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A Mar 02. 2016

정말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나?

청춘여행소, 세번째 이야기

누구나 인생을 사는 동안 한 번은 혼자 여행을 떠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원하는 대로가 아니라 남이 정해 준 대로 살게 된다.
여행은 내가 원하는 삶을 발견하고,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카트린 지타


지금까지의 여행을  되돌아보았을 때 이러한 경험이 단 한 번도 없었다면, 그리고 당신이 지금 꿈을 찾거나 쫓고 있는 청춘이라면 이젠, 당신의 삶의 터닝포인트가 되어줄 여행을 꿈꾸자. 그리고 준비하자


그녀가 말하는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리하는 '방법'으로서의 여행. 

그 여행에도 분명 '방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 방법을 전하기 위한 세 번째 글_ 정말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나? 



현상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 성벽을 걷던 중이었다. 아직 겨울이었지만 그 날 따라 햇살은 유난히 눈부셨고 바람은 봄처럼 따뜻했다. 역시나 '꽃보다 누나'의 인기였을까? 한눈에 봐도 형형색색의 단풍을 연상케 하는 옷을 입으신 아주머니들께서 귀한 자식 자랑을  늘어놓으시며 내 옆을 지나가셨다. 때마침 탁 트인 전경이 앞에 펼쳐졌고, 마치 미리 짜기라도 한 듯 어머니들의 '어머어머!' 감탄사를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그리곤 자연스레 핸드폰을 드셨다.


찰칼찰칵.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려 퍼졌다. 연달아 촬영 버튼을 끊임없이 누르시는데 요즘 핸드폰 카메라에 자동 초점 기능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마 그 사진들은 귀국 후 이번 여행을 보내줬을 아들, 딸들에게 혹은 다른 친구들에게 보이는 인증샷이 되겠지?


너무 멋진 전경이었던 터라 그곳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좀 오래 갖고 싶었고, 그분들이 가실 때까지 좀 기다기로 했다. 주변에 좀 앉아서 쉴 곳을 찾는데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아 뒤돌아 보니 저 멀리 가고 계셨다. 


그렇게 그분들이 스쳐 지나가 버린  그곳에 나 홀로 15분 정도 앉아 있었을까. 멀리서  또다시 한국말이 들리는가 싶더니 대학교 1, 2학년으로 보이는 여학생 4명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다가왔다. 역시나 "오 여기 대박!!!" 이란 감탄사와 함께 "나 찍어줘~"하며 친구에게 부탁을 했다. 딱 봐도 고가, 좋은 성능의 카메라를 가진 친구가 사진사가 되어 다른 친구들을 찍어 준다. 셋이서 그렇게 한 장을 찍더니, 한 친구가 말한다. "나 혼자 하나만 찍어줘." 돌아가며 한 명씩 그렇게 같은 자리에서 독사진을 찍을 동안 나머지 친구들은 흩어져 셀카 삼매경에 빠졌다. 각자 준비한 셀카봉을 꺼내 이곳이 어딘지를 알려줄 수 있는 그 무언가를 화면을 보며 자신들의 바로 옆에 위치하도록 이리저리 움직이며 각도를 잡는다. 그렇게 똑같은 배경, 똑같은 자리에 사진을 찍는 그들을 보며 내가 넷이서 함께 나온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자청했고, 카메라 앵글에 그들을 담았다. 친구들은 모두 예쁘고, 또 젊었다. 한껏 신경 쓴 그 모습이 카메라에 잘 담기도록 나름 신경 써서 찍어주었다.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곧 그들 역시 다음 목적지를 향해 바삐 걸었다. 그들의 사진은 인생샷이 되어 오늘 밤 페이스북에 올려지거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되겠지? 



본질과 관점


# '사진을 찍는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잠시 생각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함', '후에 지금을 추억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자.

그 순간을 잘 기억하려면 반드시 사진을 찍어야 하는가?


내 경험상 꼭 그렇진 않다. (앞으로 연재될 이야기 가운데는 사진보다도 더 그 순간을 잘 기억하게 해주는 것들에 대해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사진은 기억을 잘 떠올리게 도와주는 하나의 도구 일 뿐, 그 순간의 나의 감정이나 느낌 등 모든 것을 대변해 줄 수 있는, 마치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 가게끔 해주는 타임머신 같은 존재가 아니다. (물론 이것은 후에 말할 '어떠한 사진을 찍냐'에 따라 조금 다르기는 하다.)

  예를 들어, 몇 년 전에 다녀온 여행지의 사진을 보면서 발을 담갔던 그 바다가 얼마나 차가웠는지, 그 사진 속에 먹었던 바베큐가 얼마나 짜고, 질겼는지,  그때 내 팔에 느껴졌던 따뜻한 햇살은 어떠했는지 사진만으로는 말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멋진 풍경, 어떠한 장면을 맞닥뜨렸을 때, 습관처럼 사진기로 먼저 손이 가는 사람일수록 그 사진이 갖는 의미가 쉽게 사라질 확률이 높다.


# '무엇을 찍을까?'


만약 정말 그 순간을 잘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면, 그 내용도 중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도대체  '그 순간'이 어떤 순간을 말하는 것인가? 다시 말해, 우리는 무엇을 카메라에 담을고 있을까?

답은 어렵지 않다. 

