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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 Aug 23. 2020

가슴 깊은 행복은 슬픔이 될까

행복한 기억에 마음 한 구석 눈물이 고인다


지난 날의 가슴 벅찼던 행복한 기억이 문득 떠오르게 하는 여름 밤의 시원한 바람. 


나의 마음을 이해하는 건 조용한 밤거리에 들리는 내 슬리퍼 소리, 어느 주택가에서 나즈막히 들려오는 대화 소리, 개가 짖는 소리, 아이의 웃음 소리, 지나가는 버스 소리.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있겠지. 내 일상에서는 없을 만한 일, 경험, 그런 감정이라서 마주하자마자 즉시 두려웠던 그 가슴 떨림. 행복함이 즉시 나중에 이 순간의 바람의 향기가 날 때 마다 가슴을 저미게 할 거란 직감. 


다가오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다면 이런 스쳐가는 바람에 가슴이 욱신 할 일도 없을텐데.


눈물이 글썽거려도 그래도, 그래도 애정어린 미소를 짓게 되는 건 


그 감정이 너무나도 나의 나다운 나를 만들어 버려 준 것에 대한 고마운 마음.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그 날을 떠올리는 바람이 지나갈 수록 잠시 마음이 아릿했다가 다시 미소를 짓는 그런 순간이 많아지는 걸까. 


마음에 쌓이는 행복한 순간의 기억만큼 더욱 행복한 내가 되는 걸까. 


아니면 그 행복의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아서, 내가 원하는 순간을 내가 만들어 낼 순 없다는 걸 알아서. 


혼자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흘리는 눈물 방울이 내 마음의 강에 더해지는 걸까. 


그런 거라면 우리 부모님, 내 친구들 다 조금씩 마음 속 조금씩이라도 아름다운 아픔이 쌓이는 걸까. 


만약 그런 거라면 행복했던 순간만큼 마음이 저릿한 순간이 많이 찾아 오는 거라면 


그런 순간마다 옆에서 손을 잡고 웃으며 즐겁게 이야기하면서 


서로 말하지 않는 누구나의 슬픔을 


흩어버리고 


다시 지금의 즐거움으로 그 눈물의 색을 핑크빛으로 바꾸어 버리고 


우리 모두의 추억들이 살고 있는 그 세상에 


꿈 속에서 여행을 다녀오고 


눈물 젖은 그렇지만 나를 다음 날 살게 하는 그런 꿈을 


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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