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로 보는 거꾸로 세상
서평|거꾸로보는세계사 유시민
공직에 몸담았을 때의 유시민과 작가로서의 유시민 중 개인적 선호도는 작가로서의 유시민이다.
정치에 관한 박식함이 있지 않기도 하지만 몇년 전 알쓸신잡에 출연해 작가님의 냉철한 눈에 담은 오랜 시간 숙성된 지식들을 끊김 없이 방출해 내는 모습을 보고 반한적이 있드랬다.
그 당시에도 유시민 작가의 책은 전혀 읽은 적이 없었고 작가이기 전에 정치인으로서 내 눈엔 안좋은 이미지가 쌓여 있던 터라 곱지 않은 시선이 분명 있었다.
이번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읽으면서 나는 감탄한다. 역사적 사실을 다룬다는 건 개인의 견해가 너무 들어가지 않고 왜곡되지 않게 해석을 해야 나같은 독자들이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도움이 된다. 이 책이 무려 1988년에 처음 출간되고 전면 개정판으로 나온 것인데 "20세기에 배우고 익히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가치관을 형성하고 삶의 방식을 선택했다."고 서문에 밝힌 것이 마음에 들었다.
작가의 인생 절반이 냉전 시대였던 만큼 이 책을 썼을 당시의 나이인 지금의 나와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이거나, 아직 공부하는 학생이거나, 교과서에서만 다루는 사건 중심이 아닌 것의 사건을 들여다볼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저자유시민출판돌베개발매2021.10.29.
목차를 살펴볼까요
1. 드레퓌시 사건:20세기의 개막
2. 사라예보 사건 :광야를 태운 한 점의 불씨
3. 러시아혁명 : 아름다운 이상의 무모한 폭주
4. 대공황 : 자유방임 시장경제의 파산
5. 대장정 : 중화인민공화국 탄생의 신화
6. 히틀러 : 모든 악의 연대
7. 팔레스타인 : 눈물이 마르지 않는 참극의 땅
8. 베트남 : 마지막 민족해방전쟁
9. 맬컴 엑스 : 검은 프로메테우스
10. 핵무기 : 에너지의 역습
11. 독일 통일과 소련 해체 : 20세기의 폐막
에필로그 : 알 수 없는 미래
역사 라면 사건과 연도 외우던 생각 밖에 나지 않는 터라 책에 소개된 사건은 마치 처음 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아바매책 지정 도서로 읽는 책이고 그중 관심 있게 읽은 것 위주로 간단히 정리해보려고한다.
우선 '드레퓌시'사건이다. 1894년 프랑스 육군 참모본부 정보부의 위베르 앙리라는 소령은 파리 주제 독일대사관에서 정보원이 빼낸 익명의 편지를 조사하게 된다. 군사기밀을 누설한 내부자를 적발하려는 과정에서 암호명 D와 이름 첫글자가 일치하는 이유로 간첩으로 지목된 유태계 대위 드레퓌시를 체포했다. 정보부 요원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것이어서 모두 필적 감정을 했는데 드레퓌시의 필체가 명세서와 같다고 판단했다.
군사법원의 비공개 재판을 통해 드레퓌시에게 군적 박탈과 종신형을 선고했다. 아무도 그의 판결 정당성을 의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료를 찾다 보니 그당시 프랑스 군부는 패전 책임을 면하기 위해 희생양이 필요했다고 한다.
드레퓌시 사건에는 여느 스파이 사건과 다른 점이 있었다. 범인의 태도였다. 드레퓌시는 단 한 번도 혐의를 시인하지 않았다. 용의자일 떄도 그랬고, 피고인으로 법정에 섰을 때도 그랬으며, 유죄선고를 받고 죄수가 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정보부는 유죄선고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범죄 동기를 밝히지는 못했다. 객관적으로 볼 때 드레퓌시 대위는 그런 일을 할 만한 까닭이 전혀 없었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 P22
국가는 정치적으로 무고한 사람을 이용하는 일이 참 쉬워 보인다. 드레퓌시 재판이 끝나고 2년뒤 피카르라는 중령이 참모본부 정보부장에 취임했다. 우연히 다른 스파이 관련 문서를 조사하다가 '명세서'와 같은 필체를 발견한다. 무고한 장교를 반역자로 몰았다는 걸 알았고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다.
사건은 필적이 문제가 아니었다. 드레퓌시가 유대인이라는 점이었다고 한다. 유럽에서 가장 먼저 유대인에 대한 법적 차별을 폐지했다고 하지만 종교적 차별의 악습이 여전함을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이 사건은 드레퓌시의 결백을 증명하며 에밀졸라를 비롯해 지식인들이 뭉쳤다.
유럽의 불편한 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라고 한다. 권력있는 자들이 거짓을 바탕으로 불법적이고 부당하게 힘을 이용했고 거짓말이 거짓을 보태 진신을 덮어 커진 사건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일명 '강기훈 사건'인데 운동권학생이 어린학생을 선동해 분신자살을 유도했다고 판단한 사건이다.
유서 필적감정을 통해 3년형 선고를 내렸고 22년만인 2007년에 무죄가 밝혀졌다.
<관련 기사 참고 링크>
http://impeter.tistory.com/2412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2131434261
http://www.nocutnews.co.kr/news/1189524
국가의 일원으로서, 보호받지 못한 사람이 되었을때 어떤 기분일까. 가족 구성원 사이에서도 나를 믿어주지 않는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힘든데 억울하게 간첩으로 몰렸고, 재판의 결과에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고 더구 유대인이라는 점에서 차별당해야 했던 사건을 보고 참담했다.
세상은 변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의 논리가 작용되고 있을 것이다.
어떤 세상이 되어야 더 이상 고통 받는 사람들이 없어질지 모르겠다.
11개 사건 모두를 정리하지 못하고 책에 밑줄만 그으며 읽었지만 역사에 관한 책을 읽고 싶다 하는 분들이라면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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