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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인재 Nov 28. 2021

경찰조직의 문제점

인천 사태를 보면서

 박봉이지만 공무원으로서 최고 좋은 점은 휴가를 쓰는데 제약이 없다는 점이다. 남자이지만 눈치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고, 돌아올 자리가 없어질 걱정을 하지 않아서 좋다. 계획보다 길어졌지만 아들이랑 충분한 시간을 보내고 복직을 했다. 여전히 경찰서는 시끄럽다. 민원인들이 고함을 치고, 그에 맞서 경찰도 고함을 친다. 복직한 첫 날부터 민원인과 수사관이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민원인들은 친절하고, 경찰 걱정도 해준다. 며칠 전 건축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은 피의자 할머니가 나 덕분에 경찰에 대한 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기분 좋았다. 


 경찰은 검찰과 달리 사람 냄새가 나는 조직이다. 그래서 항상 시끄럽다. 민원인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경찰은 기록을 만들고, 경찰이 만든 그 기록을 갖고 검찰이 판단을 한다. 검찰이 사람을 부르는 경우는 일반 형사사건에서 그렇게 많지 않다. 더군다나 경찰에게는 지구대 파출소가 있다. 일상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지구대 파출소. 그만큼 중요하지만 그만큼 힘들고, 대우도 못 받는다. 순경출신이 파출소에 들어가서 받는 첫 월급은 세후 150만 원 정도 된다. 다들 당찬 포부를 갖고 경찰에 입사할 것이라고 짐작하지만 파출소에서 처리하는 대부분의 사건들은 주취자 상대다. 주취자의 구토물을 봐야하고, 주취자의 욕을 들어야하고, 주취자를 깨워서 집에 보내야 한다. 고마워하는 주취자는 별로 없다. 욕 하고 때리는 경우도 많이 봤다. 공무집행방해로 끌려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피해자를 남겨두고 구조요청을 하러갔던 경찰관들, 신변보호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경찰관들 때문에 경찰 조직이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그들의 잘못을 두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들의 잘못 만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우리 조직이 부담하고 있는, 변화시켜야만 하는 것들이 적지 않기에(조직 수뇌부가 내 글을 읽을 가능성은 1도 없지만) 글을 남기고 싶었다. 


 1) 나는 중간간부로 채용되었기 때문에 지구대에서 2주 있었다. 부끄러운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2주 있었을 때 마장동 축산시장에서 신고가 들어왔다. 남편한테 맞고 있다고. 출동했을 때, 한 덩치 하시는 아저씨가 웃통을 벗고 있었다. 칼을 들고 있지는 않았지만 존재 그 자체로 무서웠다. 이번에 문제가 되었던 그 경찰. 사회가 이 그 경찰을 비난만 하고 있지, "그래 얼마나 무서웠니?" 라는 말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숙련된 형사들도 무서울 것이다. 칼든 사람이 앞에 있으면. 권총을 쏴라, 테이저건을 왜 안 쏘냐? 라고 질문을 할 수 있지만 쐈다가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각종 서류를 작성해야 하고, 감사에 지적당해서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 내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무기를 사용했는데, 그러한 행동이 내 안전을 지켜주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나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무기를 사용할 수 있을까? 


 경찰 조직 수뇌부는 교육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 같다. 교육 강화는 필요하다고 본다. 나는 경찰에 들어오면 무술 교육을 시켜주는줄 알았다. 하지만 다 형식적으로 한다. 코로나 때문에 사이버 교육으로 대체가 되기도 했다. 무술 교육을 사이버로 어떻게 해? 적어도 직장 근처 권투, 유도, 합기도 학원에서 정기적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줬으면 좋겠다. 평생 해야한다. 경찰은 시민과 직접 충돌을 해야하는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나와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뭔가 할 줄 알아야 한다. 책상 위에서 세 줄짜리 보고서를 두 줄로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경찰 말고, 나를 지키기 위해 어떤 동작을 취해햐 하는지 자동반응할 수 있는 경찰이 더 많아야 한다. 지구대 파출소에는 4, 50대 아저씨들도 많다. 이들을 대상으로 계속 무술 교육을 시켜야 한다. 올해 임용된 순경들을 다시 중앙경찰학교로 불러들여 몇 개월 더 무술 교육을 시킨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2) 나는 이 정도 사안이라면 경찰청장이 옷 벗을 줄 알았다. 하위직 경찰이 중대한 잘못을 했으면 그 행동의 최종 책임자는 경찰청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조직은 실무자들에게 제일 중한 책임을 부담지우고 있다. 책임은 결재권자가 지는 것이다. 그렇게 하라고 에레베이터 버튼도 대신 눌러주고, 넓은 방도 주는 것이며, 실제로 일하는 실무자들보다 더 많은 월급을 주는 것이다. 그런 부담을 지기 싫으면 승진하지 말아야지. 