방학 시즌을 맞아 여행을 다녀온 친구들이 SNS에 올린 사진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주로 '그 순간'은

멋진 풍경을 볼 때의 '풍경' 혹은 그 앞에서의 '나(친구)',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의 '음식',

박물관이나 여행지 이동 시의 인증을 위한 '입장 티켓 혹은 비행기표'  등으로 국한된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의 의미가 앞에서와 같은 '그 순간을 잘 기억하기 위해서'라고 한다면 난 이렇게 다시 질문하고 싶다. 내가 정말 기억하고 싶은 것이

'파리의 야경이 얼마나 멋졌는지' 인가?

내가 먹은 음식의 '생김새'인가?

센느 강을 따라 걸었다는 '사실'인가?

내가 이 곳에 갔었다는 '증거물'인가?



아이디어


#1

 결국 모든 기억은 뇌가 하는 것이다. 때문에 오래 기억하고 싶다면 당연한 말이지만 많이, 그리고 오래 봐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다음 기약 없이 헤어질 때를 생각해보자. 그 사람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 상대방을 제대로 보지도 않은 채 사진기를 들이밀어 찍는 사람이 있을까? 혹여나 놓치는 부분이 있을까.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그 사람의 얼굴을 찬찬히 뜯으며 살피고 내 '눈'과 '마음' 속에 담아두지 않는가? 

 정말 내 가슴을 울리는 그러한 명소라면 그 명소가 주는 화려한 색감이나 빛, 웅장함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한없이 바라보며 계속 느끼는 것이다. 신기한 것은 계속 바라보고 있노라면 몇 분 뒤 처음의 그 놀라움은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의 감탄사가 단순히 '처음 본 것에서 나오는 놀라움'일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자세히 볼수록 그 아름다움에 끌리고 나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면,  그때 카메라를 들어도 절대 늦지 않는다. 


 내 생에 최고의 일몰은 베로나에서다. 피에르타 다리를 건너 로마 원형 옆 계단을 올라 봤던 일몰을 난 평생 잊을 수가 없다. 너무도 작렬하게 자신을 태우고 있는 태양 앞에 할 말을 잃었고 카메라를 꺼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그 아름다운 빛을 내가 빼앗아버릴 것만 같았다. 새빨간 물감이 사라진 하늘 뒤로 곧 어둠이 찾아왔고, 터덜터덜 계단을 내려가며 생각했다. '해는 지고 나서도 이렇게 강렬한 여운을 주는데,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지금도 그 타는 태양의 모습은 내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2

 나는 여행을 다녀온 뒤 꼭 인화하는 사진들이 있다. 나도 마찬가지로 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인화하는 것이다. 그리곤 그 사진들을 책상 앞에 붙여 둔다. 친구들이 사진에 대해 묻는다. 그러면 난 설명하기 시작한다. 왜 사진 속 그 순간이 나에게 의미가 있고, 기억하고 싶은지를 말이다.


남들이 보기엔 '그냥 산 길이네.' 하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런 사진 찍는 사람 잘 없다. 그러나 사진의 의미는 찍는 사람이 부여하는 법. 내겐 샌프란시스코 골든게이트브릿지 앞에서 찍은 사진보다 값지다. 이 사진은 내가 청춘여행소를 꿈꾼 '그 자리'이다. 이 자리에서 간절히 꿈을 찾기 위해 내가 달려왔던 지난의 시간들이 떠올라 하염없이 주저 앉아 펑펑 울었고, 이 꿈을 위해 무릎 꿇고 한동안 기도했다. 감사의 눈물과 믿음의 고백, 결심이 깃든 자리인 것이다. 이때의 '나의 결심'을 잊지 않기 위해 그 자리를 찍었다. 그리곤 꿈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 힘들 때마다 이 순간을 기억하며 다짐하고 또 스스로를 다독인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지에서 문득 외로움을 느낀 날.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찍은 사진.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는 "같은 하늘 다른 곳에 있어도, 부디 나를 잊지 말아요" 노래가 흘러나왔고, 처음으로 '사무치게 외롭다는 말'을 마음으로 이해했다. 덩그러니 외로움과 마주한 난  그날 밤, 드라마 여주인공이라도 된 듯 사랑하는 사람에게 엽서를 썼다. 이 사진을 볼 때면  그때의 외로움이 떠오면서 참았던 감수성이 폭발하곤 한다. 그리곤 괜스레 보고 싶다는 핑계로 전화를 건다. (크로아티아 스플리트)


사진의 한자어를  풀어쓰면 베낄 사(寫) 즉, 실물과 똑같이 그린다는 뜻에, 참 진(眞), 내면의 정신을 담아낸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성능이 좋아지는 카메라가 나오고 아무리 실물과 똑같이 담아낸다 한들, 찍는 사람의 내면을 담아내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가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이 남들과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이 서로 다른 생각을 하듯, 나의 마음을 담아, 생각을 담아낸 사진 속에는 나만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다음 글 : 청춘여행소_중요한 것은 '어디'가 아닌 '무엇')



지극히 개인적인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나누고픈 여행 이야기나 성장여행을 위한 아이디어, 조언이 있으시다면

청춘여행소 dreamingtraveler2016@gmail.com 으로 보내주세요.

늘 감사합니다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