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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Mar 31. 2024

캐나다에서 아이 셋 키우기

간추려봐도 긴 이야기

첫째 아이는 8살 / 3학년이다.

둘째 아이는 5살 / 킨더가든에 다닌다.

셋째 아이는 3살 / 프리스쿨에 다닌다.



프리스쿨은 킨더가든에 입학하기 전 다니는 곳으로 3살, 4살 때 다닐 수 있다. 기초적인 공부나 여러 활동 등을 하고 단체생활의 규칙들을 익히는 곳으로 1시간 반~ 2시간 반 정도의 짧은 시간만 보내고 온다. 프리스쿨과 비슷한 곳으로는 데이케어라는 곳이 있다. 프리스쿨은 유치원 들어가기 전 예행연습을 하러 가는 곳이고, 데이케어는 대부분 오랜 시간 아이들의 돌봄을 맡기는 곳이다. 이 두 가지를 잘 섞어놓은 곳이 한국의 어린이집인 것 같다.


공교육은 5살 킨더가든(유치원)부터 시작된다. 초등학교 안에 교실이 있어 다른 학년들과 학교시설을 함께 이용한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경우 입학 후 이틀정도 반나절만 머무는 적응시간을 갖고 바로 풀타임으로 학교를 다니게 다. 오전 8시 55분에 시작하고 오후 2시 55분에 끝나는데 킨더만 특별히 5분~10분 정도 일찍 끝내주고 있다. 수업이 끝난 후에는 부모나 조부모 등 미리 이야기된 사람이 픽업을 할 수 있으며, 선생님들께서 일일이 확인 후 아이들을 내보내 주신다. 혹시 다른 사람이 픽업을 해야 할 경우에는 미리 학교에 전화를 걸어 이야기하면 된다. 스쿨버스를 타야 하는 아이의 경우 명단 체크 해주시는 선생님께서 아이들을 확인하고 탑승시키신다.


첫째는 벌써 3학년이 되어 학교생활에 익숙해졌다.

유치원 입학 전에 다녔어야 할 프리스쿨을 코로나로 인해 다니지 못했다. 영어 한마디도 못하는 상태로 불어까지 배우느라(불어학교를 다니고 있다) 많이 힘들었었는데 이젠 친구들과 영어로 곧잘 대화하고, 학교에서는 불어로 수업을 듣고 있다.


둘째는 첫째와 같은 불어학교에 다니고 있다. 유치원 입학 전 2년 동안 프리스쿨을 다녔고, 첫째에게 배우는 것도 많았기 때문에 첫째보다는 훨씬 나은 상태로 학교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언제 크나 했던 셋째도 프리스쿨에 입학하여 재미있게 다니고 있다. 영어를 하지 못해 친구들과 오해도 많이 생기고, 친하게 지내지는 못하지만 나름 잘 어울리고 있다. 프리스쿨 가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데 3살 클래스라 일주일에 이틀, 2시간씩만 가고 있어 무척 아쉬워하고 있다.


*지역이나  기관에 따라 운영시간, 가격 등 차이가 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밥 먹기 전까지의 나의 하루 일과를 간단히 적어보자면

>>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 도시락+간식 싸기

>> 아이들 깨워 준비시키기

>> 모두 차에 태워 첫째, 둘째 학교 데려다 주기

>> 셋째 프리스쿨에 데려다 주기

>> 집에 와서 아침 먹고, 정리

>> 셋째 데리러 가기

>> 집에 와서 셋째 점심 먹이기

>> 집안일하기

>> 첫째, 둘째 데리러 가기

>> 아이들 방과 후 활동가기(겨울)

      -첫째(치어리딩, 스케이트)

      -둘째(아이스하키, 짐네스틱)

      -셋째(스케이트, 짐네스틱)


많은 엄마들의 일과와 비슷할 것 같다. 직장 다니시는 엄마들 보다는 수월하겠지만 중간중간 해야 할 일들도 많고, 학교 끝난 후 아이들이 배우는 활동들도 많이 있어서 여유가 많지는 않은 편이다.


