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할머니의 방문 2
고령운전자에 대한 걱정
할머니께서는 아주 예쁜 빨간색 지프차를 타고 오셨다. 가끔 할머니댁 앞에 주차돼 있는 그 차를 보며 당연히 같이 사는 손녀의 차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나는 완전 선입견 덩어리였다.
내가 타고 싶은 차를 타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날렵하게 나가는 그 차를 보며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듬과 동시에 걷는 것도 편치 않으실 만큼 연세가 많으신데 운전하시는 것이 괜찮을지 생각해 보게 됐다. 할머니께서 아직 운전을 하실 수 있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운전을 쉬셔야 하는 나이가 아니신가 싶은 생각.
자차를 제외하면 시간 맞춰 타야 하는 버스와 콜택시가 교통수단의 전부인 이곳에서 운전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 콜택시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 데다 매번 전화를 하고, 기다리는 것도 어르신께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버스는 더 어렵다. 버스시간에 맞춰 버스정류장까지 가야 하는데 내 걸음으로도 15분 정도 걸어가야 하는 거리다. 내가 원하는 장소까지 데려다주는 것도 아니니 버스를 이용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힘든 일이다. 누군가 옆에서 계속 운전을 해주거나 주기적으로 장을 봐주는 등의 보살핌이 없다면 생활자체가 되지 않는다.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이 나뉘어 있기 때문에 빵 하나를 사려해도 차를 타고 나가야 하는데 운전을 그만둔다면 어떻게 생활해야 할까....
이곳은 오래된 도시라 어르신들이 아주 많으신데 대부분 운전을 하시는 것 같다. 규정속도보다 훨씬 낮은 속도로 운전하시는 분들을 보면 모두 어르신들인데 답답하거나 짜증이나기보다는 늘 걱정이 앞섰다. 당장 우리 시부모님, 몇십 년 후면 우리 부부에게도 닥칠 일이 아닌가. 사고위험이 높아 운전대를 놓아야 하지만 상황은 그럴 수가 없고... 참 어려운 일이다.
시부모님께서 더 연로해지시면 우리 부부가 좀 더 부지런히 살피고, 우리가 그 나이가 됐을 땐 지금보다 발달한 어떤 기술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살포시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