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열린 BIG3 명강의 첫 시간으로 유시민 작가님 <유럽 도시기행 2> 북토크를 다녀왔다. 한때는 '왜 저렇게 말을 할까?'거슬리는 부분도 있어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최근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읽고 작가로서의 팬심이 생겼다.
'아, 이 분은 글쟁이가 맞는구나.'
어줍잖은 내 눈에도 보이는 작가로서의 유시민은 강연에서도 빛이 났다.
60대 중반의 나이가 되니 집중력이 점점 떨어진다고 고백했다. 운전할 때 분명 좌회전 신호를 보고 출발했는데 핸들을 꺾으며 보니 직진 신호였다고 했다. 신호위반이다. 아차차 했지만 때는 늦었고 딱지가 날아오겠구나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그런 실수를 하는 자신을 돌아보며 앞으로 2년에 한 번씩 여행 책을 3권 더 내는 게 목표라고 했다. 삼사십 대 패기 넘칠 때 자신의 몸을 앞장 세워 날카롭게 말을 내뱉던 모습에서 실수를 인정하고 자기 안위를 더 걱정하는 작가님의 작아진 몸이 애처로웠다. 작가님 뿐 아니라 우리도 그런 시기가 분명 올 것이기 때문일 테다.
왜 여행을 하느냐 물었다.
그에게 여행은 '오랫동안 간직한 나에게 좋은 감정을 살펴보고 싶어서라고 했다.
가보고 싶은 공간에 대한 감정을 느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근사하다. '나에게 좋은 감정'을 살피기 위한 여행이라니,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에겐 가닿지 못할 감정일지도 모른다. 사치라고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바로 공감했다. 그동안의 여행 목적이 아이들 경험과 가족의 추억 쌓기였다. 그런 다음 시간이 묵혀지면 그땐 그랬지... 회상하는 과정이 거쳤다. 미리 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감정을 찾으러 떠나는 여행을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