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은한 Aug 13. 2023

오늘 점심은 컵라면

불량품을 만나다


더운 여름날.

아이들 점심을 챙겨주고 난 후 나도 밥을 먹어야 하는데, 내 밥 차리기는 왜 이리도 귀찮은지.

신랑, 아이들 끼니는 그래도 영양 부족하지 않게 나름 신경 써서 준비하게 되는데  먹을 거는 대충 차리기 일쑤다. 아마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러실 것이다. 내 밥 차릴 때만이라도 신경 덜 쓰고 싶은 마음이랄까. 예전 엄마가 차려주시던 영양만점의 가짓수 많았던 매 끼니들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결혼 후에야 깨달았다. 매번 어떤 음식을 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부터 재료손질, 요리하기, 차려내기, 뒷정리하는 것까지 시간과 정성이 여간 드는 게 아닌 것이다. 나도 잘 챙겨 먹어야지 늘 다짐하지만 아이들 차려주고 남은 반찬에 밥 먹거나 라면으로 때우는 게 제일 편하고 좋다. 

지금 집에 짜장라면, 비빔면, 쫄면, 냉면도 있지만 오늘은 얼큰한 국물이 먹고 싶으니 국물이 있는 일반 라면으로 정했다.

그마저도 끓이는 게 귀찮아 컵라면을 꺼내왔다.

이 정도의 귀찮음이라면 한 끼 건너뛸 법도 한데, 한 끼 안 먹으면 살도 빠지고 좋을 텐데 먹는 것을 좋아해서 그러기는.. 정말.. 쉽지 않다.


전기포트에 넣은 물이 끓을 동안 컵라면을 꺼내왔다. 그런데 컵라면이 어딘가 이상하다. 뚜껑이 잘못 붙여져서 사이가 다 벌어져있다.

잡아당기라는 화살표 부분은 아주 단단히 붙어있지만 겨우 걸쳐져 있다. 공장의 기계들도 실수를 할 수 있지. 그런데 틈이 좀 크다.

이 정도 틈이라면 온갖 벌레나 먼지 다 들어가고도 남았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한 개씩 낱개로 비닐포장 되어있지는 않았지만 12개들이 한 박스로 전체 비닐포장이 되어있었다.

공장에서 만들어져서 바로 포장했으면 문제없을 것 같다. 게다가 뜨거운 물에 푹 익혀먹는 것이니까 괜찮다. 그래도 혹시 몰라 뚜껑을 뜯어 벌레나 다른 이상이 없나 이리저리 살펴보며 마지막 남은 깔끔을 떨어본다. 구입처가 하이웨이로 1시간 거리에 있으니 교환하러 가기도 좀 그렇다. 먹거나 버리거나 둘 중 하나인데 사실 큰 문제가 없으면 그냥 넘어가는 성격이라 처음부터 먹을 생각뿐이었다. 하하하.


뜨거운 물 부어 잘 익힌 컵라면을 잘 익은 알타리김치와 먹었다. 바로 이 맛이지!!

컵라면은 먹을 땐 너무 맛있는데 먹고 나면 뭔가 건강에 좋지 않은 걸 먹은듯한 죄책감도 들고 후회된다. 게다가 컵라면 하나로는 부족해서 밥을 말아먹고, 빵까지 추가로 먹었다.


내일은 귀찮아도 밥을 제대로 차려 먹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한국 가고 싶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