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인재 Dec 30. 2021

칭찬합시다!!!

 경찰서 홈페이지에 "칭찬합시다" 게시판이 있다. 경찰 서비스를 칭찬하고 싶은 민원인들이 글을 남기는 곳이다. 어제 기분 좋은 쪽지를 받았는데, 이 게시판에 나를 칭찬하는 글이 올라왔다는 것이다. 


 사연은 이렇다. 건축법에 따라 대수선을 하거나 용도변경을 하려면 구청에 사전 신고를 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월세를 더 많이 받으려는 목적으로 내륙벽을 허물고 대수선을 하게 되면 심할 경우 건물이 붕괴될 위험이 있어 사전에 신고를 하라는 것이 건축법의 취지이지만 많은 건물주들이 구청에 신고를 해야한다는 사실 자체를 몰라서 그냥 지나간다. 


 구청 공무원들이 단속하기는 쉽지 않아 건축법 위반 고발사건이 많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건물주와 악연이 있는 사람들 또는 진짜 건물주와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구청에 신고를 하면 구청은 조사를 나가고, 그 결과를 토대로 경찰서에 고발을 한다. 건축법 위반 사건이 고발 사건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보면 될 정도로 사건 접수가 많이 된다. 


 우리 엄마, 아빠보다 조금 더 연세가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건축법 위반 피의자로 경찰서를 방문했다. 대학 근처에서 5층 건물을 갖고 계신 분들이었는데 10년 정도 전에 월세를 더 받을 목적으로 대수선을 하여 호수를 늘린 것이 문제가 되었다. 민원 신고를 통해 위와 같은 사실을 알게된 구청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본인들 소유의 건물이 건축법을 위반한 사실을 알렸고, 시정하라고 통보했다. 대부분의 건물 소유주는 구청의 시정통보를 받아도 건축법에 맞게끔 건물을 수선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미 세입자가 살고 있고, 내륙벽을 다시 허물고 공사를 진행하려면 상당한 돈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인들 소유의 건물이 건축법에 위반된 건물임을 알게된 할머니, 할아버지는 세입자들을 설득해 내보냈고, 어떻게든 돈을 빌려 수선 공사를 진행하였다. 하지만 법을 위반한 사실은 명백했기 때문에 구청은 고발을 했고, 고발장을 받은 나는 조사를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 


 용도변경 같은 경우는 계속범이기 때문에 용도를 변경한 상태의 건물을 소유하고 있으면 공소시효가 만료되지 않지만 대수선 같은 경우는 즉시범이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중요하다. 무단 대수선의 공소시효는 5년인데 할머니, 할아버지는 10여년 전에 공사를 했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도과했다고 판단했지만 오래 전 일이기 때문에 10여년 전에 공사를 했다는 증거를 확보하기가 곤란했다. 다행히도 증거를 찾아서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길 수 있었다.  


 나도 사람인지라 나이 먹었다고 나한테 고함치는 사람들, 증거가 뻔히 있는데도 경찰을 무시하며 욕하는 사람들보다는 나이드신 분들임에도 한참 나이 어린 수사관에게 따뜻한 말을 해주시는 분들, 어린 학생들, 진짜로 어려운 분들, 자식이 있는 부모님들에게 더 정이 가는게 사실이다. 민원인의 행동이 진짜 언짢다 하더라도 유무죄의 결론이 바뀌지는 않지만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조금 더 부드럽게 물어볼 수 있고, 조금 더 많이 들어줄 수는 있다. 이번 사건에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그랬고, 나 또한 그에 대응하여 되도록이면 많이 들어드리려고 노력했다. 


 일을 시작한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 큰 성과를 내보지 못했다. 수사관으로서 정말 중요한 사건을 수사해서 나쁜 놈들을 구속도 해보고, 이를 통해 인정도 받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건축법 위반 같은 작은 사건을 통해서 사건 관계자들한테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도 너무 기분이 좋다. 주위에서 인정은 해주지 않지만, 근평을 잘 받게 되는 것도 아니지만 심리적 만족은 꽤나 큰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통신자료 확인요청에 대해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