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에서 눈물 난 사연
대체 스타벅스가 뭐냔 말이냐
엊그제 우리 동네뿐 아니라 전국을 들썩인 스타벅스 리유저블 컵 사태에 동참한 1인이다.
맘 카페에서 이른 시간부터 인증사진이 올라왔다.
딱 보니 일단 컵이 이쁘다. 아이스컵보다는 뜨아 컵이 내 취향이다.
평소 맘 카페라면 쳐다도 안 봤는데 지난여름 17잔을 채우면 받을 수 있는 굿즈 때문에 어디 지점에 가야 수량 재고가 있는지 알기 위해 맘 카페를 들락거렸다. 거긴 모르는 게 없는 곳이다.
아무튼, 카페에서 인증사진이 올라오는 걸 보자마자 갈등이 생겼다. 저걸 받으러 커피 사러 가? 말어? 에이... 귀찮다. 저게 뭐라고. 아냐, 하나 있으면 좋지 뭘. 일회용 줄이기 캠페인 이라자나.
온갖 계산을 머릿속으로 하다가 마치 운동하러 나왔다가 들린 것처럼 트레이닝복으로 환복하고 유유히 걸어 나갔다.
빨리 주문하고 받으려고 걸어가는 동안 사이렌 오더로 주문하려고 앱을 접속했더니 이거 무슨 일이지? 대기인원이 4천 명이 넘었다. 그 시간이 오전 10시쯤이었는데. 내가 뭘 잘못 본건가? 나왔다 들어갔다 반복하다가 대기가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친절하게 안내까지 되어 있는 걸보고 기다렸다. 차분하게 주문을 하고 매장 앞에 다다랐을 때 또 하나의 광경이 펼쳐졌다.
매장 바로 옆엔 주유소가 있는데 주유소에 들어가는 차량까지 겹쳐서 차들이 길게 줄을 섰다. 매장 안은 더 난리다. 드라이브 스루로 주문한 손님들, 매장 안의 손님들이 겹쳐서 직원 다섯 명이 오전 10시인데 벌써 초주검 상태에 이르렀다.
주유소 사장님은 이게 도대체 뭐 하는 거냐고 항의하러 와있고 손님들은 자기 주문번호가 가까워지길 고대하고 고대하면서 직원들만 빤히 바라보고 있다.
나 역시 그 사람들 중 한 명으로 주문번호 20번이 불려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직원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기껏해야 이십 대 초반으로밖에 안 보이는 직원들의 얼굴과 몸짓을 유심히 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오고 가는 손님들에게 인사를 놓치지 않았다. 눈을 마주치고 웃어주는 일은 못했지만 말투만은 상냥함을 잃지 않는다.
어서 오세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문하신 A-1번 고객님 카페라테 나왔습니다.
연신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그녀들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울컥해졌다. 내 동생이라고 생각하니까 힘들게 일하는 그녀들의 수입이 떠올랐다. 스타벅스에 정규직 직원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지도 모르지만 대부분 시간당 최저임금이 책정된 아르바이트일 텐데 젊은 친구들이 힘들게 일하는 모습에 안타까움이 더해졌다.
그리고 그날 오후 인터넷 기사들은 스타벅스 이야기로 뜨거웠다.
캡처한 기사 내용처럼 '650잔 대기 음료'로 도망치고 싶었다는 헤드라인을 보고 왜 안 그러고 싶었을까 너무 공감이 되었다.
일각에선 스타벅스가 리유저블 컵을 내놓으면서 일회용 줄이기 캠페인 일환이라고 했지만 이 또한 만들면서 플라스틱을 생산해 낸 것이니 마케팅 일부가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어차피 예쁜 쓰레기로 전락될 것이라는 말이었다.
굿즈 상품으로 방문객이 몰리면서 모르고 방문했다가 발길을 돌린 손님들도 꽤 있었고 커피 한잔 사면서 30분 이상 기다려보긴 처음이라고 불평을 내놓은 사람도 있었다.
눈물이 앞을 가리도록 직원들의 노고를 보고 나니 앞으로는 이런 이벤트에 낚이지 말고 주체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대체 스타벅스란 뭐냔 말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