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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의 장례식과 두번의 결혼식

이따금씩 몰아치는 삶의 폭풍같은 사건들에 대하여

굉장히 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올해는 아홉수인지 (사주팔자는 나에게 유리한 대로 믿는 편) 아니면 어떤 운명인지 모르겠지만 삶에 ‘의도치 않은’ 많은 변화들이 있는데, 이 변화들을 받아들이고 대처해나가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스트레칭을 한다거나 책을 읽는 등의 수동적인 일들은 자주 했지만, 나에 대해 생각하고 글을 쓰고 하는 ‘아웃풋’을 만들어 내는 능동적인 일들은 하기가 어려웠다.


2022년 7월까지 반년 동안, 두번의 장례식과 한번의 결혼식을 치루었다. 10월에 한번 더 결혼식이 남았다. 물론 나, 남편, 우리 아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가족’으로 묶이는 범위의 일들이라, 자주 보는 가족들의 얼굴에 변화가 있는 것이다. 예민한 사람은 사소한 일들에도 연관성을 찾아내고 의미를 부여한다고 하는데, 나 역시 올 한해 안에 이런 모든 일이 몰아서 발생하는 것에 대해 괜시리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다. 왜 이런 일들이 한번에 일어나는 것일까? 내 운명에 변화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신이 나에게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 것일까?


위에 적은 그 어느 것도 사실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일련의 폭풍같은 사건들을 경험하면서 나 스스로 어렴풋이 느끼게 된 것이 있다면, 내 인생이 phase I 에서 phase II로 넘어가고 있다는 느낌, 바로 그것이다.


phase I 은 어린시절부터 받기만 하고, 나만 생각했던 버릇을 계속 가지고 있던 철없지만 행복했던 시절이라고 할수 있겠다. 요즘은 캥거루족이라고 했던가, 실제로 이런 마인드를 가질 수 있는 시기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취직을 하고, 결혼을 했지만 그 마인드셋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아이를 낳고서도 부모님께 기대기만 할 줄 알고, 진정한 어른이 되었다고는 느끼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운명처럼 40세를 한살 앞둔 이 시점에, 여러 가지 일들이 한꺼번에 몰아치면서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고 있달까..?


 윗세대, 그리고  윗세대 가족의 죽음을 연이어 경험하면서, 이제 부모세대의 죽음도 ‘특별한 사건 아닌 ‘충분히 일어날  있는사건이  나이가 되었음을 느꼈고, 나의 부모님도 모두 60세가 넘으신,  이상 기댈 수만은 없고 내가 돌보아드려야 하는 노년층이 되었음을 실감할  있었다. 그리고 나의 손아래 사람들이 생겨나게 되면서,  역시 마냥 애교만 부리고 받을 줄만 아는 철없는 30대에서 좀더 책임감 있고 모범을 보여야하는  어떤 존재가 되어야겠다는 부담감도 생겨났다.


아이가 자라나는 것도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가 되었다. 아이가 어릴때는 아무 생각없이 잘먹고 잘 자주기만 하면 행복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이제 학교에 갈 나이가 다가오자, 부모로서 무언가 더 큰 책임감이 느껴진다.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있듯, 부모로서의 나의 결정이 아이의 미래에, 아이의 삶에 크게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인것 같다. 어디에서 살 것인가, 어떤 학교를 보낼 것인가, 공립학교인가 국제학교인가 사립학교인가, 해외 경험을 일찍 시킬 수 있을 것인가 아닌가, 이런 ‘베이스’의 세팅에 내가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니,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아닌가를 가늠하기도 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에 일말의 부담으로 얹어지는 것이다. 또한 아이의 사고방식이나 말버릇, 행동습관 또한 부모인 나를 금세 모방하게 되는데, 이 역시 ‘아, 나는 이제 아무 생각없이 살아왔던 젊은이같은 마인드로 살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모든 폭풍이 인생을 방해하기 위해 오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폭풍은 길을 닦아주러 옵니다.”라고 했던가, 내 삶에 불어닥친 폭풍같은 일련의 사건들이 나를 좀더 단단하게 만들고, 나를 phase I 에서 phase II로 잘 옮겨갈 수 있도록 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앞으로 남은 반년 동안은 내 인생의 두번째 챕터를 어떻게 하면 좀더 책임감 있고 성숙하며 남에게 베풀고 아이를 올바르게 이끌고, 그러면서도 나 스스로도 행복한 인생을 사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는데 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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