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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인재 Dec 24. 2021

통신자료 확인요청에 대해서

 최근 공수처가 야당의원들과 기자들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문제가 되고 있다. 공수처가 무슨 이유로 그들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사를 하는 입장에서 공수처로 인해 통신자료 조회 자체가 부정적으로만 비쳐지는 모습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경찰서장의 결재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통신자료를 조회하려면 경찰서에서 가장 높은 계급의 경찰서장의 결재가 필요하다. 그만큼 민감한 정보를 영장없이 조회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찰서장의 결재를 받게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통신자료를 조회하면 피조회자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의 기초 정보를 알 수 있다. 경찰이 통신자료를 조회하는 이유는 당연히 수사상 필요하기 때문이다. 피고소인의 주민등록번호 등을 모르는 고소인은 고소장에 피고소인의 휴대폰 전화번호 만을 적어서 고소장을 제출하게 된다. 


 경찰이 고소장에 적힌 휴대폰 번호로 전화를 해서 피고소인이 받으면 다행인데,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도 상당하고, 전화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보이스피싱을 의심해서 전화를 끊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렇게 되면 경찰은 상당히 난감해진다. 피고소인이 해당 경찰서 관할 지역에 거주하지 않으면 사건을 이송해야 하는데 이송지를 파악하기도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피고소인의 진술을 들을 수 없어 조사를 시작할 수 조차 없기 때문이다. 설령 피고소인이 전화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일부 피고소인은 본인 정보를 일부러 틀리게 말해서 혼선을 주는 경우도 왕왕 있기 때문에 피고소인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할 필요도 있다. 


 이럴 때 사용하는 것이 통신자료 조회이다. 피고소인의 기본 정보를 파악하여 사건을 관할 경찰서로 이송시킬 수도 있고, 출석요구서를 보내 공식적으로 출석을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고소인이 이런 출석요구서를 3번 정도 받고도 경찰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경찰은 체포영장 등을 신청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통신자료 확인 요청은 수사의 시작단계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하지만 법원의 영장 없이 피고소인의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이 얻는 행위이기 때문에 통신자료 확인은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통신자료 조회요청을 하더라도 그 이유를 수사보고서에 남기는 것이 실무관행이다. 만약 공수처가 사건과 관계없는 자의 통신자료를 조회했고, 이로인해 사회에서 이슈가 되어 통신자료까지 법원의 영장을 받아야 하는 현실이 되면 수사기관은 답답해 질 수밖에 없다. 통상 경찰이 영장을 신청하고, 검찰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여 검찰에 전달하고, 검찰이 이를 경찰에 전달하고, 이를 받은 경찰이 통신사에 영장을 집행하고, 통신사로부터 그 결과를 회신 받는데 넉넉 잡아 1주일 넘게 걸리기 때문이다. 


 변호사가 아닌 경찰 수사관인 입장에서 위와 같은 상황은 썩 달갑지 않다. 사건은 넘쳐 나는데, 통신자료 조회 때문에 1주일 넘게 사건을 진행할 수 없게 된다면 장기사건이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만큼 중요한 사실은 수사를 진행하는 수사관이 다치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절차에 민감해야 하며, 수사기관이 갖고 있는 권한을 담당 수사관이 다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조심히 사용해야 한다. 어제도 통신자료 조회 요청을 해서 피고소인의 주소와 정확한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갖고 있는 소중한 수사 수단을 끝까지 잘 제대로 사용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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