아침마다 도시락을 싸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데 입맛 다른 두 아이의 도시락을 싼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일주일에 세 번 급식이 있다. 하지만 둘째는 급식을 싫어하여 매일 간식과 점심도시락을 싸주고 있다. 속으로는

'급식을 좀 먹어주면 안 되겠니?'하고 외쳤지만 둘째가 급식을 신청해 먹고 있던 중 2주 차 즈음에 들고 온 차디차고, 애기 주먹만 한 크기의 머핀을 본 후 그냥 열심히 도시락을 싸주고 있다. 첫째는 다행히 급식을 신청하여 간식만 매일 싸주고 점심 도시락은 가끔 싸고 있다.

셋째는 동네에 하나뿐인 프리스쿨을 다니고 있는데

다행히 간식과 물을 제공해주고 있어 따로 챙기지 않아도 된다. 하나라도 도시락을 덜 싸니 좋다.


이곳에서 아이를 키우며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운전이다. 영어는 못하지만 운전은 할 줄 알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한국처럼 학원차가 와서 태워주는 시스템이 없어 어디를 가든지 보호자가 데리고 다녀야 한다.

나의 경우 아이들 등교, 하교를 기본으로 애들이 각자 방과 후 활동을 다니는 날에는 아이들 일로만 열 번 넘게 시동을 건다.

다른 엄마들도 애들 따라다니며 운전만하다가 하루가 다 간다고 하는데 정말 어쩔 수가 없다.

일하는 학부모들의 경우 대부분 회사에서 그런 편의를 많이 봐주기는 하는데 어쩔 수 없을 때는 할머니, 할아버지나 아무 친척들, 아는 지인들을 총 동원해서 아이를 위한 운전을 부탁한다. 내가 살아본 봐로, 특히 이런 소도시에서는 운전이 영어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력히 이야기할 수 있겠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있는데 아이들 일정 참여이다. (이때 영어실력이 함께 따라와야 한다.)

이곳은 부모들이 시간을 내어 학교든 프리스쿨이든 방과 후 활동이든 자원봉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사는 이곳이 다른 도시들보다 조금 더 심한 것 같은데 자원봉사 해야 하는 것이 너무나 많다.

첫째 둘째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체험학습을 갈 때 부모님들의 자원봉사 신청을 받는다. 체험장까지 아이들 라이드를 해주기도 하고, 함께 참여하며 관리감독 하는 일을 맡아하기도 한다. 보통 저학년일수록 부모님들의 참여가 많다. 가끔씩 학부모 상담도 있고, 학교에서 뭔가를 담당하고 있다면 학부모들 모임이나 학교 중요회의에 참석도 해야 한다.

째가 다니는 프리스쿨의 경우 비영리단체라 수업료가 저렴한 한편 여러 지출 비용을 최소한으로 하고 있다. 업체에 맡기는 대신 학부모들이 맡아한다. 학부모 중 한 명, 어떤 집은 학부모 두 명이 프리스쿨 안팎의 일을 맡아하고 있다. 회계, 시설관리, 기금모금, 수업지원 등 여러 가지 분야들이 있고 학기 초 학부모회의에서 원하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우리는 작년 둘째가 다닐 때 내가 어린아이 셋을 돌보며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신랑이 시설관리 업무를 맡았는데 이번에도 시설관리를 맡게 되었다. 고장 난 것이나 수리할 것이 있으면 직접 고치거나 필요한 업체에 연락을 하면 되는데 어지간하면 직접 고쳐야 한다. 작년에는 학생수가 많아 한분야당 두세 명씩 담당을 하기도 했었는데 올해는 학생수가 적어 업무 담당할 어른들이 많지 다. 선생님이 한 분뿐이라 수업시간에 선생님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한데 담당자를 따로 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선생님 한 명당 돌볼 수 있는 아이들의 수가 정해져 있는데 작년에는 세분의 선생님이 계셨고, 올해는 한 분의 선생님만 계신다. 학생수도 그만큼 적고, 도와줄 어른들도 적다.

