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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 Apr 09. 2022

독일에서 바라 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러-우 사태에 대한 독일의 대처를 통해 제기된 기존의 입장에 대한 의문들

출처: pixabay


안녕하세요. 


요즘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매일 독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면서 제재수단을 포함 러시아의 공격을 멈추기 위한 노력들이 계속돼 왔습니다. 일반적 상식을 뛰어넘는 엄청난 상황에 평소 당연하게 여겨졌던 원칙들 또한 그 타당성에 대한 의문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러-우 사태 속 독일 사회에서 의문이 제기된 기존의 입장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1. 원전 에너지는 정말 100% 배척돼야 하는 에너지일까? 


독일은 일본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쓰나미 재난 이후 원전 에너지 퇴출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강화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독일 정부는 단계적으로 원전 에너지 감소를 추진해 왔고 계획에 따르면 올해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3대의 핵발전소가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었습니다. 


반면 타 유럽 국가인 프랑스, 벨기에 등은 원전 에너지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습니다.지구 온난화 문제가 더욱 중요하게 대두되면서 원전 에너지 필요성에 대한 주장은 그 정당성이 더욱 강화되는 측면이 있었는데요. 이는 원전 에너지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핵 폐기물이라는 다른 환경적 문제를 야기하는 점이 있지만 지구 온난화가 인류가 당면한 가장 거대한 환경적 문제라는 점을 볼 때 석탄연료 대체를 위해 원전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그 정당성을 얻었습니다. 


따라서 원전 에너지 관련 독일은 타 유럽 국가에 비해 유독 강경한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독일은 이산화탄소 감소의 일환으로 원전 에너지가 아닌 천연 가스 사용을 좀 더 강조했습니다. 천연 가스 또한 화석 연료로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만 타 화석연료에 비해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며 독일의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성은 문제로 작용했습니다. 왜냐하면 독일은 타 유럽국에 비해 천연가스 자원의 비중이 크며 또한 천연가스의 반 이상을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죠.

 

러시아를 제재하는 수단으로서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수입을 중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거론됨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시행되지 않은 것은 독일의 높은 러시아 에너지 의존성이 중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독일이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 사용 가능성을 가로막는 존재가 되는 상황을 만들었고 이에 대해 동맹국들로부터 압력 및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 독일 정치권 및 사회는 독일의 엄격했던 원전 에너지 배척 정책을 돌아보며 이것이 과연 맞는 결정이었는가를 자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2. 타국의 인권 문제는 자국의 이익에 비해 얼마나 중요할까? 


러시아로부터의 천연 가스 수입이 제재 수단으로서의 사용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독일은 러시아의 가스 대체재를 찾아야 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그 중 가장 강력한 대체재의 하나는 LNG입니다. LNG의 액화를 통해 천연가스로 변환되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주요 LNG 수출국은 미국 또한 카타르, 아랍 에미레이트 등 중동의 주요 산유국을 포함합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독일 정부는 LNG수급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고 중동 국가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행보는 여태까지 독일이 고수해왔던 원칙을 조금 건너뛰는 면이 있었는데요. 이는 독일이 여태까지 인권문제 등을 이유로 중동 국가에서의 에너지 수입을 꺼려왔기 때문입니다. 독일 정부 및 여론이 중요히 여기는 가치가 에너지 수급 관련 결정에 포함되었다고 볼 수 있지요. 


그러나 천연가스 부족으로 인해 예상되는 독일 국민 및 기업들의 어려움 등 사태의 심각성은 그러한 원칙을 후순위에서 밀리게 만들었습니다. 이전에 존재했던 해당 국가들의 인권 관련 문제에 대한 거론은 사라지고 오히려 이전에 비판했던 정부에 부탁해야하는 입장에 처한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평화로운 시기에 거론되던 타국의 인권 관련 문제가 자국의 급박한 문제 해결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후순위로 밀리며 정부의 태도 또한 달라지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3. 타국에 무기를 조달하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 정당화될 수 있을까? 


독일은 세계 대전의 전범국이라는 과거로 인해 전쟁 참여와 관련 매우 소극적으로 입장을 취해왔으며 이에 따라 타국에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습니다. 그러나 러시아의 침공으로 점점 확대돼가는 우크라이나의 참상 앞에 이러한 입장은 결국 변경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전쟁 초반 독일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헬멧 등 보호구를 지원했으나 이는 오히려 우크라이나로부터 비판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헬멧이 아니라 적들과 싸울 무기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전쟁 초반 특히 러시아와 비교시 매우 약소하다고 평가되었던 우크라이나의 전력 및 전쟁 초반에 이미 영국, 미국 같은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공격 무기 지원을 약속했던 상황을 보면 독일의 헬멧 지원은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봤을 때 약소하기 그지없는 것이었죠. 


결국 독일은 입장을 선회하여 대공미사일 등 공격 무기 지원을 약속했으며 이는 실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의 현실 앞에 현재의 원칙이 결국 무릎 꿇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더 나아가 독일은 자국의 국방력 강화를 위해 2 Billion Euro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이 또한 러시아의 우크리아니 침공을 통해 국방력 강화의 필요성에 대해 절감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평화로운 시기에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한 사회의 원칙들도 전쟁이라는 비상식적 상황 앞에서는 자국의 보호라는 가치에 우선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가까운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전쟁은 아직도 세계 대전의 경험과 그로 인한 교훈이 깊게 자리한 유럽에서 더욱 가깝게 느껴집니다. 


독일어로 Weltschmerz라는 단어가 있는데요. 이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내가 해결할 수 없는 거대한 비극에 대해 개인이 느끼는 고통을 말합니다. (참고: https://en.wikipedia.org/wiki/Weltschmerz

요즘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참상을 접하는 많은 이들이 느끼는 감정일 것 같은데요. 이 단어가 참 깊게 와닿는 요즘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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