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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May 11. 2023

영어 울렁증 2

내향인의 해외생활



아이들이 방과 후에 하는 활동이 몇 가지가 있다. 보호자가 시간에 맞춰 데려다주고, 데려와야 하는지라 항상 함께 간다. 그곳에서 다른 엄마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과 웃으며 인사하는 첫 만남은 언제나 좋다.


이곳의 사람들은 대부분 친절하고 상냥하다. 하지만 몇 마디 나누다 보면 영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금방 들통나 버리니 더 이상 말을 걸지 않는다. 스몰토크가 일상인 사람들인데 굳이 말도 안 통하는 이방인을 챙겨줄 이유가 없을 것이다. 백번 이해하지만 씁쓸함은 떨칠 수 없다.



  탓이다.



10년을 살며 기본적인 말도 안 되는데 얼마나 한심해 보일까.

자책하고 반성해 보지만, 임신-출산-육아의 반복.

어린아이들 셋을 키우면서 24시간 독박육아였던 현실에서는 하루하루 살아내기도 버거웠었다.

그 시절로 돌아간다고 해도 영어공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걸 알고 있다.

온 힘을 다해 독박벌이를 해야 했던 신랑의 고단함 역시 잘 알기에 서운하게 생각지 않는다.

문제는 지금이다. 더 늦기 전에 해야 한다.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어린아이들처럼 몇 번 써본 문장들이 자연스럽게 흡수가 되거나, 상황에 따른 문장들을 통으로 외워서 쓰는 게 나는 되지 않는다.

양쪽 귀가 터널 마냥 통으로 뚫려있는지 한쪽 귀로 들어온 ABCD는 ktx처럼 빠르게 반대쪽 귀로 흘러 나가 버린다. 잘 가요 ABCD...

회화 위주로도 공부해봤지만 응용이 안된다. 대화를 많이 해보면 저절로 된다는데 긴장 속에서 한 대화는 하얗게 불타버려 남는 게 없었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서는 아는 것도 말하지 못한 아쉬움에 이불킥!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것 같아 슬퍼진다.



예전부터 언어 쪽으로는 영 재능이 없었다.

그냥 기억력이 안 좋은 것인가 싶었는데 다른 것들은 또 그럭저럭 나쁘지 않고...

결혼 전 해외여행을 몇 번 갔었었다. 그때마다 그 나라의 기본적인 언어들을 익혀가기 위해 나름 공부해 봤지만 잘 안 됐다. 배우고 싶은 언어가 있어 학원도 다녀봤었는데 그래도 안 됐었다. 난 도저히 언어 쪽은 안될 것 같아 해외에서 절대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사람인생은 참 알 수가 없다.

캐나다에 왔고, 무조건 영어를 해야 한다.

이제 아이들도 손이 조금 덜 가고, 시간적 여유도 조금씩 생기니 지금 뭐라도 해야 한다.




기초가 없으니 응용도 안되고, 입이 도저히 열리지 않는 것 같아 기초를 먼저 다져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그래서 문법을 시작했다.

요즘에는 유튜브에 좋은 강좌들도 많아 하루에 잠깐이라도 꼭 챙겨보려고 노력한다.

공부한 것들이 쉽게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아 계속 반복을 한다. 기억에 남을 때까지 무한반복.

많이 늦었지만 지치지 고 차근차근 꾸준히 해보려고 한다. 

안되는 것은 없다. 그동안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못했던 것이다.

그냥 모든 것은 변명일 뿐이며, 핑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지금의 노력이 나의 평생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커나가는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엄마가 되지 않기 위해. 바쁜 일과 중에도 나를 대신해 대외적인 모든 일들을 해야 하는 신랑을 위해. 무엇보다 나 스스로의 자립을 위해.


앞으로 10년 후에는 누구보다 자유롭게 영어로 대화하는 내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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