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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밥 Aug 23. 2021

살아있어 행복하다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읽은 소감

“인간이라는 위선의 탈을 벗고 지극히 동물적으로 살아도 이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울화가 치밀 때가 언뜻언뜻 있습니다.”     

2000년 겨울 관악산 기슭에서 써 내려간 최재천 교수의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의 시작하는 글입니다. 무려 20년 전에 발행된 책인데도 동물 사랑과 환경 파괴에 관해 가장 치명적 오류를 범하는 쪽은 인간임은 분명합니다. 이 책은 동물 사랑 애호가 얘기는 아닙니다. ‘동물들이 사는 모습을 통해 우리 스스로 더 사랑하게 된다’는 믿음을 주고 싶은 저자의 생각이 담겨있습니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알면 사랑한다>에서는 동물의 입양 이야기부터 개미들의 삼국지 이야기까지 그동안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았고, <동물 속에 인간이 보인다>에는 동물 사회의 경쟁, 자식 사랑, 이혼, 사랑과 미움의 관계, 성에 관한 이야기 등 역시 흥미로운 것들이 많습니다. <생명, 그 아름다움에 대하여>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꾼다>로 이루어졌어요. 인간의 마음 하나도 제대로 읽기 힘든 세상에 동물까지 알아야 하는 거냐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읽어 보시면 압니다. 왜 이 책이 초판 발행 후 10년 만에 28쇄까지 발행되었는지요. 독후감이랑 독서모임을 위한 발제문 준비를 위해 블로그 검색을 해봤더니 중학생들도 이 책으로 토론한 이야기가 검색되더군요. 어른으로서 이제야 접하고 알게 된 것이 조금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그럼 이제 가장 흥미로웠던 동물 이야기를 전해보겠습니다.     

동물원에 가야만 볼 수 있었던 타조에 대한 새로운 사실은 남의 자식을 입양한다는 것입니다. 내 자식 하나도 기르기 어려운데 타조 사회는 ‘서열이 높은 암컷이 다른 암컷들에게 자신의 둥지에 알을 낳게 한 다음 혼자 그 많은 알을 품고 보호한다’라고 합니다. 너무 많이 모아서 다 품지도 못하기도 한다는데 언뜻 보면 무슨 자식 욕심이 많은 건지 이해되지 않는 행동입니다. 자신의 알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설도 있다는데 명확히 밝혀진 건 아직 없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타조에 대해 찾아보니 수컷이 한 번에 여러 암컷과 교미를 한다고 합니다.

타조는 일부다처제로 수컷이 여러 마리의 암컷 무리를 거느리며 한 번에 여러 마리의 암컷과 교미를 한다. 알을 낳을 때 수컷이 큰 구덩이를 만들면 가장 주가 되는 암컷이 첫 번째로 알을 낳은 뒤, 다른 암컷이 알을 낳고, 첫 번째 암컷이 다른 암컷이 낳은 알 중 일부를 버려 한 번에 효율적으로 알을 품을 수 있는 크기를 만든다.

[네이버 지식백과] 타조 [Ostrich] (서울동물원 동물정보)     


어떻게 보면 여러 부인을 거느리는 수컷으로서 자기 자식은 모두 책임지겠다는 뭐 그런 행동일까요? 이 과정에서 모든 알이 정상적으로 부화돼서 화목하게 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동물 세계에도 동성애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개인적으로 동물 다큐멘터리 좋아하는데요, 동물의 세계에서도 본 적 없는 것 같은데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네요. 갈매기는 ‘다른 수컷들과 성관계를 해 자식은 갖되 살림은 마음 맞는 암컷과 차린 이른바 양성애자들이다.’라고 합니다. 놀랍습니다. 개인적으로 갈매기한테 새우깡만 줘봤지 깊은 관심은 없어서 전혀 몰랐던 이야기였습니다. 이 책이 20년 전에 발행되었는데 지금도 동성애에 관해 말이 많은데 그 당시엔 쉬쉬하던 때였잖아요. 무조건 막고 차별하는 것보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그들만의 세상을 인정해 줄 수 있는 인격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그리고 하나 더 책을 통해 흥미로웠던 것은 개미입니다. 최재천 교수는 동물행동학의 세계적 권위자입니다.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조화를 이루어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저도 새롭게 안 사실은 개미 군락이 인간과 가장 많이 닮았다는 것입니다. 생김새로는 침팬지 같은 영장류만 인간과 닮은 게 많은 줄로만 알았습니다. 유독 개미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데 ‘개미 제국의 왕권 다툼’을 보면서 우리와 다를 게 없는 개미 세상이 놀라웠습니다.

“재미있는 일은 개미 제국에도 이웃을 넘볼 만큼 부강해지면 슬슬 여왕개미들 간에 알력이 생기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평생 생사고락을 같이할 것 같았던 동료 여왕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부터가 달라진다. 이제 천하를 평정하고 나면 과연 누가 정권을 쥘 것인가 하는 문제가 그들의 눈을 멀게 한다.” p263를 보면서 지금의 정치판, 대기업 전쟁이 보였습니다. 제 눈에만 보인 것은 아닐 테지요?     

얼마 전까지도 길가에 개미 떼가 시커멓게 모여있으면 보는 것만으로도 징그럽게 느껴져서 발로 비벼 죽이던 일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생명이 있는 것의 아름다움을 전혀 모르는 무지한 인간임을 고백합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사랑의 눈빛을 보내진 못하더라도 열심히 제국을 위해 몸부림치는 개미들의 일생을 존중해주기로 했습니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생명이 있는 모든 것 중 인간이 가장 위대한 것인 양 굴고 있지만, 최소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자연 앞에서도 동물 앞에서도 겸손해지길 바라는 바입니다. 인간은 그저 동물과 다른 점이 옷을 입고, 말을 할 줄 알고, 생각할 줄 아는 것뿐 다를 게 없다고 여겨집니다. 책 마무리에서도 이렇게 얘기합니다.

‘지구의 역사가 줄잡아 약 46억 년쯤 되는데 그걸 시곗바늘이 한 바퀴 도는 시간, 즉 12시간으로 친다면 우리 인류가 처음 이 지구 상에 출현한 것은 11시 9분이 훨씬 지난 때입니다. 그야말로 순간에 ’ 창조‘된 동물이지요. 그 동물이 이제 순간에 사라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대로 우리가 환경을 파괴하는 생활을 계속한다면 우린 진정 ’ 짧고 굵게 살다 간 종‘으로 기록되고 말 것입니다.’

무섭지 않으신가요? 100세 인생은 저절로 이뤄지는 게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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