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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밥 Nov 04. 2021

내 삶은 어떤 말을 남기게 될까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독후감


책의 저자를 알게 된건 tv프로그램이었다. 즐겨보는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의사 선생님이었는데 임종방에서 들리던 트로트 '땡벌'에 얽힌 환자의 가족 얘기에 같이 눈물을 흘렸고 그의 책을 읽음으로서 환자와 환자의 가족과 의사의 입장에서 죽음과 남은 삶에 대해 또 한번 깊은 울림을 가졌다.

치료목적의 항암이 아닌 수명 연장 목적의 항암을 받는 환자들을 만나오면서 기록한 책이고 우리의 삶은 어떤 물음표를 남기고 가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안게 된 책이다.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은 책이라 함께 나눴던 질문들이다.

-가족이어서 그럴 수 있다고 판단하는 일과, 어디까지 이해하고 받아들일수 있는지에 대한 얘기

-오랫동안 환자를 만나오는 의사가 환자에게 남은 인생에 대해 제시해줄 수 있는 비전은 없는지, 사회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과연 옳은지에 대한 생각

-이 책이 삶과 죽음앞에 진솔한 책인지 아니면 너무 솔직해서 알고 싶지 않은 것 까지 알아버린게 혹시 불편한지

-삶을 정리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시간을 보낼것인지


책을 읽는 동안 먹먹하고 안타깝고 내 가족이라면 혹은 그게 나라면 어땠을까 상상하면서 많이 울었다


특히 아이를 보내고 물건을 태워야하는데 낡은 운동화가 걸려서 비싸서 안사주던 신발을 그제야 사야했던 부모의 마음, 마지막으로 아이들을 본 후에야 눈을 감은 젊은 아빠, 본인 의사와 상관 없이 자식들이 생명 연장을 위해 계속 투여하는 주사와 갈비뼈가 부서지는데도 진행한 소피알.


말기 두경부암 환자인 k의 임종방 이야기는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죽음의 그림자가 이미 짙었고 시간이 갈수록 환자의 상태는 심각해졌다. 산소포화도 수치가 떨어질때마다 전공의가 와서 산소를 올리기를 계속 반복했고 종양은 더 커져서 환자 얼굴은 사람의 형상을 잃었다.





환자의 몸에서 나는 냄새는 인간의 몸이 그리 존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후각이 마비될 때쯤에는 냄새는 더 심해져서 둔해진 후각을 다시 깨웠다. 그러나 환자의 아들과 부인은 그 방 안에서 의식 없는 환자 곁에 24시간 붙어 있었다.
이게 마지막일 거라고 생각하면 환자는 다음 날 더 흉한 몰골이 되었고, 그 다음 날이면 더 심각해졌다. 두려운 것은 내일이 되면 더 험하게 변할 거라는 사실이고 내일이 마지막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현실이었다.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두려운 날들.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p237



이 환자의 아들은 휴대폰 속 아버지의 사진을 보며 이렇게 하루 이틀을 끌면 무슨 소용이냐 여기서 마치겠다는 말로 치료를 종료했다고 한다. 그 누구보다 환자를 사랑하는 가족들이기에 이 결정 또한 옳은 일이다. 마지막으로 환자를 위하는 길이었을 것이다.



존엄한 죽음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고통스러운 마지막 순간에 의사로서 진정 환자를 위하는 일은 무엇인가.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p241






극한의 상황까지 몰린 경험은 없지만 가족의 아픔을 두 번이나 겪었고 나이들어가는 부모님과 98세 할머니를 가까이 지켜보며 생각이 많아졌다.


남일이 아니라 곧 나의 일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3개월 밖에 시간이 없다면 아직 어린 딸들에게 전하지 못한 미안한 일을 매일 하나씩 말해줄거다. 앞으로 내가 없는 시간에 일어날 일을 대비해 청소하는거, 밥하는거, 장보러 갈 때, 친구사귈때, 남자친구랑 헤어졌을 때, 가족과 갈등이 생겼을 때 등등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서로 얘기나누면서 그다지 특별한 이벤트 없이 일상을 함께 하다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픈 다음에 그러는 것 보다는 건강할 때 서로 사랑을 많이 주어야 겠지만. 아프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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