그래서 학부모들이 각 담당업무를 함과 동시에 수업지원 업무는 돌아가며 한 달에 몇 번씩 수업시간에 와서 선생님을 도와드리기로 했다. 미술활동 도와주기, 놀이시간에 함께 놀아주기, 장난감 정리정돈 도와주기, 화장실 이용 도와주기, 간식준비와 뒷정리하기, 아이들 하원 돕기, 청소 등을 하게 된다. 원래는 내 차례가 몇 번 있었는데,  오기로 되어있던 분이 오지 않으셨는데 혹시 도와줄 수 있겠냐는 선생님의 부탁에 몇 번 더 했었다. 처음에는 혹시라도 실수할까 봐 초긴장 상태로 뒷정리까지 2시간 반을 종종거리다 나왔는데 몇 번 해보니 익숙해져서 여유가 생겼다.


방과 후 활동을 할 때도 보호자가 참여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나이가 어려 혼자 하기 힘든 3살 정도까지는 수영, 짐네스틱 등을 할 때 보호자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 방과 후 활동은 시에서 주관하는 들이 많은데 예체능 쪽 수업이 주를 이룬다. 우리같이 작은 도시만 해도 피겨스케이팅, 수영, 아이스하키, 축구, 소프트볼, 배구, 미술, 태권도, 피아노, 짐네스틱, 치어리딩, 댄스, 발레 등을 배울 수 있다. 개인적으로 레슨을 하는 경우도 있고, 학원에 가서 배우는 것들도 있지만 시에서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가격도 저렴하고 믿을만하다.

작년 겨울 둘째는 아이스하키를 시작했다.

스포츠활동의 경우 학부모들이 해야 할 일이 많아 제일 바쁘다. 도시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동네 하키팀은 코치도 학부모들 중에서 신청을 받는다. 스케이트는 대부분 기본으로 탈 줄 알고, 아이스하키를 했었던 학부모들이 많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코치 자리가 채워진다. 팀 매니저도 학부모 중에서 한 명이 맡아한다. 전체적인 팀 스케줄 관리와 행사, 기타 모든 것을 매니저가 총괄하게 된다. 아무리 아이스하키에 진심이라지만 자기 시간을 내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일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텐데 정말 대단해 보이고, 늘 감사한 마음이다.


둘째가 속한 하키팀은 일주일에 두 번씩 연습이나 경기를 하고 있다. 그 시간에는 부모님들이 돌아가며 매점을 운영해야 한다. 다른 팀이 우리 동네에 와서 시합을 할 때는 매점은 물론이고 우리 팀 간식세팅, 치우기, Raffle(기금모금을 위한 복권판매), 자원봉사 중인 엄마들을 대신하여 아이들 봐주기 등 많은 일들을 부모님들이 돌아가며 맡아해야 한다. 다른 도시로 원정경기를 갈 때는 장거리 운전을 하고 가서 사비로 호텔에 묵으며 경기를 하게 된다. 식사도 알아서 사 먹어야 한다. 이렇다 보니 경제적,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이 아니라면 아이에게 지원을 계속해주기가 힘들다. 우리는 아직 여건이 안 돼서 장거리대회는 못 가고 있지만 아이가 더 크면 모든 대회에 참여하려고 한다. 

아이스하키뿐 아니라 축구, 소프트볼, 배드민턴 등 스포츠 활동들이 대부분 그렇다.

작년 여름 첫째와 둘째가 축구를 했을 때도 학부모들이 코치를 담당했고, 한 번씩 돌아가며 팀 간식을 챙겼다. 고학년이 되면 다른 도시와의 경기에도 참여해야 한다.


