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을 하면서 언니 동생 하게 된 지인과 새해맞이 점심을 먹었다. 독서모임이 한참 일 때는 맥주로 칼칼한 목을 축이고 모임에서 못다 한 얘기도 하고 가끔은 우리를 화나게 하는 멤버들 험담도 하며 우리 우정을 돈독히 쌓아갔다.
그리고 책을 같이 사러 다녔는데 유일하게 있는 오래된 헌책방 가는 걸 즐겼다. 푸근한 사장님이 운영하는 오래된 헌책방은 가끔 블로그에 타 지역에서 검색으로 다녀간 분들이 포스팅하는 경우도 있다.
보수동 책방 골목 못지않게 책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곳이다. 어떤 사람들은 책이 천장까지 쌓여있고 통로가 사람 한 명 겨우 지나갈 만큼 좁기 때문에 숨 막혀서 못 간다는 일도 있다.
내가 사진을 기울이게 찍은 것 같지만 가운데 낮은 책장은 양옆에 쌓인 책들 때문에 버티는 중이지 곧 무너지기 직전이다.
나는 이곳을 좋아한다. 책값도 저렴해서 좋고 책더미 사이를 뒤지는 맛이 끝내준다. 바닥에 놓인 책들은 사장님이 노끈으로 묶은 그대로 놓아두는데 뒤집어보고 옆으로 옮기면서 무슨 책이 있나 샅샅이 뒤져본다.
그럼 운 좋은 오늘 같은 이런 책들을 만나는 것이다.
안 그래도 <작별하지 않는다>는 독서모임 멤버가 인생 책이었다고 추천한 책이어서 읽어봐야지 했었는데 여기서 만났다. 완전 새책이라 더 땡잡았다.
<연년세세>도 사연이 있다. 글쓰기 모임 같이 하던 리더에게 선물로 받은 책인데 아직 읽지 못하고 책장에 모셔두고 있는 책이다. 곧 읽어봐야지.
위에 책은 작가님들에겐 미안하지만 4천 원이다. 이렇게 판매되는 수입까지 인세에 포함된다면 책 쓸 맛이 나겠는데...
아, 헌책방 얘기하다 말았지.
책방에 가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대형서점은 책 한 권 사러 갔다가 책 값이 부담되어 한 두권만 사고 오는 일이 많지만 헌책방에선 그럴 일이 없다. 대부분 2천 원선이고 아이들 책은 오백 원, 천 원이니 마음껏 사치 부려도 괜찮다.
그런데 걱정이 하나 늘었다. 언제까지 책만 읽을 거냐고 남편이 최근 핀잔을 주어서 눈치 보였었는데 오늘 산 책들은 또 어디에 두어야 하나. 지금 있는 책도 정리하기 전에 책이 또 한 다발 늘었다.
제아무리 E-BOOK이 편리성이 있다 한들 종이책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 게다가 새책 구입 비용에 대한 압박감은 전업주부 입장에서 남편 눈치도 봐야 한다. 이곳 헌책방에 가면 책 한권 가격이 적게는1000원,2000원이다. 비싼건 6000원인데 최근작품이고 히트작일경우 그렇다.
이날 나도 욕심내서 책을 여섯권 구입했다.
읽고 싶었던 소설 세 권, 바보빅터 다음편인 난쟁이 피터는 나랑 첫째랑 같이 읽을 책이고, 유시민작가한테 최근 빠져서 책을 하나씩 모으는 중이다. 은유 작가님 최근 작품도 빼놓을 수 없지. <있지만 없는 아이들>은 작가님 도서관 강연을 듣고 꼭 알아야할 사회 문제라고 생각했다. 이 책은 독서모임에서도 다루면 좋을 책이다.
우리 동네엔 대형 서점이 없어서 아쉬웠다. 다양하게 큐레이션 해 놓은 서점도 좋은데 나는 헌책방이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