 수사과장만 되면 클릭질만 한다. 그 클릭질 때문에 본인이 책임질 일이 생긴다면 쉽게 클릭질 하지는 못할 것이다. 책임은 실무자가 지니까라는 안이한 생각이 클릭질을 불러오는 것이리라. 이제 스마트워치 관련해서 문제가 생기면 담당 실무자가 책임을 진다더라. 아니, 왜 실무자만 책임을 져? 관리자는 왜 안 져? 수사관이 작성한 모든 서류에 대한 최종 책임을 "최종 결재권자"가 지는 것이다. 우리 조직은 이런 인식이 없다. 


 부하직원들을 걱정하는 청장이라면 내가 조직에서 간부로서 성장할 때, 우리 조직의 이런 문제점이 있었지만 개선을 하지 못했다. 내 불찰이다. 앞으로 더 사회에 기여하는 조직이 될 수 있게끔 늦었지만 바꿔 나가겠다. 나를 믿고 따라달라라고 조직 구성원한테 사과를 먼저하면서 조직 운영방안을 말하는 수장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 조직은 그런 수장을 갖고 있지 않았다.  


 옷 벗으면 갈 곳이 없는데? 아니 30년 공직생활하면서 갈 곳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민간 기업보다 널럴한 생활을 하면 그 시간에 자격증도 따고, 영어 공부도 하고, 학위도 따고, 재테크도 하고 해야지. 내가 로스쿨에서 7, 8만 원짜리 책을 사서 공부할 때, 경찰대학 재학생들은 국가로부터 책 값도 지원 받고, 등록금도 받고, 품위유지비도 받고, 기동대 소대장으로서 군 혜택도 받았다. 호봉도 인정해 주었다. 이 정도 받았으면 조직을 위해 그만한 책임감은 부담해야되지 않나? 


3) 역대 정부의 경찰개혁의 효과가 미비했다. 경찰은 그 구성원이 13만 정도 되는 초거대공룡 조직이다. 내가 있었던 감사원은 조직 구성원이 1000여명 밖에 안되는데 수장은 부총리급이고, 차관급 공무원이 7명이다. 근데 우리의 수장은 차관급이다. 경찰청장이 112, 경비, 수사, 외사, 형사, 싸이버, 기동대, 청와대 경호, 생활안전 등 모든 부서에서 보고를 받는다. 경찰청장은 대부분 순경이 아닌 경위로 출발해서 지구대 파출소 및 경찰서에서 잠깐 있다가 본청에서 기획 파트 등에서 근무한 사람들이었다. 실무경험??? 글쎄, 없다고 봐야하지 않나? 


 검찰총장은 일개 검사에서 시작해서 실무를 한 사람이다. 그리고 검찰은 수사만 한다. 우리는 수사도 한다. 경찰 조직을 쪼개야 한다. 경찰청장을 장관급으로 격상시키고, 그 이하 부서장들을 차관급으로 만들어서 해당 부서 실무자 출신들 중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인 사람들이 지휘를 해야한다.  


 수사과 직원들한테 툭하면 경비 동원 나가라고 그러고, 심지어 코로나 이전에는 경찰이 사설 마라톤 대회 경비 동원도 나갔다. 사설업체가 돈을 내고 용역업체를 고용해서 해결할 문제를 경찰이 했다. 진정한 경찰개혁은 수사권조정, 자치경찰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전문화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을 쳐내고, 우리가 할 필요가 없는 일을 쳐내고, 전문성을 가지고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 조직을 쪼개고, 작은 범위의 업무에 집중함으로써 경험을 통한 전문화를 이루어내야 한다. 


4) 경찰의 업보이지만 국민들의 신뢰 및 존경을 얻지 못했다. 경찰은 무조건 국민 앞에 허리숙여가며 국가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며칠 전에 고소인이 바로 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했다. 나는 다른 조사가 예정되어 있어 지금은 할 수 없다고 했지만 그 고소인은 고함을 치며 책임자를 찾았다. 나는 이런 사람들에게는 국가서비스를 제공해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단호하게 거절하면서 조직의 권위를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 과거는 사과하되 뉴노멀 시대에 맞게끔 조직의 권위를 정비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새로운 신뢰를 부여받아야 한다. 국민들이 경찰을 대우해주지 않으면 권위를 부여해주지 않으면 대국민서비스를 제공하는 실무 경찰관들이 자괴감에 빠져 일을 효율적으로 해내기 어렵다. 


 머리를 숙인다고 신뢰를 얻거나 국민들의 인권이 바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다. 당당히 요구할 것은 하고, 부당한 것은 거절하고, 정당한 요구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들어주는 그런 경찰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인권탄압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찰로 인정 받을 수 있다. 


 나는 경찰조직이 좋다. 감사원에 있을 때는 그렇지 않았다. 부모 경찰은 자식들에게 이 직업을 권유한다. 우리 조직은 정이 많은 조직이다. 내부적으로 변화를 위한 동력은 충분히 갖고 있는 셈이다. 80년대 청장이었던 이무영 청장님을 유일한 청장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은 지휘부가 반성해야 되는 포인트이다. 전문성을 갖춘 조직, 기민하게 움직이는 조직이 되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조직도 살고 이 사회의 치안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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