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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 Apr 04. 2020

독일에서 느끼는 코로나 바이러스, 한국인 부심     

 

매일 타는 출근 기차. 퇴근 길 노을이 예쁘다.


오늘 현재 4월 2일 기준으로 독일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는 80,000명을 넘어섰다. 사망자는 1,000명이 가까워 오고 있다. 최근 들어 2-3일에 한번씩 숫자의 앞자리가 바뀌고 있다. 

다행히 감염자의 증가세는 감소되고 있고 주위의 나라, 이탈리아, 스페인보다는 훨씬 낮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기에 서늘하게 느껴지는 공포감은 없다. 


내가 사는 이 곳 바덴 뷔템베르크는 Kontaktverbot (콘택트 제한)령이 내려졌다. 집 밖에서는 2인 이상의 모임이 금지되었다. 또한 생활에 필수적인 약국, 슈퍼마켓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 대부분의 큰 회사는 홈오피스를 시행하고 있다. 물론 아예 외출 금지령이 내려진 바이예른(Bayern)주 보다는 낫지만 한산한 역, 기차 안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가져다 준다. 

평소엔 출근시간에 꽉 차던 기차. 오늘은 이 칸에 나 혼자..


독일의 상황과 한국의 상황이 역전, 그를 넘어서 한국에 비해 훨씬 심각한 상황이 된 지금, 내가 동료들과 나누는 대화들도 많이 바뀌었다. 

한 두 달 전, 한국의 코로나 환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할 때 쯤, 내 독일인 상사는 조심스럽게 물어보곤 했다. 부모님은 어떠신지, 한국 상황은 어떤지. 그에 더하여 몇 가지 호기심 어린 질문을 했었다. 예를 들면, 대구에서 신천지로 인한 대규모 감염 사태에 대해서 자세한 내막을 알진 못하지만 "대쿠.."라고 도시 이름을 이야기하면서. 한 번 클라이언트 미팅에 갔을 때 직접적으로 질문 받은 적이 있다. 대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거냐면서.. ㅋㅋ 내가 하던 이야기를 매우 흥미롭게 듣던 기억이 난다. 내가 생각해도, 흥미롭고 이국적인 이야기일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한 종교 집단에서 퍼지게 된.. 거기다 아직은 독일의 문제가 아니었던 코로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고, 한국은 모범 사례, 성공 사례로 미디어에서 보고되고, 이 곳도 "독일도 한국처럼 상황이 바뀌고 대처하면 좋을텐데.."라는 식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어떤 식으로 우리나라가 잘했는지는 알려져있다. 광범위한 대량의 테스트, 확진자의 동선 공유, 핸드폰 앱을 이용한 동선 추적. 하지만 내가 "독일도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하면 듣는 소리. "여기는 한국처럼 못 해" "그건 한국이나 되니까 가능하지"내가 생각해도 한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면 "행정력"이랄까.. 신속하게 추진하고, 그 추진을 위해 공무원, 의사, 간호사, 군인 분들이 그에 동원되고, 나라가 힘든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면 모두 나서는 한국인. 어려운 상황에서 자기 건강, 시간을 희생한 공무원, 의료 인력들과 익명으로 마스크를 기부한 시민들. 어려운 위기에 하나되는 건 우리 나라가 일등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한국인은 위기에 강한 민족이고.. 이 사태를 통해 오랜만에 IMF 사태 때의 금모으기 운동이 떠올랐다. 


또 하나의 이슈는 핸드폰 앱을 이용한 확진자 동선 확인 관련이다. 독일에서는 개인 정보 보호에 매우 민감하다.  따라서 핸드폰에 앱을 설치하고 관리 본부에서 이를 확인하는 것은 독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현재 이를 논의하는 주들이 있으나, 이를 도입하는 경우에도, 이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앱을 재량적으로 개인들이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고 한다. 

이는 개인의 도덕성 및 시민 의식에 의존하는 바가 크고,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효용성은 많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다수의 이익을 위해서 이번 사태로만 한정해서 도입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런 부분은 독일 시민들이 소스라친다고 할까. 어려워 보인다. 


가장 핫 이슈는 아마 마스크가 아닐까? 초반만 해도 이슈는 오히려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은 동양인 뿐이고 중국과 한국의 심각한 상황이 두드러지던 그 때에는 오히려 인종차별주의를 당할까 하는 우려에 쓰는 것이 우려되기도 했었다. 더하여, 이 곳에서는 마스크를 일반적으로 쓰지 않고, 중환자 또는 의료종사자만 쓴다는 의식이 있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지나가면 홍해가 갈라지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많지는 않더라도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종종 보인다. 마스크가 아니여도 목폴라나 머플러로 입 부분을 가리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그리고 천 마스크를 스스로 만드는 것도 약간 유행인데, 이는 어차피 이 곳에서는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현재 약국에서 사기는 어렵고, 당분간은 계속 그렇지 않을까 싶다. 


현지 뉴스로는 세계대전 이후로 유럽의 가장 큰 위기라고 한다. 독일에서는 동독, 서독 통일 이후의 가장 큰 위기라고도 한다. 매일 업데이트 되는 확진자 수, 사망자 수를 보며, 특히나 한국의 빠른 대처와는 달리, 격리, 사회적 거리두기 이외에는 적극적인 액션이 미디어로 보이지 않는 이 곳에서, 이 상황이 꽤나 장기적으로 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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