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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Sep 10. 2023

캐나다 자연재해 2

홍수


2년 전 여름.

심한 산불로 언제 대피명령이 떨어질지 몰라 짐을 싸놓고 지냈다. 가을이 되어 비가 내리고 기온이 내려가면서 산불이 잦아들고 모두가 안정을 찾았다. 그런데 초겨울로 접어든 11월 중순에 홍수가 났다.




눈이 내렸어야 할 시기에 이상기온으로 산꼭대기에 비가 내렸다. 여름에 발생한 산불로 나무들이 모두 타버린 곳이었다. 감당할 수 없는 아주 많은 비가 내렸다. 산 위쪽부터 흘러내려온 물은 하천을 따라 우리 마을까지 순식간에 도착했고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하천 근처에 있는 집들이 잠기기 직전이었다. 새벽에 벌어진 일이라 경찰관들은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사람들에게 대피하라고 알렸다. 짐을 쌀 새도 없이 사람들은 긴급히 대피해야 했다. 물은 계속 불어났고 집들은 물에 잠겨갔다. 자동차로도 물을 헤치고 나갈 수 없어 뒤늦게 탈출하려는 사람들은 불어난 물에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컨테이너로 만든 집은 거센 물살에 떠내려가다 다리를 만나 부서졌고, 사람들은 집이 떠내려가는 것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가까운 큰 도시 A, B 두 군데에 이재민을 위한 지원센터를 마련하고 피난 온 사람들을 지원했다. 차가 없거나 거동이 불편한 분들은 시에서 지원하는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우리 집은 상대적으로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피해가 없었고, 홍수 소식을 아침에 일서 나서야 들었다. 물에 잠기지 않은 집들은 대피하지 않아도 되었는데 상수도시설과 하수처리시설이 곧 물에 잠겨 물을 쓸 수도, 버릴 수도 없게 된다고 했다.

생수는 여분으로 사놓은 게 있어 양치나 음식을 할 때 쓸 용도의 물을 좀 받아놓았다. 미리 쟁여둔 냉동식품들이 많아 음식 걱정도 없었다. 많이 불편했지만 다행히 전기는 끊기지 않아 이틀을 집에서 지냈다. A도시로 대피했던 사람들이 지원을 받지 못해 추운 날씨에 아이들과 밤까지 차에서 떨며 대기했다는 굉장히 힘들었다고 하여 집을 떠나기가 주저되었다. 그러다 이런저런 이유로 도시 사람들 모두 떠나는 게 좋겠다는 권고가 있었고 A, B 두 도시 중 B도시로 갔던 지인분이 불편함 없이 편히 지내고 있으니 B도시로 오라고 연락을 주셨다. 우리는 문단속을 철저히 한 후 짐을 챙겨 B도시로 향했다. 출발 전 복구를 도와주러 오신 분들께 드릴 음식이 부족하단 말을 듣고 우리가 가지고 있던 음식들을 챙겨 전해드리고 떠났다.


우리는 B도시에 도착하여 지원본부가 차려진 한 대형교회로 향했다. 도착한 순서대로 번호표를 받아 대기하다 차례가 되면 담당자와 상담을 하여 상황에 맞게 호텔을 지정받고, 기타 지원들을 받게 된다. 우리는 시부모님, 형님네와 같은 호텔로 지정받았고, 생필품과 옷 신발 등을 살 수 있는 바우처와 식당 바우처를 받았다. 지정된 마트에서 지정된 금액만큼 필요한 물건들을 살 수 있었고, 계산할 때 바우처를 보여주면 됐다. 지원금액이 꽤 컸는데 필수품 이외의 것들은 사지 못하게끔 품목이  정해져 있었다. 식사 역시 하루 3번 지정된 식당에서 먹을 수 있었다. 가족마다 지정된 식당이 달랐는데 시댁식구 모두 같은 식당이었고, 우리는 다른 식당이었다. 아침에는 샌드위치가게였고 점심과 저녁은 패밀리레스토랑. 메뉴는 자유롭게 고를 수 있지만 한 끼당 가격이 정해져 있어서 금액에 맞춰 주문하면 됐는데, 혹시 금액을 넘겨 주문했다면 차액만큼만 더 계산하면 되었다.

호텔도 너무 편하고 좋았으며 이런저런 지원을 많이 받아 너무 감사했다. B도시분들은 피난 온 옆도시 사람들을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어디를 가든 위로의 말을 들었으며, 물품 기부를 많이 해주셔서 평소보다 더 풍족하게 지냈다.

대형 교회 로비에 기부받은 물품들을 가득 진열해 놓고 누구나 필요한 만큼 가져갈 수 있게 했다. 너무나 감사했다. 일주일 정도를 잘 지낸 후 일주일이 더 연장이 되었는데 우리는 3일 정도 더 호텔에 있다가 상황이 나아져서 집으로 돌아왔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도시 곳곳에서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진흙으로 뒤덮인 공원들을 정리하고 부서진 다리를 다시 만들고 있다. 아직 수리되지 않은 집들도 여럿 있으며, 부서진 하이웨이는 이제야 완성이 됐다. 집을 잃고, 여러 피해를 입은 분들이 많지만 서로 조금씩 도우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이렇게 해마다 반복되는 자연재해가 앞으로는 더 심해진다고 하니 앞으로가 정말 걱정이다. 지구가 아프다고 소리치는 것 같아 미안하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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