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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Aug 19. 2023

캐나다 자연재해 1

산불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연기가 자욱하다.

어제까지만 도 이렇게 심하지 않았었는데 산불이 더 심해졌거나 근처에 큰 불이 난듯하다.

산불 난 곳을 알아보려고 핸드폰에 깔아 둔 어플을 켰다.


BC주에서만 이 정도니 사는 곳이 어디였든지 산불로 인한 연기를 피할 수 없겠다 싶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연기로 잠깐이라도 문을 열면 나무 타는 냄새가 심하게 나고 자동차 위로 재들이 수북이 쌓여있어 아이들과 외출을 자제하고 실내에 머물고 있다.


오늘 아침 창밖풍경. 연기가 자욱하다.


우리 동네는 상황이 낫지만, 근처 큰 도시에는 아주 큰불이 났다. 손 쓸 수 없을 정도의 큰불이라  약 2,500가구가 급하게 대피했고, 약 4,800가구가 대피 대기 상태이다. 얼마나 두렵고 막막할지... 그 마음을 잘 알기에 모두 아무 일 없이 무사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매년 심한 산불이 어김없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 역시 비가 오지 않아 아주 건조한 상태에다가 38도가 넘는 고온으로 인한 자연발화가 많이 발생했다. 모든 것이 바짝 말라있는 상태라 한번 불이 나면  순식간에 번지는데 차량으로 접근할 수 없는 험한 곳이 많고, 그 규모가 너무나 크기 때문에 불 끄기가 쉽지 않다. 비가 시원하게 내려주면 좋을 텐데 몇 주째 비 소식이 없다. 호수는 녹조현상으로 입수가 금지되었고, 모닥불 등 야외에서 불 피우는 것도 금지다. 생활용수로 쓸 물이 모자라 잔디밭이나 꽃밭에 물 주는 것도 금지되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열심히 물 주며 키웠던 내 꽃밭의 꽃들도 이제 작별 인사를 해야 한다. 샤워도 간단히 하고, 야외 수영장에 물 받는 것도 금지다. 상황이 좋지 않으니 모두 동참해야 한다. 




재작년 8월의 일이었다.

몹시 더운 날씨에 비는 오랫동안 내리지 않고, 유독 마른번개가 많이 쳐서 집 근처에서도 산불이 많이 발생했었다. 한밤중 친 번개가 근처 들판에 떨어져 불이 났고,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 짐을 싸놓으란 경고를 들었다. 우리는 그렇게 여름 내내 거실에 짐을 싸놓은 채로 지냈다. 그러다 서쪽으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서 아주 큰불이 났는데 거대한 산 몇 개를 태우며 우리 동네 근처까지 왔었다. 앞산 너머로 거대한 연기가 피어올랐고 바람이 동네 쪽으로 부는 날에는 연기와 재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대피해야 할 듯한 상황이었다. 마을 북쪽 방향에서도 산불이 크게나 근처 사는 사람들이 모두 대피해야 했다. 불이 도시로 번지지 못하게 모든 헬기와 비행기가 총출동했고, 수많은 산불진화대원은 필사의 사투를 벌였다.

다행히 비가 내리고 모두가 목숨을 건 노력을 해주신 덕분에 불은 진화되었다. 대피했던 사람들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주변 상황이 안심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기에 우리는 가을이 되어서야 싸두었던 짐가방을 풀 수 있었다. 사방에 산불이 번지고 있는 상황에 딱히 피난 갈 곳도 없었던 터라 그해 여름은 너무나도 무서웠었다. 

2021년 8월. 산불로 인한 연기
2021년 8월. 산 너머에서 불이 번져 오고있다.


가을이 되어서 날도 선선해지고 종종 비도 내려

그렇게 다시 평화가 찾아온 듯싶었다. 

하지만 그해 11월. 우리는 다시 짐을 싸야 했다.

이번엔 홍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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