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은한 Dec 23. 2023

콧구멍 작아졌어요?

코를 살살 파거라

겨울이 되어 건조해지면서 아이들의 콧구멍 파기가 잦아졌다.

특히 둘째 아이는 매우 수시로 판다.

좋다. 콧구멍 팔 수도 있지.

그런데 문제는 콧구멍을 팔 때 바깥쪽으로 콧구멍을 한없이 늘리면서 판다는 것이다.

코를 한번 파고 나면 현저하게 늘어나 있는 콧구멍 사이즈를 확인할 수 있다.

조각상 같은 코는 바라지도 않지만 그래도 본래 가지고 있던 모양만큼은 유지했으면 하는 엄마의 바람을 담아


"아이고, 콧구멍 너무 커진다. 맹꽁맹꽁해야겠다~" 하고 잔소리하면,

 

아이는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콧볼을 줄여주는 일명 "맹꽁맹꽁"을 한다.

그냥 엄마에게 보여주기식으대충 하고 다시 자기 할 일을 하는 둘째.

그러다 어느 날 티브이에 엄청난 콧구멍 크기를 자랑하는 어떤 동물이 나왔다.

함께 보고 있던 첫째와 둘째가 이야기를 한다.


"우아!! 쟤는 코파고 맹꽁맹꽁 안 했나 보다!! 그렇지?"

"그렇네. 맹꽁맹꽁 안 했네"


주방에서 그 대화를 듣고 있었는데 얼마나 귀엽고 웃기던지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혼이 났다.

둘째는 그 장면으로 느끼는 바가 많았는지(엄마의 잔소리가 진짜였음을 느낀 것 같다.)

그 이후로는 코를 파면 서둘러 맹꽁맹꽁을 하고 찾아와 물어본다.

"엄마!! 콧구멍 작아졌어요?"

너무 진심으로 걱정을 하는 것 같아 초반에는 나도 코 사이즈를 재는 척도 해보고 자세히 살펴봐주며

"응. 원래 사이즈 그대로네" 하고 성심껏 답해주었는데 마음 한편으로는 너무 겁을 준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됐다.


그러다 다행히 시간이 좀 지나니 아이도 나도 건성이 되었다.

내가 2층에 있으면 아이가 1층에서 책을 보다가 "엄마 콧구멍 작아졌어요?" 하고 소리치고

나는 보지도 않고 "응~그렇네" 하고 대답한다.





작가의 이전글 무당벌레 키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