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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인재 Mar 13. 2022

감사원에 대한 생각

 나는 감사원이 내 친정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들어가고 싶었고, 들어가서 인정을 받고 싶었다. 이번 정권 들어서 제일 잘나가는 로펌 중에 하나였던 로펌을 그만두고 들어갔던만큼 직장생활을 그 곳에서 마무리하고 싶었다. 


 감사원에 대한 환상이 깨진 것은 들어가고 얼마 안되서였다. 신입 직원들은 약 4개월 정도 감사교육원에서 교육을 받는데 그 곳에서부터 이 조직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교육도 받기 싫었다. 교육은 대충 받았고, 식스팩을 만드는데 더 집중했다. 하루에 2~3시간씩 운동만 한 결과 권투 선수가 갖고 있는 식스팩을 만들 수 있었다. 


 감사청구조사국에서 마음에 맞는 학교 선배를 만날 때까지 약 1년 반동안 나는 단 하루도 회사에 기쁜 마음으로 가지 않았다. 사람들은 나와 맞지 않았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했다. 잦은 지방출장, 모텔생활은 너무 싫었다. 변호사 동기들이 회사를 그만두기 시작했다. 제2롯데월드 감사를 하면서 만난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나의 감사원 생활은 더 일찍 끝났을 것이다. 


 변호사, 회계사 자격증을 보유한 직원들이 감사원을 떠나고, 심지어 7급 감사직 공무원으로 들어온 직원들도 다른 부처로 전입신청을 많이 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자격증은 가진 직원들은 나름의 목표가 있어서 감사원에 들어온다. 이 자격증을 활용할 수 있는 부서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란다. 그 자격증을 활용할 수 없다면 왜 감사원에 들어왔겠는가? 하지만 감사원은 그들을 그냥 직원으로 대우한다. 자격증을 활용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그냥 외부에 우리는 이렇게 변호사와 회계사를 채용하고 있어요라는 홍보용에 불과하다. 


 7급 감사직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그들도 일에서 보람을 얻고 싶어하는 젊은 세대이다. 다른 부처에서 더 보람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다들 나가려고 하는 것이다. 왜 이 좋은 직장을 나가지? 그 기관들을 가면 감사원 감사를 받는데 왜 을이 되려고 하지?라는 질문은 너무 구시대적 질문이다. 감사원 감사야 받으면 그만이다. 일에서 얻는 보람과 행복이 훨씬 중요하다. 


 경찰조직은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한다. 바뀌고 안바뀌고는 그 다음의 문제다. 하지만 감사원은? 내부 의견을 듣겠다고 익명게시판을 만들어놓고,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삭제하고, 사전에 검열해서 게시할 글들을 선택하고 하는 모습은 내가 5년 전에 겪은 감사원의 모습과 다를바가 없다. 


 경찰서에서 나는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일하는게 싫지 않았다. 경찰청에 있는 지금도 좋은 사람들과 일한다. 경찰청에는 조직을 발전시키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열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물론 일은 경찰서보다 재미는 없지만 그래도 내가 배워야 할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감사원에서는............


 나 포함해서 변호사 6명과 회계사 3명이 감사원에 동기로 입사했다. 6년이 지난 지금 변호사 1명과 회계사 1명 만이 남았다. 구성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조직은 활기를 잃는다. 감사원도 직장일 따름이다. 국가최고감사기구라는 말은 허울좋은 이름일 뿐이다. 윗분들은 이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윗분들만 다니기 좋은 조직은 좋은 직장이 아니다. 


 감사원이 조직 구성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변화를 추구해서 구성원들이 행복한 직장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야 나랑 같이 입사했던 행정고시 출신 2명이 지금보다 행복하게 직장생활 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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