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폴
거리두기가 풀렸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코로나가 유행인 상황에서 해외출장을 나가게 될지 몰랐다. 어찌하다보니 본청에 근무하면서 해외출장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일선 경찰서에 근무하면 해외출장 기회를 갖기가 쉽지 않을테지만 정책부서, 특히 국제협력 부서에 근무하다보면 종종 해외출장 기회가 있는 것 같다. 어렸을 때는 해외에 나간다고하면 마냥 들떴었지만 지금은 장시간 비행하면 힘들고, 또 일을 하러 간다고하니 무조건 들뜨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14시간의 비행을 거쳐 유로폴이 있는 네덜란드에 도착했다. 유로폴은 EU 내에 있는 경찰조직으로 유럽연합 회원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일본 같은 나라도 유로폴과 실무약정을 체결하여 교류를 하고 있다. 경찰청은 작년 12월에 유로폴과 실무약정을 체결했고, 그 후속조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유로폴을 직접 방문했다.
경찰청 건물은 70년대에 지어져 낡은 인상을 풍기는데 유로폴 건물은 최근에 지어져서 그런지 좋아 보였다. 출입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아 내부 직원이 내려와서 본인 카드를 찍어주지 않으면 방문객은 유로폴에 들어갈 수 없는 구조였다. 공간도 넓직넓직 했을 뿐마 아니라 가운데가 뚫려있어 체광도 너무 좋았던 것 같다. 경찰청도 빨리 지금 건물을 허물고 새건물로 이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로폴과 실무약정을 체결한 국가에서 파견된 수사협력관들이 유로폴 내에 상주하면서 수사정보를 교환하는 등의 일을 하고 있었다. 각 국가별로 하나의 사무실을 쓰고 있었는데 양 옆으로 사무실이 있고, 가운데는 테이블이 있어 커피 마시면서 서로 이야기 할 수 있는 구조였다. 유로폴에서 근무하면 다양한 국적을 가진 경찰들과 이야기하면서 인맥과 견문을 넓힐 수 있어 보였다. 국제조직에서 근무하면 위와 같은 점이 최고 이점인 것 같다. 스웨덴 수사협력관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그들도 똑같은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이번 출장을 통해 나름대로 경찰서가 아닌 경찰청에서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단순히 보고서를 쓰는 업무가 아니라 실제로 수사현장을 도와줄 수 있는 일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 말이다. 유로폴 관련 일을 잘 마무리해서 본청에 온 첫해에 의미있는 성과를 냈으면 좋겠다. 물론 의미있는 성과를 낸다는 것과 내 근평과는 관계가 없지만, 내 자아만족을 위해서 유로폴 관련 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유로폴이 있는 네덜란드 또한 날씨가 그렇게 좋지는 않다고 들었는데, 방문했을 무렵 날씨는 상쾌했다. 사람들은 전혀 마스크를 쓰고 다니지 않았다. 심지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코로나에 걸릴까봐 우리 일행만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인종차별적 발언을 듣기도 했지만서도.
공항 가는 기차 내에서 네덜란드 사람처럼 보이는 이들이 "우리 지금 런던까지 얼마나 걸리지?", "40분이면 가"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는데, 이런 상황도 조금 부러웠다. 마음만 먹으면 주말을 이용해서 가까운 다른 나라를 방문해 볼 수 있는 점이 유럽사람들에게 허락된 지리적 특권이 아닐까 싶다. 기회가 된다면 해외에서 근무하는 소중한 기회도 얻고 싶은데, 그럴 기회가 나한테도 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