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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May 16. 2016

여행 가방, 무엇으로 채워야 하나요?

청춘여행소, 열한 번째 이야기


현상

 “내일 여행 간다며? 은 다 쌌어?”

 “공항 가면  먼저 부쳐야 해!”

 아무렇지 않게 쓰던 표현들 속에서 우린 어쩌면 인정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여행에 가져가는 그 모든 것이 ‘’이라는 것을.


 우리는 여행하기 전 ‘그 짐’을 아주 꼼꼼하게 준비한다. 

친절한 사람들의 블로그 리스트를 보며 빠진 것이 없나 여러 번 확인한다. 

‘필요할까?’하는 찰나의 고민 앞에, ‘혹시 모르니까’ 하는 마음이 앞선다. 


 쓰고 버리면 가벼워지는 일회성 용품들은 늘 우선순위다. 

한국의 음식이 그리울까 고추장과 라면은 구호식품이 된다. 

각자의 사정에 맞춰 모든 물건들은 함께 여행길에 오르고 싶어 자신을 어필하기 시작한다.

‘내가 없으면 이런 상황에 어떡할래?’라고 말하며 유혹한다.

여행 중 여러 나라를 이동하며, 새로운 물건들이 하나 둘 등장하고 주인의 예쁨을 받으며 실세로 등극한다. 

최소한의 부피를 유지하지 못하는 물건들은 주인의 눈밖에 난다. 

그렇게 골칫덩어리가 되다가 가방 속 자리 쟁탈전에서 밀려나면 곧 여행지에서 버려지기도 한다.


본질

 “공항에서 자주 마주하게 되는
꾹꾹 눌러 담아 터질 듯 위태로운 가방은
어쩌면
버리지 못하고 자꾸만 주워 담으려는
굳어버린 못된 생각 같은 것.

무거워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그 무엇도 버리지 못하는
실패한 존재로의 귀의를 드러낼 뿐이다.”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이애경

 위의 글에 난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는다. 마치 ‘모든 여행 가방이 가벼워야 한다’는 비약적인 결론이 내려지는 것 같다. 그보다 우리가 여행을 위한 가방을 꾸릴 때 무엇을 가져가기에 앞서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1) 어떠한 길을 가느냐?

2) 배낭을 짊어질 ‘나’는 어떠한가?


관점

1) 어떠한 길을 가느냐?


 스페인 산티아고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한번쯤은 듣게 되는 말이 있다. 

“네가 매는 가방의 무게가 곧 너의 인생의 무게다”

욕심을 부릴수록, 버리지 못할수록 그 무게는 고스란히 나의 어깨가 짊어지게 된다는 말. 

그래서 산티아고 길에서는 무소유의 즐거움을 느끼며 동시에 사람이 꼭 살아가는데 필요한 짐이 생각보다 많지 않음을 몸으로 깨닫게 된다. 결국 35일, 하루 약 7시간씩 걷는 까미노 길 위에서 무거운 배낭의 무게는 순례자의 앞으로 고생을 상징하게 되는 셈이다.


큰 배낭에 짐을 잔뜩 구겨 넣고 양 옆에 신발까지 매달고선 
땀을 뻘뻘 흘리며 걷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내가 안타까워 보였는지
영국에서 왔다는 제프는 그랜드 캐니언의 협곡을 타고 넘어가는 붉은 해를 등지고서 이렇게 말했다.

"가벼워져야 해, 마음도, 몸도.
어려운 길을 가려면 더더욱 그래야 하지."
(생략)

그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어렵고 먼 길을 가는 것이 분명했다.

그의 배낭은 단출하지만
단단해 보였으니까.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이애경

 

2) 배낭을 짊어질 나는 어떠한가?

 

 짐을 싸면서 우리는 여행에서의 우리의 모습을 상상한다.

그리고 그 상황에 쓸 것 같은 혹은, 있으면 좋을 것 같은 물건들을 생각하여 적기 시작한다.

각 사람마다 성격과 취향이 다르듯이 같은 상황이지만 사용하게 되는 물건도 모두 다르다. 세면도구를 챙기는데 비누 하나만을 챙기는 사람부터 샴푸, 컨디셔너, 린스, 바디워시, 타월 등을 모두 챙겨야 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가 섣불리 어느 쪽이 옳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각자의 인생의 무게가 다 다르듯, 그 무게의 짐을 지고 갈 사람들의 몸도 모두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짐이지만 그 사람에겐 삶의 즐거움이자 또 다른 행복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짐이 많은 그 사람이 욕심이 많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 

 우리는 여행 중 이런 경험을 할 때가 종종 있다. ‘이런 것도 챙겨 오나’ 싶은 '그것'을 여행 중에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에게 빌리게 될 때, 필요 없을 것 같던 물건이 그 순간 행복을 가져다주거나 예상치 못한 여행의 추억을 선물해 주었을 때 말이다.


 다만 여행에 앞서 내가 스스로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은 '그것을 내가 모두 짊어질 체력이 있는지이다'. 물건이 많고 가방이 무거운 것이 문제가 아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그 모든 것을 맬 수 있을 만한 체력을 기를 준비와 노력 없이, 욕심만으로 그 물건들을 포기하지 못하는 태도인 것이다. 


아이디어

1. 다른 여행자의 체크리스트를 참고하되 나의 기준에서 '없어서는 안될 물건', '내 여행을 더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 물건', '사고 싶은 물건' 등 각자의 기준에 맞춰 주요한 항목들을 생각해보고 물품을 항목에 맞춰 재정리하는 과정을 갖자. 


2.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위의 리스트를 꼭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체크리스트의 물건들이 조금씩 바뀌기도 한다. 없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나의 불안과 작은 욕심을 반성하고, 여행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었던 새로운 물건들이 생겨나 기쁘기도 하다. 이를 해 더 단단하고 풍요로울 다음 여행을 기대하게 된다.


 그 사람의 물건을 보면 그 사람의 성품을 알 수 있듯 여행자의 가방을 보면 그 여행자의 여행을 상상할 수 있다. 그리고 오랜 여행을 통해 우리는 각자의 여행을 맞는 최적의 배낭과 그 안의 물건들을 갖추게 된다. 시행착오를 겪고 몸으로 느끼는 그 과정 자체도 스스로를 알아가는 하나의 과정이다. 여행 속에서 나만의 물건을 하나 둘 갖춰가며 자신만의 여행을 꿈꾸는 것도 어쩌면 청춘 여행의 매력이 아닐까? 기타 하나를 짊어지고 세상을 무대 삼아 연주하는 청춘, 세계 각 나라의 향신료로 가득한 무거운 여행 가방을 짊어지고 다니며 꿈을 요리하는 청춘. 완벽한 인생길 답과 그 길을 걷기 한 준비물이 없는 여행길에 결국 우리는 짐이 아닌 꿈을 매고 가는 건지도 모른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나누고픈 여행 이야기나 성장여행을 위한 아이디어, 조언이 있으시다면

청춘여행소 dreamingtraveler2016@gmail.com 으로 보내주세요.

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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