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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인재 Apr 12. 2022

검수완박 논란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수사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적이 있나 싶다. 경찰이나 검찰은 일반 국민들의 생계와 관련된 조직은 아니기 때문에 일상에서 그 두 조직이 자꾸 입에 오르내리는 현상은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경찰, 검찰 조사는 큰 의미가 없다. 그 조사를 받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두 조직이, 그리고 이 두 조직이 맡고 있는 일이 주목을 받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기 전에 일을 해 본 직원으로서 현재 논란이 되는 검수완박에 대해 경찰, 검찰의 주장이 모두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기 전에는 경찰수사관으로서 자존심 상하는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나름 검사들과 협의하면서 일을 진행했다고 생각한다. 지휘라는 용어에서 오는 거부감 때문에 자존심 상했지만 검사를 상사로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냥 서면 또는 전화로 그들과 사건 내용을 공유하면서 사건을 처리했을 뿐이다. 일선에서, 특히 일반 형사사건에서 검찰과 경찰이 갈등을 겪는 일은 많이 없다. 검사도 경찰이 없으면 수사를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경찰 또한 그들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법리판단을 검찰이 대신해주면서 상호 협력관계를 유지했다고 본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된 이후에 확실히 경찰의 부담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흔히 수사권 조정이 이루어지고 난 후, 검사들이 책임감을 갖지 않고 일을 한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여전히 검사는 기록에 파묻혀 열심히 일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기간에 제한이 없어 사건을 검찰에 보내면 몇 달 후에 사건이 다시 경찰에 오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게 부작용이라면 부작용이었다. 뭔가 더 신속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게끔 제도를 정비한다면 수사의 신속성 문제는 해결될 기우였다고 본다. 


 하지만 실제로 수사를 겪어보지 않은 기자들이 자극적인 기사를 많이 내보내는 것 같다. 심지어 수사를 겪어본 변호사들도 경찰 수사를 무시하면서 마치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게 되면 수사의 근간이 무너질 듯한 표현을 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좋은 학교 나와서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자들이 갖고 있는 허영심에 근거한건가? 수사능력이 없는 경찰이 모든 수사를 하게되면 대한민국이 부패의 온상이 될 것이다라는 추측은 가십에 불과할 뿐이다. 


 경찰이 수사를 독점하게 되면 인권침해의 우려가 커질 것이다라는 주장은 특히나 어처구니가 없다. 민원인한테 제일 취약한 조직이 경찰이다. 검찰은 민원인을 신경 쓰지도 않는다. 우리는 국민신문고에 민원이 접수되면 담당자가 답변을 달고, 과장 결재까지 받아 민원인에게 답을 해주지만 검사가 국민신문고 민원에 답변을 직접 단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를 못했다. 어떻게 검찰은 인권수호자고, 경찰은 인권파죄자라고 단정지을 수 있는가?


 법리판단에 대해서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건 공부하면서 사건을 해결하면 될 문제다. 학교에서 죄수를 공부할 때, 형사소송법 교수님이 죄수는 검사도 모르고, 판사도 모르고, 대법원 할아버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냥 다들 공부하면서 그때 그때 찾아서 결론을 내는 거라고. 그 결론이 다르니까 각 심급의 결론이 다르게 나올 수 있는 거라고. 경찰도 바뀐 제도하에서 충분히 공부하면서 결론을 낼 수 있는 능력은 있다고 단언한다. 


 경찰, 검찰 모두 이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조직이다. 두 조직이 잘 협업하면서 수사를 할 수 있게끔 만들어줘야 두 기관이 이 사회에 기여를 하지 왜 자꾸 서로를 깎아내리려고만 하는지. 검찰은 악의 근원이 아니고 경찰도 무능한 조직이 아니다. 일부 그런 사람이 있겠지만 왜 성급한 일반화를 그리 쉽게 범하는지...평범한 경찰수사관, 검사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기록에 파묻혀 사실관계와 법리를 고민하고 있다. 그들 때문에 수사라는 일이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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