다.

온 힘을 다해 독박벌이를 해야 했던 신랑의 고단함 역시 잘 알기에 서운하게 생각지 않는다.

문제는 지금이다. 더 늦기 전에 해야 한다.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어린아이들처럼 몇 번 써본 문장들이 자연스럽게 흡수가 되거나, 상황에 따른 문장들을 통으로 외워서 쓰는 게 나는 되지 않는다.

양쪽 귀가 터널 마냥 통으로 뚫려있는지 한쪽 귀로 들어온 ABCD는 ktx처럼 빠르게 반대쪽 귀로 흘러 나가 버린다. 잘 가요 ABCD...

회화 위주로도 공부해봤지만 응용이 안된다. 대화를 많이 해보면 저절로 된다는데 긴장 속에서 한 대화는 하얗게 불타버려 남는 게 없었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서는 아는 것도 말하지 못한 아쉬움에 이불킥!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것 같아 슬퍼진다.



예전부터 언어 쪽으로는 영 재능이 없었다.

그냥 기억력이 안 좋은 것인가 싶었는데 다른 것들은 또 그럭저럭 나쁘지 않고...

결혼 전 해외여행을 몇 번 갔었었다. 그때마다 그 나라의 기본적인 언어들을 익혀가기 위해 나름 공부해 봤지만 잘 안 됐다. 배우고 싶은 언어가 있어 학원도 다녀봤었는데 그래도 안 됐었다. 난 도저히 언어 쪽은 안될 것 같아 해외에서 절대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사람인생은 참 알 수가 없다.

캐나다에 왔고, 무조건 영어를 해야 한다.

이제 아이들도 손이 조금 덜 가고, 시간적 여유도 조금씩 생기니 지금 뭐라도 해야 한다.




기초가 없으니 응용도 안되고, 입이 도저히 열리지 않는 것 같아 기초를 먼저 다져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그래서 문법을 시작했다.

요즘에는 유튜브에 좋은 강좌들도 많아 하루에 잠깐이라도 꼭 챙겨보려고 노력한다.

공부한 것들이 쉽게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아 계속 반복을 한다. 기억에 남을 때까지 무한반복.

많이 늦었지만 지치지 않고 차근차근 꾸준히 해보려고 한다.

안되는 것은 없다. 그동안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못했던 것이다.

그냥 모든 것은 변명일 뿐이며, 핑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지금의 노력이 나의 평생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커나가는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엄마가 되지 않기 위해. 바쁜 일과 중에도 나를 대신해 대외적인 모든 일들을 해야 하는 신랑을 위해. 무엇보다 나 스스로의 자립을 위해.


앞으로 10년 후에는 누구보다 자유롭게 영어로 대화하는 내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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