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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밥 Oct 24. 2021

할까 말까 고민 될때

첫 브런치북을 만들고 나서

잊을만하면 오는 브런치 알람이 매일 긴장하게 만들었다.

'작가님의 시선이 담긴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세요'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거니까요.'

이번 주인공은 바로 당신입니다.'


얼마나 꼬셔대는지 브런치에 글쓰는게 너무 간헐적이라 민망할 지경인데 달콤한 말로

나를 불러댄다.


브런치북 프로젝트 응모가 탐나지 않는 작가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난 수상 작품의 주인공들의 글을 살펴보니 글도 감히 넘볼 수 없는 수준이었고 작가들의 스펙 또한 화려했다.

나처럼 살림만 주구장창 하다 내 인생 찾겠다고 덤빈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이번 브런치북을 준비했던건 사실 올해 봄부터다. 작년에 세번만에 브런치 작가가 되고 아이들과 남편이 축하해주던 날이 떠올랐다. 

"엄마 이제 진짜 작가된거야? 와아~~~~~ 엄마 대단해!!!" 

나보다 더 좋아하며 입이 찢어져라 축하를 해주었다.

남편은 내가 무엇이 되길 늘 바래왔다. 직업인이길 바라지만 전문성 갗춘 일을 하길 원한다.

남편의 추천대로 부동산 공부도 해봤고 경매 책도 읽어 봤지만 어렵게만 느껴져 끝까지 해내지 못했다.

그 점을 늘 아쉬워 했는데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하니 대뜸 

"그럼 글 쓰는걸로 이제 돈 벌수 있는거야?" 했다.

그런 응원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돈버는 일은 커녕 아무것도 아닌 주부로, 주부이데 가끔 글쓰는 사람인채로 산다.


브런치북 프로젝트 알림이 올때마다 망설였다. 이걸 해, 말어? 내가 써놓은 글이 과연 대단한 출판사들 눈에 들어올까 싶다.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의 글도 매의 눈으로 살펴볼텐데 나같은 사람이 쓴 글을 누가 볼까 싶어 실력을 좀더 갈고 닦은 후에 도전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러나 외면하고 덮어둘수록 마음 깊은 샘물 구멍이 막히지 않고 작은 구멍 하나가 퐁퐁 샘솟는걸 어찌할수가 없어 오늘이 마지막날인데 부랴부랴 브런치북을 엮고 말았다.


제목은 <살림만 하기 싫어 글을 쓰기로 했어>이다.

살림에 젬병, 아이들 교육도 거의 방치 수준인 빵점 엄마인 나는 어쩔수 없이 살림을 하고 지루한 하루와 일상을 글로 푼다. 신세한탄도 하고 직접 말하지 못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글로 쓰며 내 마음을 조물거려본다.

단단하게 굳은 심장을 녹아내리는데 긴 시간이 필요했다.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엄마에게도 이제 조금 마음이 풀리기 시작했고 내가 마음이 편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겨우 알게 되었다.


잘쓰는 글은 아니어도 편안하고 거짓없이 풀어내는 내 글이 나는 아직 좋다. 기교도 없고 수려한 문장도 없지만 이렇게 천천히 쌓이는 글이 곧 나라는 사실도 너무 좋다.


할까 말까 고민될때 늘 뒤로 물러섰던 나였는데 오늘 처음으로 한발 내밀었다.

프로젝트에 당첨을 기원하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걸 너무 잘 알기에 한발 내민 나를 스스로 칭찬하는 마음으로 글을 한 편 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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