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받을 결심
브런치에서 인정 받을때까지 써보다
내가 인정욕구가 많다는 걸 알게 된 건 독서모임을 시작하고부터다. 2015년에 첫째가 막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당시 학교 학부모회 활동으로 '책 읽어 주는 엄마 선생님'을 했었다. 1, 2학년 교실에 1교시 시작 전 10분 동안 그림책을 한 권씩 읽어주는 활동이었다. 집에서 아이들 읽어 주듯이 하면 될 것 같아 큰 용기를 내어 시작했다.
그 활동에서 만난 학부모님이 아파트 내에 작은 도서관에서 오랫동안 독서모임을 해왔는데 거기에 초대되어 한 번 간 적이 있다. 사서 선생님과 오래 이어진 모임이었고 그림책과 어른책을 번갈아 가며 읽는 모임이었다.
학교에서 아이들 책 읽어주는데도 도움 되고 나도 책 읽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모임에 가입했다.
육아 도움 받기 위해 읽던 육아서와 차원이 다르게 소설, 인문학 책을 읽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작가와 책 내용을 꿰고 있는 모습이 무척 지적으로 보였다. 처음 모임에선 입도 뻥긋 못했다. 책은 읽었는데 대체 내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는 게 어려웠다. '이게 맞나?' 다른 사람과 비교되는 생각이 더 컸다. '오늘은 언니들 얘기만 들을게요.'라며 부족해 보일 것 같은 나 자신을 숨기며 그들의 얘기만 듣기 시작했다.
생각 정리는 어려웠지만 계속 언니들 얘기만 들을 수는 없었다. 독서모임에 가입한 의미가 없다. 다른 사람들이 얘기하는 걸 가만히 듣다가 어렵게 입을 한번 뗐다. 오래돼서 무슨 책이었는지 기억이 가물하지만 내 얘기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하고 쑥스럽지만 행복했다. 내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 내 말도 틀리지 않았고 그럴 수 있다고 말해주는 사람.
나 인정받고 싶었구나.
아이를 키우면서 읽었던 육아서에선 아이 존재 자체를 인정해 주라고 했다. 그래야 자존감 형성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너 왜 그랬어.
너 왜 울어?
빨리 하라고 했지?
이것도 몰라?
어이구! 속 터져. 내가 시킨 게 잘못이지.
네가 알아서 좀 해봐.
아이한테 자주 쓰는 말이었는데 사실 나도 수없이 듣고 자란 말이었다. 아이들의 시간은 성숙해져 가는 시간이라 서툴고 실수도 많은 건데 아이 자체로 인정해주지 않고 작은 실수 하나에도 다그치고 무시하고 귀찮은 존재로 치부해 버린 나쁜 말들이 나는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는 사람으로 자라게 했다.
책 한 번 읽고 몇 마디 했을 뿐인데 짧은 얘기에도 내 말을 들으려고 집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었다.
인정받는 건 이런 거구나 알아 차림 후 한 단계 발전할 단계에 아쉽지만 이사를 하는 바람에 그 모임도 그만두고 혼자가 되었다. 첫사랑은 잊지 못하는 것처럼 첫 독서모임의 인정 경험이 지금 독서하는 엄마가 된 씨앗이 된 것 같다.
지금도 살림과 자녀 돌봄,독서생활의 경계에서 나쁜 말들로 아이들을 괴롭히는 나를 발견할 때 첫 독서모임에서 받았던 인정을 떠올린다. '나는 책 읽을 때 가장 예쁜 사람이니까 이러면 안되지. 암만. 내가 성숙해져야 아이들도 성숙한 사람으로 키울 수 있는거지. 안 그래 책밥?'
오늘 아이들 존재 자체로서 사랑해주는 마음이 샘솟길 이 글을 쓰며 다짐해본다. 타인에게 인정 받기 바라는 나처럼 아이들은 엄마인 나한테서 매일 인정 받고 자라야 제일 좋은 보약을 먹는 셈이다. 그 보약 먹여주려면 지금이 딱 책읽을 시간인것 같다. 가장 예쁜 모습 찾으러 가보자.