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어 건조해지면서 아이들의 콧구멍 파기가 잦아졌다.
특히 둘째 아이는 매우 수시로 판다.
좋다. 콧구멍 팔 수도 있지.
그런데 문제는 콧구멍을 팔 때 바깥쪽으로 콧구멍을 한없이 늘리면서 판다는 것이다.
코를 한번 파고 나면 현저하게 늘어나 있는 콧구멍 사이즈를 확인할 수 있다.
조각상 같은 코는 바라지도 않지만 그래도 본래 가지고 있던 모양만큼은 유지했으면 하는 엄마의 바람을 담아
"아이고, 콧구멍 너무 커진다. 맹꽁맹꽁해야겠다~" 하고 잔소리하면,
아이는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콧볼을 줄여주는 일명 "맹꽁맹꽁"을 한다.
그냥 엄마에게 보여주기식으로 대충 하고 다시 자기 할 일을 하는 둘째.
그러다 어느 날 티브이에 엄청난 콧구멍 크기를 자랑하는 어떤 동물이 나왔다.
함께 보고 있던 첫째와 둘째가 이야기를 한다.
"우아!! 쟤는 코파고 맹꽁맹꽁 안 했나 보다!! 그렇지?"
"그렇네. 맹꽁맹꽁 안 했네"
주방에서 그 대화를 듣고 있었는데 얼마나 귀엽고 웃기던지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혼이 났다.
둘째는 그 장면으로 느끼는 바가 많았는지(엄마의 잔소리가 진짜였음을 느낀 것 같다.)
그 이후로는 코를 파면 서둘러 맹꽁맹꽁을 하고 나를 찾아와 물어본다.
"엄마!! 콧구멍 작아졌어요?"
너무 진심으로 걱정을 하는 것 같아 초반에는 나도 코 사이즈를 재는 척도 해보고 자세히 살펴봐주며
"응. 원래 사이즈 그대로네" 하고 성심껏 답해주었는데 마음 한편으로는 너무 겁을 준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됐다.
그러다 다행히 시간이 좀 지나니 아이도 나도 건성이 되었다.
내가 2층에 있으면 아이가 1층에서 책을 보다가 "엄마 콧구멍 작아졌어요?" 하고 소리치고
나는 보지도 않고 "응~그렇네" 하고 대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