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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Aug 12. 2016

여행을 위한 언어

청춘여행소, 열아홉 번째 이야기


현상

 여행시즌이 되다 보니 <여행지 필수 영어회화>에 관한 책들이 서점에서 심심찮게 보인다. 영어권으로 여행을 가는 경우가 아닌 유럽에 여행을 가는 경우라 해도 딱히 다를 건 없다. 불어를 못한다고 프랑스 여행을 가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프랑스 여행을 계획하면서도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심심찮게 본다. 영어는 만국 공용어라는 철석 같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 나라 말을 하지 못해 여행이 힘들어진다거나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요즘 거의 없다. 


본질

 외국과 우리나라를 구별 지을 수 있는 요소는 참 많다. 건물도 다르고, 사는 사람도, 그 모습도 다르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 단순히 외국 여행을 건물 구경이나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가는 여행자라면 모르겠다. 하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를 위해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여행자가 있다면 나는 우리들에게 주어진 당연한 의무가 한 가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다양한 문화 요소 중, 그 나라의 언어에 대한 존중이 성숙된 여행자로서 좋은 시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관점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이 유창하게 한국말을 쓰면 참 신기하다. 이젠 방송에서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말을 잘하는 사람들이 토론까지 하는 세상이니 내심 한국어의 과학적 우수성에 어깨가 올라가면서도 그들의 한국에 대한 사랑이 특별해 보여 대견스럽기도 하다. 몇 년 전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여행객으로 보이는 외국인 남자가 주문대 앞에 섰다. 카페 메뉴야 거의 영어니 특별한 건 없었지만, 아주 서툴고 짧은 한국어로 대뜸 "반갑습니다"라고 말하는 터에 당황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있다. 음료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한국 여행 가이드북 뒤편을 한참 보며 중얼중얼 연습하던 그가 음료를 받고서는 꼬인 발음으로 "잘 먹겠습니다"라는 말에 서비스라도 더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한국어를 잘 쓰고 못쓰고 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우리나라에 여행객으로 온 그가 우리나라의 문화를 얼마나 알고 싶어 하는가. 한국 사람들과 얼마나 소통하고 싶은가에 대한 마음이 충분히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여행지에서 일어난 일들, 
여행지에서 향유하는 순간들. 
여행이 가져다주는 깨달음으로 
우리의 일상은 넉넉해진다. 

때로는 여행지에서 
평소 시도하지 못했던 일들을 
스스럼없이 해보기도 하며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래서 떠나면 떠날수록 
내가 누구인지 더 잘 알게 되고 
길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중에서


아이디어

 피렌체에 지내는 동안 유럽 여행 중이던 친구와 만날 기회가 있었다. 막 도착한 친구를 만나 시내를 구경하다 예쁜 종이들이 가득한 상점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내 눈앞에 컬처쇼크가 펼쳐졌다. 친구가 인사부터, 물건 묻는 것, 돈 가격, 마지막 인사까지 이태리어를 쓰는 것이었다. 친구를 신기하게 보던 내가 상점을 나와 물었다. 

"너 이태리어 언제 배웠어?" 그러자 친구는 말했다. 

"비행기 안에서 가이드북 뒤에 있는 거 보고 몇 문장 외웠어." 


친구의 유창한 이태리어 실력보다도 이탈리아의 문화를 대하는 태도와 노력에 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어디에 가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사고, 무엇을 먹고에만 늘 신경이 곤두서 있다. 여행 가이드북을 사도 그 나라에 언어 정보엔 눈길을 주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눈을 마주치며 사람들과 정말 소통하고자 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자니 이것이  진정한 여행자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그 뒤 나도 피렌체에 있는 동안 중요한 표현들은 손바닥에 적어놓으며 다녔던 기억이 난다. 새로운 단어들이 손바닥에 적히고 새로운 표현들에 도전을 하고, 현지 사람들을 만나며 써먹는 재미도 꽤나 쏠쏠했다. 무엇보다 그 나라에 있는 동안은 온전히 그 나라의 사람이 된 것처럼, 이방인이 아니라 현지인처럼 그 나라에 언어를 쓰는 것이 작은 노력이지만 참 좋은 시도임에는 분명했다. 




함께 나누고픈 여행 이야기나 성장여행을 위한 아이디어, 조언이 있으시다면

청춘여행소 dreamingtraveler2016@gmail.com 으로 보내주세요.

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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