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법공통시스템운영단

파견 종료

by 황인재

승진을 하고 형사사법공통시스템운영단(형통단)에 파견간지 다음 주로 1년이 되고 드디어 파견 생활을 마치고 경찰로 복귀하게 된다. 형통단에서 한참 바쁘게 근무할 때는 경찰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고,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막상 형통단에서 후임을 보내달라는 공문을 보냈음을 알았을 때 섶섶한 마음도 동시에 드는건 어쩔 수 없는 듯 하다.


형통단 근무가 괴로웠다고 해도 경찰로 돌아가서 다시 바쁘게 근무를 하게되면 형통단 생활을 그리워할 것 같다. 경찰 상사가 없었기에 조금은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었던 것, 경정 1년차로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느낄 수 있었던 자유로움을 그리워할 것 같다. 지나간 일은 다 후회가 남기 마련이고, 지나간 일은 일정부분 미화되어 기억에 남는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법무부 소속 형통단에 근무한다고 했을 때, 이런 사실을 부러워하는 동료들이 있었다. 법무부라는 이름에서 풍기는 아우라 때문이다. "저는 언제 법무부에서 근무해볼까요?" 이런 종류의 질문을 많이 받았다. 실제로 근무해보면 별거 아니지만 그런 기회가 쉽게 찾아오지는 않기 때문에 위와 같은 질문을 받으면 어깨가 올라간 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법무부든 행안부든 경찰이든 조직이 갖고 있는 문제점은 어딜가나 있다. 형통단 자체도 구성원이 30여명 밖에 안되지만 13만 조직이 갖고 있는 문제가 형통단에도 거의 다 있다. 구성원 간의 갈등, 갑질스러워 보이는 행동, 상사와 부하직원 간의 충돌 등등.


형통단이 중심을 잡고 추진한 형사사법절차 전자화는 현재 각 형사사법기관들이 고군분투하며 추진하고 있다. 사법접근성 향상이라는 목표로 추진되는 형사사법절차 전자화는 그 이상이 달성만 된다면 너무 좋은 제도변화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경찰서나 검찰청에 방문하지 않고도 자료를 제출할 수 있고, 언제 어디서든 기록 열람등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에서 근무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지는 않지만 형사사법절차 전자화에 발을 담글 수 있었다는 사실에는 자부심을 느낀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겠지만 말이다.


형통단에서 근무하면서 1명의 차장검사, 3명의 부장검사, 1명의 평검사랑 같이 일했다. 세상이 검사를 욕해도 한가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검사는 똑똑하다는 것이다.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서 지적능력을 인정받았고, 상명하복 시스템에서 도제식으로 배우며 몸에 익힌 수사실무로 무장한 그들은 똑똑하다. 이제 다시 검사랑 일할 기회는 없을 것 같은데, 그런 면에서 나한테는 소중했던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어딜가나 나쁜 사람들이 있다. 친한 상사를 구워삶아 조직을 자신의 마음대로 끌고 나가려는 사람들. 자기가 옳고, 남은 무조건 틀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들도 나를 그런 종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나는 그들에게 저항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나름 팀원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는데, 팀원들이 어떻게 생각해줄지 모르겠다. 부디 좋게 평가해서 나중에 언젠가 만났을 때 그들이 나를 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산 지식이 갖고 있는 가치가 위대함을 형통단에서 알게 되었다. 말로는 쉽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내용을 실제로 시스템으로 구현해내는 능력이 대단했다. 결국 그런 시스템이 세상을 바꾸는데, 이런 사실을 알았으면 나도 고등학교 때 이과가서 공대를 가든 했을텐데 아쉬움이 남았다. 전산지식을 전문적으로 익히기에 지금은 조금 늦은 듯한데 마음 한 구석에는 항상 여지껏 익힌 지식과 경험 말고 전산지식 같은 다른 종류의 지식을 익혀 견문을 넓혀야 한다는 부채의식을 갖고 살 것 같다.


1년 연장의 기회가 있었다고해도 잡지 않았을 것 같아서 떠나는게 시원하지만 동시에 아쉬움이 남는. 이 감정도 잊혀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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