전에는 학부모들이 이렇게 아이들 일에 많이 참여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었다. 그런데 애들 학교 보내고 지내다 보니 그런 것들이 너무 많다. 정신 바짝 차리고 스케줄을 관리하지 않으면 한두 개는 쉽게 잊어버리게 된다. 세명의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활동들도 제 각각이고, 나이마다 시간대가 달라 날짜, 시간 모두 고려하여 스케줄 짜고 달력에 빽빽이 적어놓는데 거기에 자원봉사를 위한 내 스케줄까지 추가해 놔야 한다. 


얼마 전까지 프리했던 막내도 활동을 시작해서 나는 더욱 바빠졌다. 막내는 첫째, 둘째 활동하는 것을 따라다니며 구경만 하다가 3살 반이 되자마자 스케이트와 짐네스틱을 등록하여 다니고 있는데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3살 반 전에도 할 수 있는 활동들이 있는데 보호자가 함께해야 하기 때문에 할 수 없었다. 지금은 너무나 만족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아니면 절대 빠지지 않고 아주 열심히 다니고 있다.


아기 낳기 전에는 4살짜리 쪼꼬미들이 스케이트 타고, 수영하고, 축구하는 것이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었다. 너무 어려서 할 수 없을 것만 같은데 부모들이 무리해서 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이를 키워보니 4살이면 뭐든 다 할 수 있는 나이다. 시켜보면 처음에만 서툴지 몇 번 만에 금세 익숙해진다. 


캐나다에 오기 전에는 이곳 아이들이 한국과 달리 공부에 매여있지 않고, 학원도 다니지 않으며 자유롭고, 여유롭게 자란다고 들었었다. 그런데 방과 후 활동이 너무 많다. 여기도 부모님이 신경 쓰는 집은 부모가 직접 가르치거나 과외를 시키며 꾸준히 공부시키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 공부에 매여있지 않다 것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대신 공부보다는 예체능에 신경을 많이 쓰고, 나이가 어릴수록 더욱 그렇다. 어릴 때 체력을 길러주고, 에너지를 쓸 수 있는 활동들을 많이 한다는 것은 참 좋은 것 같다. 사실 방과 후 활동이야 안 하면 그만이지만 다들 하고 있으니 우리 아이들만 안 하기에는 조금 걱정이 된달까. 나는 어릴 적 그 흔한 피아노학원이나 태권도학원도 다녀보지 못했고, 수영도 성인이 되어 한 달 배워 본 것이 전부. 스케이트도 아이들을 데리고 링크장안으로 들어가야 해서 이번에 처음 스케이트신발을 신고 타보았다.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 이렇게 다양한 것들을 해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비록 아이들 활동이 끝날 때까지 한 시간, 두 시간 기다려야 하고, 학부모 참여가 많긴 하지만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한다면 최대한 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 공부는 아이들이 더 커서 힘들어하는 과목들이 있을 때 도움을 주는 쪽으로 계획하고 있다. 지금은 학교에서 아이들의 부족한 부분을 체크하여 별도로 전문 선생님과의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시에서 아이들 발달을 위한 행사들도 종종 하고 있어 아직 공부 쪽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워보지 않아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곳의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아직까지는) 공부하라는 잔소리도 없고, 본인이 하고 싶은 활동들을 골라 할 수 있으니 오히려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을까. 조금 욕심을 부리자면 그런 의미로 아이들이 지금 하는 활동들 중 한 가지라도 청소년 때까지 취미로 꾸준히 했으 하는 바람이 있다. 고민 많은 시기에 숨 돌릴 수 있는 휴식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아이들의 봄방학이다. 전에 등록했던 모든 방과 후 활동들이 끝이 났고, 개학 후 시작하는 활동들을 새로 등록을 했다. 2주간의 봄방학 동안에는 아이들 수영을 등록했다. 일 매일 가는 스케줄인데 아침에 일어나서 수영하고 오니 산뜻하게 하루가 시작된다. 딱히 할 것 없는 이 작은 도시에서 아이들이 가서 배울 수 있는 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내가 조금 더 움직이면 아이들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잘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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