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대단함. 그들은 누가 견제하나?
처음 경찰에 입사했을 때 "수사지휘"가 있었다. 모든 사건을 수사하면 검찰에 보내서 "지휘"를 받아 검사가 "가"를 찍으면 송치를 하고, "부"를 찍으면 검사가 지시한 방향대로 다시 수사를 해서 보냈다. 처음에는 지휘?라는 용어도 이상했고, 대부분의 경찰관들도 기록을 검찰에 "올리고"라는 표현을 썼고, 검찰이 경찰에 기록을 "내린다"라는 표현을 썼다. 두 기관은 소속도 다르고, 엄연히 별개의 조직인데, 왜 상하 관계처럼 일하지?라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검찰에 기록을 보내고, 경찰이 다시 받아온다라는 용어를 써야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하고 다녔다.
용어는 수사지휘라고 되어 있지만 일반 형사사건의 경우 검찰과 협력하는 구조였다. 경찰의 의견을 검찰이 무시하기 어려웠고, 경찰도 법리적으로 애매한 부분은 검찰과 상의하며 일을 진행했다. 가끔 의견충돌도 있었지만 서로 보완하면서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보수언론의 기사를 곰곰이 살펴보면 경찰의 수사력은 믿을수가 없어서, 법리이해 측면이 떨어져서 검찰이 없어지면 민생에 큰 피해가 발생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언론보도 내용이 끊임없이 나오는데 경찰 지휘부가 정정보도를 요청했다든가 하는 내용 또한 들리지 않는다. 자존심 안상하나? 수사권 조정 이전에도 대부분의 민생범죄는 경찰이 수사했고, 검찰 또한 이 부분에서는 경찰의 수사력을 인정했다. 사이버범죄 같은 경우 내가 같이 일했던 외국 수사기관의 말을 들어보면(성급한 일반화일 수 있지만 보수 언론도 성급한 일반화 오류를 저지르는 것 같아서) 한국 경찰이 훨씬 더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찰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 의미는 그만큼 다양한 특기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이다.
경찰은 검찰이 견제해야 된다고 주장하면서 그런 검찰은 누가 견제해야 하는지는 말이 없는. 수사의 오류도 문제지만 기소의 오류는 더 큰 문제다. 한번 기소가 되면 3심까지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고, 기소가 되는 즉시 공무원들은 일을 못하게 되는데 그 불이익을 검찰이 책임져주지 않는다. 무죄율이 낮다고 하지만 형사소송의 대원칙은 9명의 범죄자를 풀어주더라도 1명의 억울한 피의자를 만들지 않는다인데, 현재도 무죄율이 0이 아니다. 항상 경찰의 잘못은 검찰이나 법원의 잘못보다 더 크게 다루어지는 것 같다. 학교 다닐때는 위법수집증거 판례의 대부분이 경찰 때문에 만들어진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검찰 때문에 생긴 위법수집증거 판례 또한 만만치 않다.
나같은 실무자들은 제도가 변화하면 변화하는 제도에 맞춰 묵묵히 일을 할 뿐이다. 실제 기록을 만드는 평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사법제도가 단 기간 내에 급속히 변화해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경찰의 수사력, 법리이해도를 걱정하면서 비판하는 행위는 그 간의 경찰의 노력을 문장하나로 폄하하고 있어서 언론의 힘이 대단하구나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문장의 파급력을 생각할 필요가 있음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