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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Mar 04. 2024

수국 삽목 성공

버텨줘서 고마워


지난해 여름.

꽃밭에서 키우던 수국에서 채취한 새순들을 화분에 심었었다. 가지를 잘라 물꽂이 했던 것들이 모두 실패해서 낙담하고 있던 중 새순으로 하면 성공률이 높다 하여 엄청난 기대를 가지고 도전했었다. 예쁜 수국꽃도 좋지만 난 초록초록한 수국 잎사귀들이 좋아 꽃밭 가득 수국을 심고 싶었다. 수국은 번식이 잘 되는 식물이라 마음껏 개체수를 늘려보고 싶은 마음에 봄에 수국 화분 2개 구입하여 꽃밭에 심고, 그 후 가지치기하며 버려지는 것들로 삽목을 계속 시도했는데 모두 실패했다. 이렇게 된 거 양으로라도 승부를 보자 싶어 막바지 가지치기 때 나온 새순들을 모두 심었다.


25개쯤 되어 보인다.

구할 수 있는 흙이 마트에서 파는 다용도흙뿐이라 수국 키우기에 적합하지 않아 보였다. 계속 실패했던 이유가 흙 때문인가 싶어 한쪽은 다용도흙과 모래를 반반 섞어서 써봤다.


랩을 덮어 수분증발을 막았다.

집안이 정말 건조하기 때문에 흙이 마르지 않도록 랩으로 덮어놓고 하루에 두어 번 환기를 시켜줬다. 물은 하루나 이틀에 한 번씩 줬다. 뿌리가 나오기 전까지 햇빛을 보면 좋지 않다고 하여 밝은 그늘에 놓아두었다. 뿌리는 보통 한 달 정도면  난다고 한다. 한 달 정도 기다렸다가 살짝 뽑아보아 흙이 같이 들리는 느낌이 든다면 뿌리가 난 것이라고 했다. 난 확실히 하기 위해 2달을 기다렸다. 너무나도 궁금해 당장이라도 확인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2달 후 살짝 들어 올렸는데 그냥 쑥 뽑혀버렸다. 뿌리가 1도 없다.

그래도 아직 잎사귀 상태가 괜찮으니 다시 묻어두었다. 그리고 계속 기다려주기로 했다.


 그렇게 오늘까지 삽수를 심은지 약 9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잎사귀들이 시들어 떨어지고, 새 잎이 다시 나기도 하면서 그 많은 것들 중에서 7개의 삽수가 살아남았다. 흙과 모래를 섞었던 화분에서 5개가 살아남은 것을 보니 조금 더 나았던 것 같다. 싹들이 너무 바짝 붙어있어 사이를 좀 떼어놓아줘야 할 것 같았다. 살살 파내어 다시 심어 주었는데 제일 작고, 약했던 2개가 시들어 버렸다.


그래도 5개가 건강히 살아남았다. 정말 기쁘다.


9개월 동안 키웠는데도 너무나 작은 나의 수국들.

그래도 잎이 겹겹이 잘 돋아난 것을 보니 기특하다. 그 작고 작은 몸으로 얼마나 애를 썼을지 짐작이 간다. 마당에 심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가 될 때까지 잘 키워야겠다. 버텨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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