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한국인 가족이 꽤 살고 계신다.
서로 왕래하며 지내는 세 집 중 두 집이 한국에 간다고 한다. 형님도 이번에 두 명의 아이들과 함께 한국에 다녀오신다고 한다. 다들 한국 가신다고 하니 나도 너무 가고 싶다.
친정식구들 못 뵌 지도 오래됐다. 엄마는 셋째 출산 때 와주셨으니 3년 전에 뵀었고, 아버지는 둘째 출산 때 오셨었으니 5년 전에 뵀었다.
대신 화상통화로 자주 통화를 하고 있다. 부모님께서는 아이들과 같이 이야기도 더 해보고, 얼굴도 더 보고 싶어 하시지만 화면너머 손주들은 자꾸 자리를 이탈하기 일쑤다. 만족스럽게 통화를 한 적이 거의 없다. 얼마나 만나고 싶으실까. 어린아이들 데리고 장시간 비행기 타는 것이 어렵고 힘든 걸 아시기에 적극적으로 말씀은 못하시지만 이쁜 손주들 직접 안아보고 싶은 마음이 크셔서 한국에 한번 왔으면 하는 마음을 자꾸 내비치신다.
나도 정말 가고 싶지만 집에서도 애들 셋과 씨름하느라 진이 빠지는데 11시간 비행을 어찌 버틸까 싶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부모님께서 와주시길 바랐었다.
더 나이 드시면 장거리 여행은 못하실 테니 여행도 하실 겸 부모님께서 한번 더 오신다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요즘 두 분이 부쩍 병원을 자주 다니시게 되어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아무리 고되어도 내년에는 나와 아이들이 가기로 했다. 더 늦기 전에 아버지께 막내도 보여드려야 하고 나도 가족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그저 서로 잘 살면 된다지만 이제 연세 많으신 부모님께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기에 갈 수 있을 때 한 번이라도 더 찾아뵈야겠다는 생각이다.
맘 같아서는 올해 다녀오고 싶었지만 올해는 아이들의 한국 여권도 아직 발급되지 않은 상태고, 미리 끊어놓지 않은 비행기표는 너무나 비싸며, 9월 초 둘째의 유치원 입학이 있어서 오래 머물다 올 수 없기에 내년을 기약하기로 했다.
내년 7월 초에 방학하자마자 가서 9월 중순쯤 까지 한국에 있다가 돌아올 계획이다.
가서 특별히 어디 돌아다니지 않아도 그저 가족과 함께 밥 먹고, 얘기하고, 웃는 그런 일정이라면 충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