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꽃밭용 땅이 있는데 3년간 허허벌판으로 놔두다가 이제 아이들도 조금커서 꽃밭에 물 줄 시간은 있을 것 같아 이것저것 맘에 드는 모종들을 사 와 심어 가꾸고 있다.
아직은 작은 모종들이지만 몇 년 키우면 키도 커지고 잎도 풍성해져 꽃도 많이 피워낼 것이다. 어느 정도 크면 꺾꽂이로 번식시켜 개체수를 계속 늘려갈 생각인데 벌써부터 신이 난다.
해가 갈수록 크기가 커질 아이들이라 간격을 두고 심었더니 아직은 조금 허전하지만 여름 내내 푸른 잎과 예쁜 꽃들을 피우며 자라나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뿌듯하고 행복했는지 모른다.
고맙게도 작년에 심었던 채송화에서 퍼져 나온 씨앗들이 엄청나게 많은 싹을 틔워 허전한 공간에 옮겨 심어줬고, 다람쥐가 묻어놓은 해바라기씨가 약 20포기 정도 싹을 틔워 꽃을 피우려고 하고 있다. 채송화는 어찌나 잘 자라는지 알록달록 예쁜 꽃에푹 빠져버렸다.
몇 년째 텅텅 비어있는 밭
좋아하는 것들로 심어주었다
쑥쑥 자라 꽃이 많이 피어났다.
핑크장미. 부드러운 핑크색이 아름답다. 여름 내내 피고, 지고해서 꽃을 오랫동안 볼 수 있다.
수국. 시든 꽃대를 다 잘라주었는데 신기하게 또 꽃이 피었다. 기특하다.
둥그런 채송화. 꽃다발 같아 너무 예쁘다. 채송화가 종류가 많다는데 이 채송화는 너무 맘에 든다. 우리 집에도 사방으로 퍼지는 스타일과 이 둥그런 스타일 2종류가 있는데 이게 너무 예쁘다.
다람쥐야 고마워! 제일 먼저 꽃을 피운 해바라기.
키가 작은 종인지 키가 많이 작다.
토마토가 잘 익어가고 있다.
몰랐는데 오른쪽 아래에 해바라기 싹이 여러 개가 있구나. 이러다 해바라기밭이 될듯하다.
위의 토마토에서 가지를 꺾어 심은 토마토다. 한 뼘만큼도 안 되는 크기인데 꽃이 피고 열매가 열렸다. 크기가 방울토마토만 하다.
부추가 꽃을 피웠는데 너무 예쁘고 달콤한 향이 너무 좋아 꽃병에 꽂아놓았다. 별이 내린 듯 너무 예쁘다.
물이 부족해 정원에 물 주기가 금지되어 한동안 꽃밭에 신경 쓰지 않다가 오랜만에 살펴보러 갔는데 나의 채송화들이 마구 뽑혀 있었다.
뿌리째 뽑혀 나뒹굴고 있었다. 아주 엉망이 되었다.
어떤 것들은 꽃만 싹 없어졌다. 뿌엥.. 내 채송화!!!
사슴이 그랬을 것이라고 추측만 할 뿐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다 오늘 새벽 화장실 가는 길에 혹시나 하고 창문으로살펴보다가 범인을 발견했다. 역시 사슴이 범인이었다.
아주 덩치 큰 암컷사슴과 수컷사슴, 아직 어린 아기 사슴 세 마리가 집 앞 잡초들을 뜯어먹고 있었다.
계속 지켜보니 수컷사슴이 꽃밭으로 들어가서 남아있는 채송화를 뜯어먹으려고 했다.
얼른 현관문을 열고 불을 켜서 쫓아내니 서둘러 풀숲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그것은 훼이크다!!
한 10분쯤 기다리니 다시 슬금슬금 나와서 다시 채송화로 돌진... 이번에는 차고문을 올리고 손을 마구 휘저었더니 멀리 가버렸다.
오늘은 쫓아냈지만 내일도 올 테고 계속 올 테니 그냥 맘 편히 먹이 준다고 생각하고 있어야겠다.
작년에는 포도나무에 잘 익은 포도를 몇 날며칠 동안 와서 다 따먹었었는데 올해는 포도가 흉년이라 대신 채송화를 먹나 보다. 이제 곧 날도 추워지고 꽃들도 다 질 테니 상관없지만 꽃들이 지면서 씨앗을 맺고 다시 퍼뜨려야 내년에도 싹이 많이 날 텐데그러지 못해 속상하다.아침에일어나자마자 꽃밭으로 나가 남아있는 채송화에 맺혀있는 씨앗들을 하나하나 모았다. 오늘밤에도 사슴이 올 테니 마음이 급했다. 조금이지만 잘 보관해서 내년봄에 뿌려주어야겠다.
달리아도 위쪽 꽃만 뜯어먹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달리아는 뿌리로 번식하는 식물이라 꽃이 없어도 괜찮다. 사슴이 뷔페식으로 다양하게 먹은듯하다. 근처에 풀들이 지천으로 널려있는데 사슴눈에도 꽃들이 예쁘고 맛있게 보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