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여행 후유증

추석 이후 3일을 더 붙여 남해 여행을 다녀왔다. 아이는 너무 좋아했고, 엄마와 오랫만에 하루종일 붙어있어서 좋았는지 엄마 옆에만 있으려고 하고 모든 일을 엄마랑 같이 하려고했다. 다시 세살로 돌아간것처럼…너무 찰싹 붙어서 아이를 케어해주다보니 내 몸이 힘들었는지, 나는 장염과 몸살이 났다.


아이는..집에 있을때는 행복해하고 컨디션이 너무 좋았는데, 월요일에 오랜만에 유치원을 가고 엄마와 떨어져서 그런지 약간 불안증세가 있는것 같다.

월요일에는 집에 와선 컨디션이 좋았는데, 자기 전에 갑자기 속마음을 털어놨다.


엄마..나 오늘 유치원에서 울었져.” (요즘 사용하는 애기 말투)

그래? 왜?”

어…내가…글 쓰는 거를 하는데…. 다른 아이들보다 늦어서 내가 기다려달라고 했는데 어… 기다려주지 않아서…”

그래서 섭섭해서 울었구나?”

응.”


오늘 화요일에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데 유치원 선생님이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다름이 아니라 아이가 오늘 유치원에서 울어가지고 전화드렸어요.”

아 그래요? 어제도 울었다고 그러던데…”

아 네 어제는 눈물만 좀 나는 정도였는데 오늘은 20분을 울었어요. 제가 밖에 데리고 나가서 잘 달래보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며칠 수업 빠지고 다른 아이들이 다 빨리 하는데 자기만 늦어지는게 속상했던것 같아요.”


늘 어떤 이야기에는 동전의 양면이 있기에, 아이의 이야기도 들어보기로 하고, 하원 후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오늘 유치원에서 울었다며, 무슨일이 있었어? 선생님이 오래 울었다고, 지안이 잘 달래주라고 하던걸?”

응…내가 다른 아이들보다 늦어서 속상해서 울었는데 선생님이 혼냈어.”

선생님이 혼냈어? 선생님은 그냥 지안이를 잘 달래줬다고 하던데, 그냥 선생님이 달랜 걸 지안이가 혼냈다고 생각한거 아니야?”

근데…선생님이 ‘그만 울어요’하는데 말투가 그렇게 느껴졌어.”


아이는 예민해서, 나나 남편이 조금만 웃음기나 애정을 뺀 건조한 말투로 말해도 자기를 혼낸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유치원 선생님도 약간 힘들거나 짜증나서 말투에 그런 감정이 묻어있었던것 같고, 거기에서 아이가 상처를 받았던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어제 밤에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무서운 생각이 자꾸 난다고, 자기를 꼭 안아달라고 했다. 병원에 가서 무서운 생각이 나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고도 하고. 그래서 즐거운 상상을 하도록 내가 미리 사둔 할로윈 코스튬이야기, 여행에서 재미있었던 이야기, 등등을 하느라 새벽에 2시간 정도 깨어있다가 다시 겨우 잠들었다.


집에서는 무한대의 사랑을 주고, 말투에도 애정을 듬뿍 담아서 주지만, 밖에 나가서 경험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진 않을텐데,

그런 모든 것에서 예민하지 않게 반응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스스로 강해지는 방법밖에 없는데, 어떻게 스스로 강해지도록 해줄수 있을까?


날씨도 비가 오고, 마음에도 비가 오는 하루다.


오늘의 감사: 아이가 그런 힘든 마음을 그래도 솔직히 털어놓아주어 감사하다.

오늘의 할일: 오늘은 외근을 가야하는데, 빨리 갔다가 돌아와야겠다..

오늘의 하지말아야할일: 우울해하지말고, 해결책을 다양하게 알아보자.




 


작가의 이전글 40대 여성의 롤모델 찾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