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잡생각 모음

부제: 최근 즐긴 컨텐츠#2 unnatural selection

최근 가족 중 돌아가신 분이 계셔 3일간 상을 치르고 왔다.

상가집에 있다보니 다양한 ‘과거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재미있는 일이었다.

이 집안이 어떻게 이렇게 이루어지고 살아오게 되었는지, 하나의 작은 역사책을 펴는 느낌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또 ‘호상’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차피 누군가 돌아가셨다는 것은 슬픈일인데, 근 100년을 사셨고, 별다른 병없이 주무시다 돌아가셨다면 호상이고,

생각보다 젊은 나이에, 혹은 몸이 아파 돌아가셨다면 호상이 아니고 더 나쁜 상일까 하는 생각..


몸이라는 것도 자동차 엔진같은 소모품이라, 어떤 배기량을 갖고 태어났는지, 갖고 태어난 재료를 어떻게 관리했는지에 따라

그 수명이 정해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의 삶의 굴곡, 운명, 혹은 그 운명에 맞서는 태도에 따라 우리 몸의 수명도 달라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리고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잘 살았다, 혹은 성공한/행복한 삶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하고.


평균 기대수명 이상 살았다면, 자식이 있다면/없다면, 가족들이 부유하다면/화목하다면, 행복한 삶이 되는 것일까?

남들이 평가할수 있는 모든 기준에는 못미쳤지만 내가 세팅한 내 인생의 골은 성취했다면, 나는 죽을 때 ‘행복한 삶이었다’라고 생각하고 죽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내 기준의 ‘행복한 삶’의 정의는 무엇이어야 할까? 회사에서 성공한 위치에 있는것? definitely not… 건강하고 화목한 가족들? yes, 내 아이가 혼자서도 삶을 잘 꾸려나갈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 yes, 내가 건강하고, 포근한 내 집이 있고, 계절의 변화를 잘 느낄 수 있고, 평온한 마음으로 매일매일을 보내는 것? 너무 수동적인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화장장과 장지로 이동했는데, 굉장히 신기했다.

화장장과 장지에서 검은 잠자리 (날개도 검었다.), 검은 나비, 검은 고양이를 마주치게 된 일이다.

동네에서 검은 잠자리, 검은 나비, 온몸이 검은 고양이를 마주친 적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한번에 모아서 마주친 적은 없었는데, 동물들도 주위에 보이는 색이 검정이 많다보니 유사색으로 색을 바꾸게 된것일까?


돌아가신 할머니께서 운명하시던 시간, 할머니의 따님은 주무시다 뭔가 손이 나의 양팔을 감싸는  같은 느낌을 느끼시고는 “엄마라고 외치면서 깨어나셨다고 한다. 그리고는 다시 잠들지 못했다고. 누군가와의 인연이 생기거나 끊어질때,  사람이 꿈에 등장하는 것은 굉장히 신기한 일이다. 태몽도 그렇고, 위의 할머니의 따님꼐서 느끼신 일도 그렇고, 로또 당첨 전에 조상님이 꿈에 나타나거나 하는  , 이런 초자연적인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있을까?


자연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거대한 유기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동양의학, 혹은 동양 사상은 그 유기체 안에서 인간의 역할은 제한되어있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순응하는 방식을 point of view로 채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반대로 서양의학, 혹은 서양의 사상들은 인간의 역할이 제한되어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같다. 그런 제한을 넘어서고, 장애물을 극복하고, 자연을 정복할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실제로  덕분에 과학이 매우 발전했고,  혜택을 우리가 누리고 있기도 니 어떤 면에선 그런 생각들이 옳았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이런 사고가 생명공학쪽으로 작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본래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데, 최근 재미있게 보고 있는 컨텐츠  하나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인 ‘부자연의 선택-unnatural selection’ 이다. 유전자 조작이 가능한 크리스퍼라는 유전자 가위의 발견과, 이를 통해 유전자를 개량/수정하여 벌어질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첫번째는 유전병, 혹은 유전자의 이상으로 발현되는 여러 병들을 치료/개선할  있다는 ,  두번째는 유전자를 조작하여 인간에게 해가되는 동물들, 모기나  , 박멸할수 있다는 이야기, 그리고  첫번째와 두번째의 장점들은 인정하지만, 이를 통해 발생할  있는 위험에 대해서 경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그리고 세번째로는 이러한 유전자 조작 기술을 어떻게 통제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거대 기업들 혹은 고등교육을 받은 소수의 카르텔 안에서  기술을 독점하고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이것을 팔고, 소수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도 되는가, 아니면 이를 민주화demotratization 해서 아무나 해볼수 있도록 해서 독점을 막고 저렴한 비용으로 기술을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등장한다. 세번째의 기술의 민주화 논의는 첫번째와 두번째에서 야기된 위험-통제되지 않은 막무가내의 실험이 피실험자 혹은 다른 자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와도 맞닿아 있다.


 과정에서 많은 의견들이 등장하는데, 유전자 조작으로 뉴질랜드의 쥐를 박멸하자는 논의를 할때 나오는 마오리족 대표자가 사람들이 신놀음(playing god) 하려고 한다라는 주장을 한다. 그리고  신놀음으로 인해 우리가 결국 벌을 받을  있다. 노아가 방주를 만들  쥐도 배에 실었고, 우리는  종중 하나를 박멸할 권리가 없다. 라는 취지의 언급이었던것 같다.  회의를 마치고  박멸 아이디어를 제안한 생명공학자는 “사람들에게 과학적으로 설명하는게 실제 그들의 의견에 영향을 못준다고, 그들의 세상에 대한 의견은 사실 파악에 따른 것이 아니라, 그들 가치관에 따르기 때문이라고 말하는데 나 역시 그 과학자보다는 마오리족 대표자의 의견에 동의하고 있었다.


과학자가 아니어서인지, 본래 사주팔자나 별자리 등을 믿는 사람이어서인지, 종교가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과학자들보다는 마오리족의 편이다. 얼마전 상가집에서, 화장터에서, 장지에서 듣고 생각한 모든 것들도 세상에는 사람의 힘으로는 닿을 수 없는 뭔가 더 거대한 힘, 초자연적인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이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그동안 살아오면서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꼭 거기에 해당하는 side effect가 있다라는 것을 느끼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냥 삶을 주어진 대로 받아들이고, 흐름에 맞기고 사는것이 나와 이웃과 지구의 다른 생명체들에게 더 좋은 선택이 아닐까 싶다. 너무 수동적인가?


#덧, unnatural selection 에서 어떤 과학자는 크리스퍼를 이용한 유전자 조작의 극단은, 우리 신체를 우주에서도 살수 있게끔 변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지구는 우리가 오래 살아갈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기에, 언젠가 우주에 가서 살아야하는데, 그러려면 방사능에 더 잘 견디는 몸, 망원경처럼 볼수 있는 눈, 등이라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섬찟했다. 지구가 망가져간다면 고치려는 노력을 해야할텐데 그럼 버리고 우주에 가서 살 방법을 고민하자는 말인가? 우주에 가서 살수 있는 사람들은 더 많은 돈과 생명공학적 기술을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가능하게 된다면 매우 비싸겠지) 몸에 장착할수 있는 더욱 더 소수의 사람이 될텐데, 그런 소수의 사람들이 지배하는 세상이라면 그냥 지구에서 행복하게 살다가 죽는 게 낫겠다.








작가의 이전글 흐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