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맞이 집바꾸기
2022년이 시작된 지도 벌써 9일이나 지났다. 연말 연시 내가 했던 작년의 회고들과 새해의 다짐들에 대해 써야지…라고 생각만 하다 결국 아이패드를 켜지못한 나의 게으름이란.
글로 거창하게 기록을 남기진 못했지만 (내 개인 일기장에 남아있다.) 그래도 나름 새해를 맞이하여 작년을 돌이켜보고 새로운 해에 시도하고싶은 것들, 한살 더 40에 가까워진 나의 삶에 대해 생각했고, ‘예비초등’이라는 수식어가 붙여지는 7살이 된 아이의 교육을 어떻게 시킬 것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그런데 올해에는 유독 새해가 뭐지? 새해란 그저 지나가는 하루에 의미를 더할 뿐인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2가지가 있었다.
1. 예전에는 새해가 되면 의식처럼 진행했던 것들이 있었다. 여행을 잡아 동해안에 가서 일출을 보고, 새해맞이 목욕재계라는 차원으로 근처 온천에 가서 몸을 정화 (라고 쓰고 때를 민다고 해석)했다. 새해에 특별하게 진행했던 이런 physical한 yearly routine들이 내 스스로에게 올해는 새해야 새해!!! 라고 말해주고, 강렬하게 기억에 남도록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올해에는 코로나 방역수칙 준수 및 코로나 확산세에 애를 데리고 어딜 가..라는 생각에 연말연시 성수기 여행은 잡지 않았고, 온천은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다. 공중파 TV를 볼 시간도 없고 TV라는 매체의 영향력도 줄었기에 예전처럼 연말 연기대상 연예대상 가요대상을 보다가, 자정이 되면 보신각 종 타종행사를 보는 것도 하지 않았다. 타종행사 자체를 코로나로 진행하지 않았기도 하고.
2. 두번째 이유는 회사일과 연관이 있는데, 내가 지금 다니는 회사는 외국식 회계연도를 따른다. 그래서 새해가 9월에 시작하고 8월에 끝난다. 외국학교도 9월에 시작하는 것처럼, 회사의 모든 예산 편성이나 새해맞이 목표 설정, 성과 평가 모두 8-9월을 기점으로 세팅된다. 이렇게 업무상의 새해가 9월에 시작하다보니, 이미 회사에서의 새해맞이 작년의 회고, 올해의 목표설정, new year’s resolution같은 것은 미리 진행해버린 것이다. 팀원들을 데리고 또 새해맞이 뭔가 하자고 하면 짜증낼것 같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올해는 새해가 주는 임팩트가 크질 않았던 것이다. 나에게 ‘루틴’ 혹은 ‘의식’이란 굉장히 큰 영향을 주는 것이었구나, 나의 회사란 내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하여, 새로운 루틴을 도입하기로 했다. 홈퍼니싱 회사에 다니고 있기도 하니, 새해에는 집구조를 바꿔보기로 한 것이다. 왜 풍수지리에도 있지 않은가…집에 오래된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고 새로운 물건을 들이는 것에도 에너지가 있다고. 회사에서 배운 내용을 적용해보기에도 좋고, 아기에서 어린이로 성장한 아이와, 조금 더 공부나 독서 등의 지적활동에 대한 니즈가 생긴 우리 부부의 상황도 반영하기로 했다.
1. 거실 변경
가장 큰 변화는 거실이었다.
고려 사항:
-우리 집은 10년이 좀 넘은 30평대 아파트로 주방의 크기와 구조가 매우 작고 불편하게 되어있다. 식탁도 4인 식탁을 놓으면 좁은 정도..그런데 거실은 베란다를 확장하여 굉장히 넓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아이는 무슨 활동을 하던 엄마아빠가 옆에 있어주기를 원했다.
-코로나와 미세먼지 등으로 집에서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하게 되었다.
결론: 그래서 거실을 모든 기능을 소화할 수 있는 multi-functional room으로 바꾸기로 했다.
-우선, 전통적인 가구배치 (소파가 한쪽 벽면에, 그리고 반대쪽 벽면에는 TV)를 하고 있던 우리 거실은 그 세팅 덕에 ‘TV를 보는게 메인인 공간’처럼 보였었다. 하지만 아이도 아빠도 매일 TV만 보는 것이 달갑지 않았기에, 식탁을 소파자리에 두기로 했다. 배치를 이렇게 바꾸니 거실에 들어오면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이 식탁이 되었고, 이 공간의 main activity도 식탁에서 하는 일들이 되었다. 같이 밥을 먹고, 간식/과일을 먹으며 이야기도 하고, 먹는 시간 이외에는 식탁이 책상으로 변신해 숙제도 하고 같이 책도 읽고 나의 경우 이동식 모니터와 노트북으로 글도 쓰고 일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식탁에 앉으면 창밖의 풍경이 보여 풍경도 감상하며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소파는 거실로 들어오는 공간을 세로로 막아 자연스럽게 복도를 만들어 주었고, 소파에 앉으면 바로 큰 창문과 바깥 풍경이 보여 자연스럽게 TV를 보기 위한 게 아닌 휴식을 위한 공간이 될 수 있었다. 물론 원한다면 측면에 있는 티비를 켜서 볼수 있다. 이 티비도 곧 스탠드가 있는 티비로 바꾸고 티비장은 없애버릴 예정이다. 또한 이번 구조 변경을 하면서 좀 더 나은 퀄리티의 스피커를 하나 장만했는데, 스피커의 음질이 좋아지니 소파나 식탁에 앉아서 음악감상도 할수 있게 되었다. 가만히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면서 하는 음악감상, 매우 만족스럽다. 무엇보다 가장 만족스러운 것은 TV를 덜보게 된것!
아이 방에도 변경을 주었다. 그 부분은 다음에 써보기로. 아이가 일어났으니,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