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인재 May 01. 2022

대국민 상대 경찰수사력을 비판하는 검찰 지휘부를 보면서

 일선 경찰서에 있을 때는 이미 종료한 사건을 갖고 글을 쓰다보니 조금은 생생한 글을 쓸 수가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본청에서 근무하다보니 그럴 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사건 기록을 다루지 않다보니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을 숨길수가 없다. 나름 어려운 시험도 통과했고, 형사법을 적용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기대를 갖고 조직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일선에서 오래 근무하지는 않았지만 작금의 사태를 보면서 글을 남기지 않을 수가 없다. 메이저 언론사에서 검사들의 입장만을 반영한 기사, 방송을 내보내다보니 경찰 수사에 대한 단단한 오해가 생기는 것 같기 때문이다. 


 검찰이 경찰을 통제하지 않으면 일반 국민들의 사건 수사가 늦어지고, 부실해질 수 있기 때문에 검찰의 통제가 반드시 필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검수완박이 되면 안된다는 검찰 지휘부의 브리핑을 보면서 타기관의 지휘부가 어떻게 이렇게 대놓고 다른 기관에 대해서 비판할 수 있는지 어이가 없었다. 안하무인식의 태도는 검찰에 대한 비판을 부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예전에 한번 의견서에 숫자 하나를 잘 못 써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 적이 있었다. 검사직무대리(검찰 수사관들 중에서 경험과 능력이 검증된 사람에게 검사직무대리를 맡기는 것으로 알고 있음)가 나한테 전화를 해서 다짜고짜(약간 고압식으로, 적어도 내 느낌상) 기록을 다시 경찰에 보낼테니 숫자를 바꿔서 보내라고 했다. 아니 그 숫자는 검찰에서 바꿔도 되는데, 왜 경찰에 기록을 넘겨주고 나한테 고치라고 하느냐라고 따져 물어보니, 여지껏 경찰이 그렇게 해줬다는 말도 안되는 논리를 펼쳤다. 나는 신임 수사관이기에 너무나도 당당히 경찰은 검찰의 부하가 아니기에 당신의 요구는 들어줄 수 없다고 했다. 결국 검사직무대리는 나에게 기록을 다시 보내지 않았다. 


 위 검사직무대리가 하라는 식으로 했다면 그 사건 해결을 위해서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게 된다. 검찰이 경찰에게 사건 기록을 보내고, 그 기록을 경찰은 수정해서 다시 결재를 받아 검찰에 보내는데 최소 1주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검찰과 경찰은 엄연히 다른 기관이기 때문에 전산 시스템이 연결되어 있지 않아 거의 모든 서류가 인편으로 왔다갔다 거리기 때문이다. 검찰이 스스로 수정하면 단 몇 초만에 할 수 있는 일을 위와 같은 절차를 거치라고 한게 내가 겪었던 검찰의 한 모습이었다. 


 대국민 수사의 질이 떨어진다는 말...그렇게 함부로 하면 안된다. 100번 양보해서 경찰은 검찰과 달리 정치인 수사, 뇌물 수사와 같은 경험이 없어 당장은 수사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일반 국민들이 관련된 수사에 대해서 검찰은 저렇게 쉽게 이야기하면 안된다.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소액 사기 사건 같은 경우 실제로 고소인과 피의자를 얼마나 부르는지, 전화통화는 해보는지를 묻고 싶다. 경찰은 말도 안되는 고소장이 접수되도 함부로 각하를 하지 못한다. 민원 걱정이 되기 때문에 당사자들을 불러서 기록을 어떻게든 만들어서 검찰에 보낸다. 0에서 시작해서 기록을 만들어 보내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걸리는 것이다. 경찰이 만든 기록을 검토해서 수사를 하는 검찰과는 다른 강도의 일을 하고 있다. 


 실제로 100 건 이상을 갖고 있는 일선 경찰서 사이버팀 수사관들은 매일 중고나라 사기 사건 고소인, 피의자와 씨름하고 있다. 아무리 간단한 사건도 그들은 일일이 민원인을 상대해가면서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있다. 검사가 직접 구글 페이먼트 5만원 사기 사건 고소인과 피의자를 불러서 조사를 하는지 한번 물어보고 싶다. 경찰은 수사관들이 다 하고 있다. 


 정치인들 뇌물 사건과 구글 페이먼트 5만원 사기 사건의 중요도를 따지고 보자면 당연히 정치인들 뇌물 사건이 더 중요할 것이다. 그래서 검찰이 사회 정의를 위해서 중요한 조직이라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구글 페이먼트 5만원 사기 사건도 전국적으로 그 규모가 상대할 것이고, 그 피해금을 돌려주는 것도 상당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다수의 경찰들이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경찰만 수사를 하게 되면 대국민 상대 수사의 질이 떨어진다고? 어떻게 그렇게 뻔뻔한 말을 할 수 있는지. 


 반복적으로 말하지만 경찰, 검찰 모두 서로가 없으면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 경찰은 수사 말고도 하는 일이 많기에 당장 경찰이 수사를 그만두고 다른 분야에 그 인력을 투자하게 되면 우리 치안은 훨씬 더 좋아질 것이다. 경찰이 수사를 안하고 검찰이 한다고 할 때, 검찰은 그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나? 서로 존중하면서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해 노력할 생각을 해야지, 깔아뭉갤 생각을 하고 있으면 안되지 않나? 


 검찰이 중요한 조직인 만큼 경찰도 중요한 조직이다. 검찰만 중요한 조직이 아니라는 점을 그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자부심을 갖는 것은 좋지만 상대방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하지 않나?  


 

작가의 이전글 검수완박 논란에 대해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